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스포츠와 3분 과학]

[오피니언타임스=이상주] 메이저리거 류현진(LA 다저스)과 테니스 스타 라파엘 나달(스페인)의 공통점은?

세계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갖춘 운동선수라는 점이다. 또 왼손잡이라는 점이다. 류현진과 나달이 뛰는 야구장과 테니스코트에는 왼손잡이 강세 현상이 있다. 여느 종목에 비해 상위권 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이 높다.

지구촌 인구는 오른손잡이가 90% 가량으로 주류다. 왼손잡이는 10% 정도인데, 한국은 5% 내외로 추정된다. 세상의 기준은 다수인 오른손잡이 위주다. 글씨쓰기, 스마트폰, 옷의 단추, 가위, 무기, 엘리베이터 자판, 회전문, 버스 카드 단말기 등 많은 것이 오른손잡이에 맞춰져 있다. 오른손을 쓰는 사람이 편한 세상이다.

스포츠 문화도 오른손 친화적이다. 상당수의 연습장, 장비 등이 오른손 위주다. 골프가 좋은 예다. 한국프로골프협회 회원 6470명 중 왼손 골퍼는 한 명도 없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트랙을 도는 육상, 스피드스케이팅, 쇼트트랙도 오른발 선수가 유리하다. 시계반대 방향으로 코너를 돌 때는 오른쪽 다리가 원심력을 버텨주게 된다. 이는 왼발이 강한 사람에게는 불리함으로 작용한다. 야구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돈다. 좌타자가 1루까지 가는 데는 유리하지만 2루와 3루로 뛸 때는 오른손 타자에게 강점이 있다.

그러나 일부 종목에서는 왼손잡이가 더 능력을 발휘한다.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펜싱, 야구, 테니스, 복싱, 탁구 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15~30%에 이른다. 독일 올덴부르크대 플로리안 박사가 2009~2014년까지 5년 동안 활동한 최상위권 선수 100명을 분석했다. 그 결과 왼손잡이 비율이 야구 30%, 크리켓 20%, 남자 테니스 26%, 여자 테니스 19%였다.

이는 일부 스포츠에서 왼손잡이가 유리함을 의미한다. 왼손잡이 강점은 가깝게 접근하는 스포츠에서 보인다. 복싱이 그 예다. 오른손잡이가 평소대로 잽을 던지면 스텝이 맞지 않아 왼손잡이를 공략하기 쉽지 않다. 반면에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를 만나면 움직임 방향이 오른손으로 잽을 던진 뒤 왼손으로 결정타를 날릴 수 있는 여건이 된다.

Ⓒ픽사베이

축구도 1대1 경합에서는 왼발잡이에게 강점이 있다. 오른발 선수에게 익숙한 선수가 왼발을 잘 쓰는 선수의 패턴에 익숙지 않기 때문이다.

야구의 좌타자도 볼을 치는 순간 몸이 1루 쪽에 향하고 홈플레이트를 건너지 않아 우타자 보다 0.5초 정도 단축할 수 있다. 테니스도 어디밴티지 코트에서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의 서브를 받기는 쉽지 않다. 왼손잡이는 상대의 몸을 가로질러 대각선으로 받아넘기기가 수월하다. 라파엘 나달은 왼손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선수다. 별명도 '왼손 천재'다. 오른손잡이가 볼 때 공 스핀이 반대인 데다 리턴 방향을 예측하기가 어려워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농구도 왼손잡이가 유리한다. 한국농구연맹 등록 선수 중 왼손잡이 비율은 해마다 10% 미만이지만 허 재 전 국가대표 감독 같은 유능한 스타들이 보인다. 왼손 선수는 예기치 않은 방향으로 패스를 잘한다. 상대의 입장에선 곤혹스럽다. 왼손잡이는 대부분 양손을 잘 쓴다. 골밑슛 때 양손을 잘 쓰면 오른쪽과 왼쪽의 림 활용을 충분히 할 수 있다. 왼손잡이를 상대하는 수비수는 블록 슛 타이밍을 잡기가 힘들다. 그동안 주로 오른손잡이 선수에 맞춰 수비를 해 왔기 때문이다.

배구에서 라이트 포지션은 왼손잡이가 대우를 받는다. 왼손 거포로 이름을 날린 김세진 감독(OK저축은행)은 "라이트 포지션에서 왼손잡이는 세터를 바라보며 볼을 칠 수 있고, 볼이 머리 위로 넘어간 다음에야 때릴 수 있는 오른손잡이보다 유리하다. 반대로 레프트 포지션에서는 그만큼 불리하다"고 말했다.

왼손잡이의 유리함은 희소성과 규칙으로 풀이할 수 있다. 먼저, 희소성이다. 왼손 선수나 오른손 선수나 거의 오른손잡이와 대결한다. 왼손잡이 선수가 오른손을 주로 쓰는 선수를 만나면 자연스럽다. 그러나 오른손잡이 선수가 왼손잡이 선수를 만나면 낯설다. 가령, 테니스나 배드민턴에서 포핸드는 장점인 반면 백핸드는 약한 편이다. 왼손잡이가 강점인 포핸드를 구사하면 오른손잡이에게는 약점인 백핸드로 향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 같은 희소성은 빠른 반응 속도가 요구되는 종목일수록 효과적이다. 익숙하지 않은 유형 선수와 대결하는 입장에서는 예측하고 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긴 호흡의 경기는 예측과 대비가 가능하지만 빠른 반응의 종목에서는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다음, 경기 규칙이다. 야구는 전반적으로 왼손잡이에게 유리하다. 좌타자는 공격 때 오른손 투수의 공을 보다 잘 볼 수 있고 1루까지의 거리가 짧아 안타를 만들 확률이 높다. 왼손타자는 1루에 가까운 타석에서 공격하는 데 비해 오른손타자는 3루측 방향의 타석에서 스윙을 한다. 타격 후 1루까지 도달하는 데는 좌타자가 유리하다. 투수도 좌완은 세트 포지션에서 몸이 1루 쪽으로 향해 있다. 1루 주자를 견제하기에 쉽다. 씨름은 다리 삽바를 왼손으로 잡는다. 왼손이 강한 사람이 더 힘을 쓸 수 있다.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