[논객칼럼=신재훈] 은퇴 후 주어진 최소 8만 시간에서 13만 시간을 지루하지 않게 즐겁고 보람차게 보내기 위한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터득한) 독특한 해법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겠다. 

첫번째 방향은 은퇴 전 일을 하면서 소비했던 시간을 대체할 또 다른 일거리를 만드는 것이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큰돈이 아니라도 은퇴 전처럼 돈 버는 새로운 일을 가지는 것이다.  

대부분의 은퇴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똑같은 얘기를 한다.

한달 100만원 버는 일은 현금 7억원을 연 2%짜리 정기예금에 넣은 것과 같은 효과라고. 게다가 경제적 유용성뿐만 아니라 일을 하면 시간도 잘 가고 인간관계도 잘 지속될 수 있고 몸과 마음도 건강하고 건전하게 유지되고 정신적으로 위안도 되고 따위 등등...

그걸 누가 모르나? 하기 싫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없으니까 못하는 거다.

남의 일이라고 잘 나가는 전문가들인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쉽게 얘기하지 마라.

그런 일 조차도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난 분명이 말했다. 재무계획 취업계획은 내 전공 영역이 아니라고. 나처럼 정규 수입 없이 많건 적건 현재 가진 것과 연금으로 사는 사람을 위한 글이라고…

돈 버는 일이 아니라면 그것에 준하는 효과(별다른 고민 없이 습관적으로 시간이 소비되는 일종의 시간 소비 자동시스템)가 있는 다른 종류의 일(활동 취미 등 소위 말하는 소일거리)을 찾아야만 한다.

Ⓒ픽사베이

시간을 제법 소비하고 정기적으로 규칙적으로 습관적으로 마치 은퇴 전 일처럼 할 수 있는 것들.

첫번째 방향을 요약하면~
은퇴 전 일을 하는데 걸리던 시간만큼 시간을 소비할 대체 활동(Activities), 영어로 표현하면 구체적인 그 무엇, What 에 관한 리스트를 만드는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비중있게 다룰 예정이다. 그만큼 중요 하니까.

두번째 방향은 실제로 같은 활동을 하고 같은 시간을 소비하더라도 덜 지루하게 하는 방법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How에 관한 영역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첫번째 방법은 각 활동을 시간별 요일별로 쪼개고 순서를 만드는 것이다.

무엇을 할지, 즉 What 리스트가 정해지면 그 활동들을 쪼개고 순서를 만들면 된다.

일종에 스케쥴링이다. 그렇게 하면 마치 은퇴 전 회사 다닐 때처럼 요일별, 시간대별 할 일이 생기는 거다.

원시인들이 매일매일 똑같이 반복되는 하루 또 하루, 그 다음 하루의 지루함을 달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새롭게 시작할 기회를 가지고 기간이라는 개념을 만들고 각각의 시간들의 순서를 구분하기 위해서 사용한 방법이 바로 쪼개고 단위를 만들고 순서를 정하는 방식이었다.

1년, 1달, 1주, 1일, 1시간처럼.

두번째 방법은 지루함이 느껴지지 않도록 순서와 할당된 시간의 변화를 주는 것이다.
학창시절 시간표를 떠올려 보라 국어 산수 사회 자연 각 1시간씩 중간에 점심 시간도 있고 하루 종일 산수만 하면 얼마나 지겹겠는가? 수학 천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본인이 하는 활동들을 세분화하고 적절히 로테이션함으로써 지루할 틈을 만들지 말자.

세번째 방법은 학교나 회사 다닐 때처럼 상벌(인센티브와 패널티)을 스스로 행함으로써 보람과 성취감을 얻을 수 있고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강제성도 얻을 수 있다.

네번째 방법은 모든 활동을 게임처럼 놀이처럼 하는 거다.

회사일 하면서는 하루 밤도 못 새는 사람이 고스톱 칠 때는 삼일 밤낮을 쳐도 끄떡 없다. 왜?
재미 있으니까!

나중에 프레임(Frame)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게 될 텐데 결국 게임, 놀이의 프레임으로 모든 활동들을 하면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너무도 잘 아는 톰소여의 모험에서 톰이 친구들을 골려 먹었던 일화처럼 말이다.

어느 날 톰은 말썽을 피워 그 벌로 혼자 담장을 페인트로 칠해야 했다.
몇 시간 후 어떻게 되었냐고? 페인트는 톰의 친구들이 칠하고 톰은 나무그늘에서 지시만 하고 있었다. 톰이 친구들에게 돈을 받고 그 벌(담장에 페인트 칠하는 것)을 판 것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하냐고? 프레임을 바꾼 거다. 벌에서 놀이로. 페인트 칠은 어른들이 보면 노동이고 벌이지만 혈기왕성한 애들에게는 놀이인 것이다. 

돈 주고 살 만큼 재미있는….

돈 받고도 안 할 일을 돈 주면서까지 하는 것이 그것 뿐이랴?
서바이벌 게임, 해병대 캠프는 또 어떻고 …

세번째 방향은 똑 같은 일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방식으로 하는 것이다. 영어로 표현하면 Speed에 관한 영역이다. 잘 이해가 안 된다?

동남아 공무원들 일하는 방식을 생각해 보라 인천공항에서 10분 걸리던 일이 30분 걸린다.

그들이 하는 것처럼 천천히 느릿느릿 하는 거다. 나무 늘보를 보라. 슬로 비디오처럼 행동한다. 이 방면에서는 생활의 달인이다.

은퇴 전에는 1시간에 하던 일을 2시간에 하는 거다. 수학적으로 은퇴 전 하루에 하던 일의 반만 해도 하루가 지난다는 얘기다.

쉬워 보이는가? 느리게 사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다

“빨리 빨리“가 닉네임인 대한민국 국민의 경우 뼛속까지 새겨져 있는 빨리빨리 DNA를 거스르기 정말 어렵다.
직장생활 내내 바쁘게 살아온 월급쟁이의 습관을 고치기는 더더욱 쉽지 않다.
숙달 될 때까지 몸에 밸 때까지 피나는 연습이 필요하다.

느리게 살자. 밥 먹을 때도 천천히 오래오래 씹고, 동네 마트에 갈 때도 가장 빠른 지름길이 아니라 가장 시간이 오래 걸리는 길로 가자, 마트에 가서도 살 것만 빨리 사서 오지 말고 이것 저것 구경하며 돌아 보자, 지금 당장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다음날 또 오던지 다른 마트도 가보자.

경치가 좋거나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커피만 마시고 나오지 말고 천천히 경치나 지나 다니는 사람들 구경도 하고 책도 보고 사색도 하고 느긋하게 여유를 즐겨 보자.

은퇴 전 할 일은 많고 시간이 없을 때 신봉하던 최고의 덕목인 “빨리“  “효율적으로" 와는 반대로 “느리게“  “비효율적으로" 살아 보자. 최소한 시간에 관해서 말이다.

꼭 지겨운 시간을 효율적으로(?) 소비하기 위한 방편으로서의 “느림“ 만이 아니라 여유를 가지고 천천히 하다 보면 바쁘게 서두를 때는 보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볼 수가 있다.

이윤기의 시인의 <내려올 때 보았네>의 시구처럼
“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

느리게 살다 보면 바쁘게 살 때는 미처 보지 못한 숨은 보물들이 주변에 넘쳐난다.
이 또한 느리게 사는 삶이 주는 또 하나의 선물이다.

“느림“ 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은 너무 많다.

우선 마음의 여유다. 남과 상관없이 내 맘대로 내 페이스대로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다.
더 오래 바라볼 수도 더 오래 머물 수도, 그러기에 느림으로 바라보는 사물들 자연은 더 풍성하다.
빠르게 지나가는 영화를 볼 때와 명작 소설, 시집, 한 장의 사진을 볼 때의 차이라고나 할까?
은퇴 후에는 “빠르게 더 빠르게“ 에서 “느리게 더 느리게“ 로 생각을 바꾸자
남아도는 시간이 더 이상 지겹지 않고 두렵지 않게 만들어 주는 마법이니까.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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