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바이칼(Lake Baikal)

고양이가 주인이다

민속촌에 왔다고 생각하면 된다.
오로지 통나무만으로 지은 여러 모양의 집들이 숲속 너른 들판의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다.
이르쿠츠크에서 68km 떨어져 있는 딸지박물관(Taltsy)은 그 옆으로 바이칼이 흐르기에 옛날에는 어부들의 마을이었다.
어부들은 모두 떠나고 지금은 관광 민속촌으로 탈바꿈했다.
사람들은 살지 않고, 기념품 가게가 몇 있는데 아기자기하고, 값싸고, 예쁘다.
사람들이 떠난 마을에 고양이가 주인이 되어 살아간다.
딸지박물관에 가면
오른쪽의 민속촌은 반드시 구경할 것이지만
왼쪽에 있는 바이칼의 끝자락에 손을 한번 담그는 세례(洗禮)를 잊지 말 것이며,
기념품을 하나라도 살 것이며,
고양이를 만나거든 ‘쓰다듬 쓰다듬’ 해주기를 잊지 말 것이다.

바이칼 호수에서 발원(發源)한 유일한 강인 안가라강 변에 있는 딸지박물관, 목조건축물과 민속품을 전시하는 일종의 ‘민속촌’으로 러시아의 한가로운 전원풍경을 느낄 수 있다. 그런데 보라는 옛 목조건물보다 푸른 강변에 흐드러지게 핀 분홍바늘꽃과 고양이가 더 눈에 들어왔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여자는 영원히 여자

남자의 갈비뼈 하나를 취해 여자를 만들었다 하는데
왜 여자는 남자와 그렇게 판이하게 다를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은 비슷한데
왜 축제의 옷은 천양지차로 다를까?

인생의 희로애락은 똑같이 주어졌는데
왜 웃음의 크기는 서로 다를까?

알려 하지 마라.
세상을 살다보면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것을 깨달았을 때 그대의 인생은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그러므로 청춘 시절에 인생을 한껏 즐겨라.

바이칼 인근의 가장 큰 도시인 이르쿠츠크. 횡단열차를 이용해 바이칼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도시다. 1825년 ‘차르 체제’에 항거해 혁명을 일으켰다가 실패한 귀족 청년(데카브리스트) 120여 명이 유배당해 상당수는 죽고, 일부가 살아남아 유럽풍의 도시를 가꿔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린다. 그곳 바이칼 축구경기장에서 ‘유라시아친선특급’ 단원들과 현지 주민들이 참여한 문화축제가 열렸다.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천상에서 내려온 아이들

지금 머물고 있는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없으나
아이들이 내려온 곳은 분명 하늘나라이다.
이 옷을 바위틈에 숨겨 놓으면 하늘나라로 돌아가지 못하고
어여쁜 처녀가 되어
지상에서 한 남자와 살아야 할 것이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의 미소에서
내가 잊었던
순수함이 무엇인지 조금이나마 깨닫게 된다.

티없이 맑은 어린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보는 사람 또한 맑고 밝게 만드는 천사다.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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