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은퇴 전 서울에 살 때는 운 좋게도 '예술의 전당' 가까이에 살았다. '예술의 전당'은 크고 작은 다양한 문화 공연과 전시로 문화생활을 위한 최적의 장소다. 또한 우면산 자락에 붙어있어 산책과 가벼운 등산으로도 적합한 환경을 제공한다.

나의 '예술의 전당' 방문은 보통 산책과 문화활동을 겸한다.
육체를 건강하게 하는 운동과 영혼을 충만하게 하는 문화활동의 컨버젼스, 한 마디로 일석이조다.

이곳 부산으로 이사온 후에 놀란 것이 하나 있다. 제목에서처럼 부산은 축제의 도시라 할 만큼 크고 작은 다양한 축제로 넘쳐난다. 해운대에서 개최되는 제법 큰 축제만해도 부산바다축제, 송정해변축제, 해운대 해맞이 축제, 해운대 북극곰축제, 해운대 달맞이온천 축제, 송정정월대보름축제 등 매주 축제가 없는 날이 거의 없다고 느껴질 정도다.

1년동안 부산에서 열리는 축제가 정확히 몇 개나 되는지에 대한 개인적인 궁금증과 이 글을 쓰기 위한 팩트 확인 차원에서 부산시, 부산관광공사, 각 구청 등 관련 기관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기도 하고 심지어는 직접 담당자와 통화도 해 보았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1년간 부산에서 개최되는 축제가 정확히 몇 개인지 알 수 없었고, 알고 있는 사람도 없었다.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시비를 하거나 누구를 탓하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정확한 개수를 알지 못할 만큼 축제가 많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나의 짐작으로는 줄잡아 수백은 되는 듯 하다. 거의 매주, 때로는 몇 개 구에서 거의 동시에 축제를 할 때도 있다.

이러한 다양한 축제들은 모두 똑같은 '축제(Festival)' 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있지만 특산물 축제, 계절 축제, 불꽃 축제 등 단순 관람과 체험을 위한 축제들과 내가 얘기하고자 하는 문화 예술 축제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내가 소개 하고자 하는 축제들은 2019년 부산의 수많은 축제 중 이번 주제와 부합하는 문화 예술과 관련한 축제로서 그 중 내가 직접 체험한 인상 깊었던 것들이다.

모든 사람들이 너무나 잘 아는 대표 축제인 부산 국제영화제, 불꽃 축제 등은 제외했다.

1. 해운대 모래축제

해운대 모래축제는 2005년 6월 APEC 정상회담 개최를 기념하기 위해 처음 열렸다.

해운대해수욕장 모래를 이용한 친환경 축제라는 호평을 받으며 45만명의 관람객을 동원하며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 후 해마다 프로그램도 다양해지고 방문객들도 늘어 2008년에는 120만명이 다녀갔다. 2009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에 의해 문화 관광축제로 선정되었으며, 특허청에 상표 등록을 추진하여 '해운대 모래축제'라는 고유 브랜드를 가지게 되었다. 올해인 2019년에는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을 수상하였다.

이렇게까지 장황하게 축제를 소개하는 이유는 주체 측과 관람객 모두가 인정하고 만족하는 제대로 된 축제이기 때문이다.

다른 행사들과 마찬가지로 개막행사 등과 같은 요식적인 행사는 물론 슈퍼아마추어 모래조각대회 등 일반인 체험 행사를 비롯하여 EDM 샌드클럽, 거리퍼레이드, 해운대 버스킹쇼 등 많은 독특한 행사들이 곳곳에서 열렸다.

그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세계모래조각전이다.

해운대 모래축제를 빛낸 작품들 Ⓒ신재훈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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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세계모래조각전

2019년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일본, 중국, 벨기에, 캐나다, 이탈리아, 네덜란드 등 8개국 14명의 유명 샌드아티스트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의 작품은 축제가 끝난 후에도 약 보름간(사실 무너지지만 않으면 한달 까지도 작품을 볼 수 있다) 계속 전시된다.

축제가 시작된 이후에도 완성 안된 작품들이 제법 있었다.

제작 일정을 못 맞췄는지, 아니면 작품 제작 과정에 대한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 시켜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늦게 완성을 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유야 어떻든 그 덕에 모래조각을 완성하는 과정과 아티스트의 작업 모습을 생생히 지켜보는 행운을 누릴 수 있었다.

조금만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왜 늦어졌는지에 대한 대답은 명확하다.

프로인 아티스트들이 제작 기간을 못 맞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

작품만이 아니라 제작 과정을 하나의 예술적 퍼포먼스로 보여주고자 했던 작가들의 열정이 만든 의도된 참사(?)였던 것이다.  

올해 해운대모래축제의 주제는 “ Music, 모래와 만나다“였다.

신화에 나오는 인물을 형상화한 작품과 추상적인 작품 몇몇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작품이 음악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각 음악 장르별 거장들이다.

바하, 베토벤, 모짜르트 등 클래식 거장들과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퀸, 지미 핸드릭스, 마이클 잭슨, 마돈나, 밥 말리 등 유명 팝 아티스트 그리고 조용필, 김광석 등 가요의 대표 아티스트들의 가장 대표적인 모습들을 조각하였다.

또한 야간을 위한 조명은 주간에 비해 모래의 재질적 특성과 한계로 인한 디테일에서의 단점을 강렬한 콘트라스트로 상쇄시켜 더 강렬하고 극적인 이미지를 만들어 준다.

게다가 조각 옆 작은 스피커를 통해 해당 아티스트들의 대표 곡들이 BGM으로 깔린다. 아티스트의 생생한 조각도 보고 음악도 듣고 눈과 귀가 호강하는 작품이다.

Ⓒ신재훈
Ⓒ신재훈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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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해운대 모래축제 기간 동안 거의 매일 사람들이 별로 없는 아침 이른 시간에 한번 그리고 해지기 1시간쯤 전부터 조명이 켜지는 늦은 밤까지 또 한번 모래조각들을 보러 왔다. 그러나 역시 작품을 감상하기 가장 좋은 시간은 조명이 켜지는 밤이다.

밤 바다를 배경으로 조명과 음악과 한데 어우러진 작품들은 한마디로 낭만 그 자체다.

조각 작품들 옆 스피커에서 나오는 음악은 작은 볼륨과 관람객들의 소음으로 인해 거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내가 누구인가? 음악을 미치도록 사랑하고 직장인 밴드로 활동하는 소위 음악인 아닌가? 이런 문제쯤은 간단히 해결할 비장의 무기가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니라 자체 음향 시스템을 준비하는 것이다.

해당 아티스트들의 대표 음악이 저장된 휴대폰, 그리고 고성능 이어폰이다.

밥 말리의 조각을 보며 그의 대표 곡 No woman no cry를 들었다. 밤바다와 레게리듬과 경쾌한 멜로디를 듣고 있노라면 절로 어깨가 들썩여진다.

다른 거장 아티스트에 비해 다소간 중량감이 떨어짐에도 밥 말리를 선택한 아티스트의 탁월한 예술적 감각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퀸의 조각 앞에서는 그들의 대표 곡 Bohemian Rhapsody와 We are the champion을 들으며 마치 한편의 오페라를 보는듯한 감동을 느꼈다.

지미 핸드릭스(Eric Clapton, Jimmy Page, Jeff Beck 등 당대 최고의 영국출신 기타리스트들을 능가하는 미국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이다. 나는 젊은 나이에 요절한 Jimi Hendrix를 특히 좋아한다)의 조각을 보며 그의 첫 앨범에 수록된 대표 곡 Purple haze와 Hey Joe를 들으며 그의 짧지만 강렬했던 기타 인생을 생각한다. 기타 줄을 이빨로 뜯으며 연주하고, 기타를 머리 위로 올려 연주하며 목으로 빙빙 돌리고, 심지어는 기타에 불을 지르는 등 감히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독보적인 무대 퍼포먼스를 떠올린다.

올해는 음악을 주제로 한 축제라서 나에게는 더 큰 즐거움과 감동을 주었다.
매년 장르를 달리하여 음악을 주제로 했으면 하는 혼자만의 꿈을 꾸어본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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