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오피니언타임스 청년칼럼공모전 수상작]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 작가의 신작 출판, 가수의 신곡 발표, 의학팀의 신기술 개발... 우리가 작은 날숨을 한 번 뱉어내는 지금 이 순간도, ‘새로운 것’은 끊임없이 다가오는 물결처럼 태어나 서핑 보드 밑 파도처럼 흐르고 있다.

2017년 통계청에서 정식 직업으로 인정, 초등학생 장래희망 1순위, 크리에이터. 우리 주위를 쉴 새 없이 덮어가는 콘텐츠를 잉태해내는 바로 그 직업,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청년들 사이에서 천정지부로 솟아오르는 것은 놀랍지 않은 양상이다. 콘텐츠의 소비자가 곧 생산자인 뉴미디어의 특성을 의식하고 보면 유튜브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세대가 10대와 20대라는 2018년 자료로, 크리에이터의 인기가 얼마나 되는지는 금방 유추할 수 있다.

오히려 청년들은, 모두가 크리에이터가 되길 묵언으로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4차 산업의 발전으로 인해 인적자원의 기반이 암기에서 창작으로 뒤집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토록 활발한 ‘창작의 시대’에서 창작은 양면성을 띄게 되는데, 쌓여가는 새 것에 대해 느끼는 사람들의 피로감이 바로 그 반증이다. 그 결과 아이러니하게도 사람들의 마음과 행동은, 새 것이 아닌 바로 옛 것으로 향하게 되었다.

Ⓒ픽사베이

단적인 예로, ‘뉴트로’(newtro)가 있다. 뉴트로는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로, 세련된 복고 문화에 트렌디한 새 것을 더한 것을 의미한다. 이 트렌드는 지금까지도 많은 인기를 얻으며 옛 신발을 복각한 운동화,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된 시티팝 등 패션, 디자인,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렇듯 새로운 것의 범람 속에서 나타나는 옛것의 조합은, 창작의 시대에서 다시 한 번 ‘편집의 시대’로 굴러가는 무게의 추를 보여준다. 아날로그와 첨단의 공존이 편집의 힘으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토록 편집은 한 시대의 트렌드를 강렬하게 불러오기도 하며, 많은 것을 풍부하게 만드는 기능을 갖기도 한다.

무언가를 창작해야한다는 것에 너무 고통을 받기 보다는, 편집과 큐레이팅을 통해서 나만의 취향을 조금씩 개발하며 강점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마일즈 데이비스 등의 유명 재즈 뮤지션들을 배출한 유서 깊은 재즈 음반사, 블루노트 레코즈는 한 힙합 프로듀서에게 레코드의 모든 재즈곡을 샘플링 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다고 한다. 샘플링이란 기존의 음악을 빌려와 새로운 음악을 만드는 것인데, 그 이후로 샘플링은 힙합 곡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실제로 지금도 유명 힙합 곡들은 재즈 음악에서 따온 것이 많다. 해외에선 칸예 웨스트가 샘플링을 비중 있게 사용하며 국내에서는 빈지노와 재지팩트의 노래에서도 재즈 샘플링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현재까지 핫한 힙합도 지난날의 재즈와 만나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옛 것을 떼어와 현재의 것과 버무리는 것. 그 면모가 지금, 편집의 시대와 많이 닮았다. 라이프스타일의 부상도 비슷한 맥락을 보여준다. 온라인 오프라인에 수없이 넘쳐나는 취향과 정보 속에서도, 나만의 일관적인 취향을 적용하여 개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편집하는 것이다.

창작의 급류에 올라타 그저 함께 휩쓸리기보다, 지나간 것도 조금씩 디깅(digging)해보며 그렇게 새 것과 접목시켜 더 많은 경우의 수를 얻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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