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선의 컬처&마케팅]

“지금 아웃도어 매장이 몰락하고 있어. 경제가 심각해”

며칠 전 스포츠 운동화 다국적 기업의 부사장이 유령처럼 으스스하게 한 말이다. 온라인 몰의 영향이 물론 크지만 이제 집집마다 신발과 운동화들이 많아서 아주 특이하거나, 완전 싸거나 버킷리스트 명품 아니면 안 산단다. 일자리는 줄고 시장은 마르고 메이커는 몰락하고... 거기만 그런가? 화장품, 의류, 먹거리 매장도 상황은 비슷하다. 배달 앱의 성업으로 앞으로는 집에 주방조차 사라질 것이라고 가전회사들은 전망한다. 여기에 인공지능(AI)까지 가세한다면 일자리, 인간의 자리는 점점 없어질 것이다. 그러면 건강한 웃음도 사라진다.

Ⓒ픽사베이

인구절벽에 스몸비까지

‘인구절벽’이라는 말을 곱씹어 보자. 이는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The Demographic Cliff』에서 인구와 구매를 기준으로 제시한 개념으로, 40대 중후반 인구가 줄어 소비 위축 현상이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면 생산도 팍 준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이 이 절벽에 떨어진 것이다. 헨리 덴트는 한국은 2018년부터 인구절벽이 시작된다고 예고한 바 있다.

실제로 내 주위의 지인들은 위스키 노, 명품 노, 골프 노고 대신 막걸리/파전 오케이, 차보다는 워킹(Walking) 오케이로 바뀌었다. 이게 인구절벽의 실제 모습이다. 아웃도어 몰락, 제조업 위기, 인공지능 대체, 환경파괴와 기후변화, 인구절벽... 여기에 하나 더. 스몸비(smombie)가 있다. ‘스마트폰’과 ‘좀비’를 합성한 것으로 스마트폰을 보느라 거리에서 넋 빠진 시체처럼 걷는 이를 빗댄 말이다. 2015년 독일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대화와 웃음 대신 거리에 넘쳐나는 이들 스몸비들을 보다보면 무서운 불안감이 엄습을 한다.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으로 일(경제)과 가치와 거리활력을 만들 것인가?

나는 사회혁신이 그 답 중의 하나라고 믿는다. 내가 있는 서울혁신파크는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거의 다 놀랄 정도로 새롭고 다르며 활력이 넘친다. 자원 재활용, 골목문화 재생, 옥상 문화, 숲과 일자리 연계, 메이커 팹랩/공동체 리빙랩, 목공, 색다른 푸드 문화, 자전거/퀵보드 등의 이동수단 실험, 대체 에너지와 휴(休), 비전화(非電化: 전기와 화학제품을 쓰지 않는 삶) 부문 등에서 250개 단체 1300여 활동가들이 테스트하고 실생활에 적용하고 있다.

이들이 도시의 삶을 전환하고 있다. 얼마 전 고한읍에서 골목정원 박람회와 마을호텔 개념을 적용하여 미디어에서 주목받은 세눈 컴퍼니, 장난감 재활용산업을 주도하는 금자동이, 도시 집수리 아카데미를 하는 적정기술 공방, 네덜란드와 연계하여 옥상 문화를 펼치는 열린 옥상 조합, 물의 순환과 인간의 몸 등으로 전기를 만드는 대체에너지 연구소, 시소(수목관리와 놀이를 접목하는 단체. 산림청에서는 숲과 일자리를 연계하는 ‘그루 매니저’라는 직업을 만들고 있다.) 등이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하여 다양한 가능성을 테스트 중이다.

이들이 외연을 넓히는(대규모 아파트, 지자체, 대학교 캠퍼스 등으로) 5년 이내면 타도시들은 서울혁신파크의 진정한 위용을 알게 될 것이다. 과거가 성장으로 크는 사회였다면 이제는 재생과 전환으로 생활의 기초단위까지 단단해지는 사회가 올 것이다. 그러면 거리가 다시 웃게 될 것이다. 그 흐름에 공감하여 나는 서울혁신센터에 국내 최초로 ‘웃음 문화 TF’를 신설하고 기획팀을 ‘전환기획팀’, 공간 운영팀을 ‘공간 증강팀’으로 개칭했다. 

인구절벽, 스몸비 도시는 새롭고 다르고 재미있고 인간적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아웃도어 매장이 무너지는 것이 도시의 위기는 아니다. 도시를 바꾸는 혁신+전환에 무관심하고 여전히 기존의 ‘뚱뚱한 성장(파타고니아 CEO 이본 쉬나드의 표현)’만 쳐다보는 것이 진정한 위기다. 한국은 다양한 사회혁신으로 이 시대의 위기를 넘어가야 한다. 사회혁신은 시대의 새 비전이다.

 황인선

현 서울혁신센터장. 경희 사이버대 문화커뮤니케이션학부 겸임교수. 춘천마임축제 총감독, KT&G 미래팀장, 제일기획 AE 등 역임. 컨셉추얼리스트로서 마케팅, 스토리텔링, 도시 브랜딩 수행. 저서 <꿈꾸는 독종>, <동심경영>, <생각 좀 하고 말해줄래>, <컬처 파워> 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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