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단상=유튜브를 보다가]

우연히 본 개싸움 동영상.

누렁 강아지 두 마리가 ‘죽기 살기’로 싸웁니다.  서로 목덜미를 물어 뜯으며 사생결단입니다.  '2차 전'이라는 제목의 동영상은 5분여가 지나도 끝이 안 납니다.

약해 보이는 놈은 초반 이후 지속 열세임에도 악착같이 저항합니다. 깨갱~깨갱~ 소리를 지르고 버둥대면서도...

“저러다 죽겠네~”

큰 개들이라면 벌써 한 마리는 피를 철철 흘리고 쓰러졌거나, 아니면 죽거나,  도망치거나 했을 상황.  살생의 야생본능을 가감없이 보여주는 동영상엔 “동영상 찍지말고 개싸움부터 말리라”는 댓글마저 달려 있습니다.

정작 흥미로운(?) 건 싸움을 말려야 할 어미가 새끼들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는 점. 어미는 싸우는 새끼들 곁으로 다가왔다간 냄새만 킁킁 맡고 다시 멀어집니다. 별일 아니라는 듯 비켜서는가 하면, 주위만 빙빙 돌다 맙니다.

이 '기묘한 현상'은 댓글을 보고서야 다소 이해가 됐습니다.

“한창 자랄 때 강아지들이 서열싸움을 지독하게 한다”  “특히 진돗개의 경우 서열싸움이 더 한데, 어미는 강아지들 싸움에 끼어들지 않는다”  “다행스러운 건 이빨이 다 자라지 않아 서로 물고 뜯어도 그렇게 치명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어미가 새끼들 싸움을 방치(?)한 데는 나름 이유가 있었던 겁니다. 형제간 서열을 잡고 전투력까지 길러주려는 지혜라고 할까.  격하게 싸우던 강아지들도 영상 말미엔 언제 그랬냐는 듯 싸움을 멈추고 화해하는 모습입니다.

'개들도 싸우다 화해하는데, 대한민국의 보수-진보진영간 이전투구(泥田鬪狗))는 언제 끝나나?'

개싸움을 보고 문뜩 든 생각입니다.

조국사태 이후에도 이념싸움에 몰입해 있는 보수와 진보진영에 화해란 단어가 들어설 틈은 여전히 없습니다. 

한편에선 “개 싸움은 내가 하겠다” “조국수호” 깃발을 들고 SNS 의병을 자처하고, 다른 한편에선 “대한민국 망했다”며 ‘대통령 하야 7가지 이유’가 적힌 삐라같은 팸플릿을 뿌려대는 현실.  무한투쟁으로 치닫는 진보와 보수가 ‘개들보다 더 무서운’, 아니 ‘개만도 못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게 아닌지...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