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원대 파생결합펀드 판매 우리,하나은행 등 소비자 피해 잇따라

우리,하나은행 등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 DLF로 손해를 본 고객들이 소송을 하기로 했다=YTN 뉴스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최진우]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의 무지막지한 손실률을 둘러싸고 은행 책임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이 수수료 수입에 눈이 멀어 위험한 상품을 제대로 고지도 없이 고객들에게 팔았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해외금리 연계 DLF 상품 투자금액은 지난달 기준 8224억원으로 이 중 99%에 해당하는 8150억원어치가 은행을 통해 판매됐다. 우리은행이 4012억원으로 가장 많고 KEB하나은행이 3876억원으로 뒤를 잇는다. KB국민은행(262억원), 유안타증권(50억원), 미래에셋대우증권(13억원), NH투자증권(11억원) 등도 소액이나마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해외금리 연계 DLF상품은 총 1698억원에 달한다. 이달에만 391억원어치가 만기도래하고 10월 499억원, 11월 761억원, 12월 45억원 등이다. 최근 만기가 도래한 DLF상품인 KB독일금리연계 전문사모증권투자신탁제7호(DLS-파생형)는 원금을 모두 까먹은 것으로 드러나 만기도래를 앞둔 가입자들은 충격과 공포에 휩싸여 있다.
기본적으로 DLF상품은 구조 자체가 위험하게 설계돼 있다. 해외금리 등 기초자산을 토대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수익을 내지만 거꾸로 조건에 미달하면 손실을 보는데, 수익률은 한정돼 있는 반면 손실률은 무한대로 떨어지는게 문제다. 이번에 논란이 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DLF상품은 최대 4% 정도의 수익을 낼 수 있는 반면 손실률은 100%가 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상품을 구입한 투자자 중 상당수가 개인이고, 개인들 중에서도 노령층이 대거 포함돼 있는 점은 매우 의아스런 대목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해외금리 연계 DLF상품 전체투자자는 3842명이고 이 가운데 개인투자자는 3654명에 달한다.
개인투자자 중 41.7%는 60대 이상인 것으로 추정된다. 60대가 25.4%, 70대가 12.5%, 80대도 3.8%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60대 이상 자산가들은 고위험 상품을 기피하고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투자를 선호하는데 원금 전액을 날릴 수 있는 파생결합상품, 그것도 최저투자금액이 1억원인 상품을 대거 구매한 배경이 궁금할 정도다.
투자자들은 "프라이빗뱅커(PB)들이 상품 판매과정에서 투자원금을 날릴 수 있는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을 집중 홍보하는 바람에 투자했을 뿐"이라며 "이렇게 위험한 상품인줄 알았다면 애초부터 가입시도조차 안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금융감독원 역시 상품 판매과정에서 은행측의 불완전판매에 초점을 두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실적에 쫓긴 PB들이 무리하게 상품을 권유하는 과정에서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면 은행들은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옵션 투자를 해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단기간에 고수익을 낼 가능성이 있지만 거꾸로 순식간에 원금을 모두 날릴 수 있는 것이 파생상품의 고수익고위험 구조다. 더욱이 독일이나 영국 해외국채 금리같이 어찌 해볼 수 없는 ‘프로꾼들의 영역’에 해당하는 기초자산을 토대로 상품 설계를 했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막대한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은행과 국회, 금융감독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연일 사기계약 원천무효와 함께 손실 전액보상을 촉구하고 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에서 중재안이 나오겠지만 과거 사례를 보면 손실액의 20~50% 정도 선에서 중재안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은 보상이 충분하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 청구소송 등을 통해서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수수료 수입 수십억원에 눈이 멀어 수천억원의 손실을 고객들에게 떠안긴 은행들로선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은행들이 물어줘야 할 금액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수백억원은 족히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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