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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민주주의[박정애의 에코토피아]
박정애 | 승인 2019.09.06 10:47

[논객칼럼=박정애] 21세기에 들어선 이후 세계 곳곳에서 신생 정당들의 승전보가 울려 퍼졌다.

2015년 스페인의 포데모스 정당이 국민당, 사회당의 양당 구도를 깨고 원내 3당으로 올라섰다. 당시 포데모스는 창당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은 완연한 새내기 정당인데도 눈부시게 빠른 성과를 이루어 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지역 정당인 바르셀로나 엔 코무에서는 2015년에 바르셀로나 최초의 여성 시장이 탄생했다. 2016년에는 로마에서도 사상 최초의 여성 시장이 당선되었는데, 그녀 역시 신생 정당인 ‘오성 운동’의 당원이었다. 이러한 파죽지세의 기운은 아이슬란드의 해적당 국회의원인 한 여성을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로까지 거론되게 하는 힘을 발휘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최초의 여성 시장 아다 콜라우 ⓒBarcelona en Comú

국민들이 이와 같은 신생 정당들에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기득권 정당들의 행태에 누적된 염증과 실망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기성 정당들의 주류가 남성들이다 보니 그 반대급부로 여성들이 두각을 드러내는 것이 아닐까 싶다. 바야흐로 민중은 새로운 정치, 진짜 민주주의를 원하고 있고 신생 정당들이 그 열쇠를 쥐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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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그 열쇠는? 그들이 펴 보인 손바닥 위에는 루미오, 브리게이드, 데모크라시OS, 폴리스, 디사이드 마드리드, 거브제로, 오픈노스, 오픈미니스트리, 유어프라이어리티 등과 같은 온라인 서비스 시스템이 놓여 있었다. 들어가고 싶은 방의 이름은 ‘진짜 민주주의’이고 말이다.

먼저 루미오는 의사결정 플랫폼인데 창당 1년 만에 스페인의 제3당으로 떠오른 포데모스가 활용한 온라인 시스템이다. 브리게이드는 수없이 많이 올라온 글들 중 의견이 비슷한 사람끼리 그 후의 실천을 모색할 수 있게 연결해주는 특징이 있다. 디사이드 마드리드와 거브제로는 활발한 시민 참여를 유도하는 포털 사이트이다. 공약 제시, 후보 추천, 당선자의 활동 방향 및 감시 등에 머무르지 않고 시민들이 직접 법안 발의에까지 참여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서비스도 있다. 즉 입법 기관인 국회나 대통령, 국무총리뿐만이 아니라 시민들도 법 제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입법권을 실현하기 위한 시스템. 그것은 바로 핀란드의 오픈미니스트리와 에스토니아의 유어프라이어리티이다.

과거 우리 사회를 지배해온 민주주의 담론은 크게 두 가지였다. 반공 민주주의(이승만, 박정희)와 반독재 민주주의(4.19, 5.18, 6월 항쟁 등을 통해 발화)가 그것이다. 하지만 혁명이나 항쟁이라는 이름으로 민주주의를 쟁취해 냈다고 해도 새로 들어선 정부에 얼마 못 가 실망의 한숨을 내쉬게 된다. 한숨의 횟수가 많아지면서 정치 냉소주의나 더 심각하게는 혐오에 빠져들기도 한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인에 대한 불신만 키워간다. 그러면서도 투표 이외에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정치에 참여할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는 인색하다.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수십 년간 경험했으면서도 말이다.

하지만 진짜 민주주의는 대표가 이룩해주지 않는다.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꾸준히 주체적으로 참여하고 감시할 때 거둘 수 있는 달콤한 열매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새로운 담론을 세우는 일이다. 민주주의의 민주화가 필요한 시점이랄까. 지금까지 제시한 인터넷에 기반 한 직접 민주주의의 성공사례들을 벤치마킹해서 우리나라에도 더 나은 민주주의를 위한 활발한 실험들이 나타나기를 소망해 본다. 아울러 나부터 이런 실험의 주체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박정애

시인이자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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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애  bock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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