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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9월만 되면 한국을 버리고 싶다[한성규의 하좀하]
한성규 | 승인 2019.09.24 10:08

대한민국 50년대생 남자

60년 넘게 죽자 살자 일만 했다. 6·25전쟁 중에 태어나서 죽을 고비를 몇 번이나 넘겼다. 전쟁이 끝난 후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아침에도 물을, 점심도 물을 먹었다. 마을을 가끔 지나가던 미군 트럭에서 튀어나오는 '쪼꼴렛'도 하나 못 먹어 보았다. 하루 종일 소 풀을 먹이고 저녁은 희멀건 풀죽을 먹고 고꾸라져 잠이 들었다.

힘이 좀 생기자 인근 지역에 고속도로 공사장으로 찾아갔다. 고속도로 공사장에서 자기 몸무게만 한 짐을 날랐다. 나이도 속이고 부탁하고 부탁해서 들어간 일자리 덕분에 그제서야 제대로 하루 세 끼를 먹을 수 있었다.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한 후에는 주말도 모르고 일했다. 일요일도 쉬고, 언젠가부터 토요일도 쉬라고 했지만, 그는 쉰다는 행동이 뭔가 어색했다. 예전처럼 토요일에도 일하고 일요일에도 일했다. 쉬는 날이라고는 8월 더위에 도저히 일을 못 할 즈음 휴가를 떠나는 이삼일이 고작이었다.

다시 굶게 될까 봐 땅 사

시간이 흘러 사방에 먹을 것이 넘치게 되었지만, 그는 항상 불안했다. 무슨 일이 터지면 다시 굶게 될 것만 같았다. 그는 벌어들이는 돈을 도저히 쓸 수가 없었다. TV를 보지 않을 때는 코드를 뽑아 두었고, 에어컨은커녕 선풍기도 2단 이상은 틀지 않았다. 겨울에는 내복을 겹쳐 입었다. 온돌은 온수만을 위한 장치였다. 은행에는 차곡차곡 돈이 쌓이기 시작했고 그는 자신의 어려웠던 어린 시절을 돌아보았다. 몇몇 동네 사람들을 벼락부자로 만들어 준 노른자 땅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흰쌀밥을 만들어 줄 땅 한평 못 가졌던 것이 가난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사 모으기 시작했다. 주말도 없이 매일 일을 하고, 돈을 벌어 늦지 않게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은 모조리 땅을 샀다.

Ⓒ픽사베이

빚내서 세금 내

7월과 9월은 재산세를 내는 달이다. 과세부담을 덜어준답시고 두번으로 나누어 내라며 인심을 써준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지방세법 제1조에서 제154조까지 154개나 되는 법 조항을 만들어 매년 땅이나 건물을 가진 사람들의 돈을 뜯어 간다. 이런 조항을 만든 것 같은 지방의회 의원들은 고액 연봉을 받아가며 미국이며 유럽으로 연수를 떠나서 관광만 한다. 의정 연수를 간다고 말만 하고 술집에도 가고, 가끔은 여행사 가이드도 때려 뉴스에도 나온다.

예전의 지방 공무원들은 다음 해 예산을 더 받기 위해서 도로를 뜯고 깔고, 다시 뜯고 깔고 했다. 요즘의 공무원들은 예산을 더욱 손쉽고 빨리 털기 위해서 외주를 줄 수 있는 일을 벌인다. 지방 축제고 지역 홍보고 뭐고, 요새는 다 대행사를 통해서 해버린다.

재산세 때문에 매년 2천만 원씩 빚을 내

그는 일을 그만둔 지 3년이 넘었다. 은행에 모아둔 돈은 첫해 재산세와 국민의료보험비를 내다보니 없어졌다. 재작년부터는 7월과 9월에 재산세를 내기 위해 1년에 2천만 원 가까이 빚을 낸다. 그는 지역 읍사무소에서 지역축제를 한다고 하면 귀부터 막고, 뉴스에 관공서만 나오면 눈을 감아버린다. 너무 열이 받아서 한번 터졌던 뇌혈관이 다시 터질까 봐 두려워서이다.

땅 가진 죄인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토지 공유개념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건물주와 토지주인을 비난하는 국민 여론도 높다. 주위에서도 그를 가진 자라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는 최근에 조금이라도 건강보험료를 덜 내기 위해서 차를 폐기처분했다. 그래도 보유한 토지 때문에 매달 건강보험료는 한달 식비만큼이나 나온다. 땅을 팔고 싶지만 10년 전부터 매물로 내놓은 땅들은 한평도 팔리지 않았다. 부동산 주인들은 경기가 나빠서라고 한다.

이중과세라는 것은 동일 소득원에 중복해서 이중으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동일 소득원에 대해서 국가가 소득세를, 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에다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세를 매기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아주 운이 좋은 일부를 제외한 보통의 사람들은 힘들게 돈을 벌어 소득세를 내고, 남는 돈으로 땅을 샀다. 땅을 산 돈은 분명히 소득세를 낸 돈이다. 그렇다면 재산세는 이중과세에 해당한다. 이에 한술 더 떠 재산세라는 놈은 매년 내야 한다.

나는 뉴질랜드 국세청에서 에널리스트로 일했다. 로빈후드로 대표되는 영국과 영연방에서 사람들은 세금이라면 질색을 하고 이중과세에는 게거품을 문다. 뉴질랜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세액공제 등의 제도를 정비했다. 뉴질랜드에서도 Rates라고 재산세를 지방정부에 내지만 은퇴자 등 연 수입이 없는 사람에게는 대폭 감면해 주고 있다.

요즘 ‘정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젊은이들이 지대가 높아서 살 집이 없고, 월세가 높아서 장사를 못 하는 것도 ‘정의’는 아니지만, 은퇴자들이 빚을 내서 매년 세금을 내는 것도 ‘정의’ 같아 보이지는 않는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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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규  katana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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