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와 사진작가의 14,400km의 여정] 바르샤바(Warsaw)7

서로 사랑하시나요?

인형을 맨 처음 만든 사람은 주술사였을 것이다.
짚이나 나뭇가지로 누군가를 꼭 닮게 만든 뒤
마구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그것을 훔쳐본 여자가
사랑을 배신한 남자를 만들어 더 심한 저주를 퍼부었을 것이다.
그러다 가슴이 너무 쓰라려 펑펑 울었을 것이다.
그러다 껴안고 잠에 들었을 것이며

그것을 훔쳐본 남자가
흥, 콧방귀를 뀌고는 짝사랑하는 예쁜 여자를 만들어
칼끝에 매달고 다녔을 것이다.

그것을 본 다른 남자와 여자들 모두
누군가를 닮은 인형을 만들었고
그렇게 4~5천년이 흘러 전 세계로 퍼졌을 것이다.

태초에 저주에서 시작해 사랑으로 마무리 되었으니
인형을 예뻐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설사 늙은 신랑신부라 할지라도.....

인형을 처음에 만든 사람은 한 사람을 ‘사랑해서’ 혹은 ‘저주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한 나라의 인형은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잘 보여준다. Ⓒ김인철
Ⓒ김인철

한 그릇의 밥이 있거들랑

내가 오늘 한 그릇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농부의 수고로움과
야채 장수의 노동과
요리사의 정성이 있기 때문이다.... 가 아니라
“그들의 이익 때문이다.”
라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이 100% 맞지만

내가 오늘 한 그릇의 밥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마음이 통하는 친구가 있기 때문이며
아늑한 공간이 있는 덕분이다.

그곳에 천장은 애당초 없으며 벽은 2개밖에 없으며
오가는 사람들이 흘긋거릴지언정
내 앞에 놓인 음식에 한없이 감사한다.

벽과 벽 사이에 아늑한 식당을 만든 장사치의 ‘이익’이 아니라
한 끼의 밥을 먹을 수 있는 배려가 고맙다.

바르샤바 옛시가지의 한 뒷골목. 가리개도 지붕도 없는 길거리 식탁에 자리 잡은 손님들이 지나는 이들이 쳐다보든 말든 자신들만의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다. Ⓒ김인철
Ⓒ김인철
달리는 횡단열차 식당칸에서 나온 한 접시의 식사. 그리고 열차 밖에서 열린 이런저런 행사 뒤 마주한 만찬 식탁. 그 어느 것이든 다 같은 한 끼의 양식일 뿐.... Ⓒ김인철
Ⓒ김인철

 

 김인철

 야생화 칼럼니스트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김호경

1997년 장편 <낯선 천국>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했다. 여러 편의 여행기를 비롯해 스크린 소설 <국제시장>, <명량>을 썼고, 2017년 장편 <삼남극장>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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