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오피니언타임스=김부복] 야마나시 한조(山梨半造∙1864∼1944)라는 자가 있었다. 제국주의 일본의 육군 대장 출신으로 조선 총독까지 지낸 자다. 그는 1927년 12월 10일 조선 총독으로 부임했다가 1929년 8월 17일 ‘신병치료’를 핑계로 사임했다. 짧게 ‘군림’하다가 물러난 것이다. 

야마나시는 임기 동안 엄청난 비리를 저질렀다. '독직사건‘이었다. 일본이 ‘식민지 지배사의 수치’라며 부끄러워서 쉬쉬할 정도로 챙기는 데에만 혈안이었다. 

▲부사에 양곡 취인소 설치 허가를 내준다며 7만 원 ▲동래철도 용지 불하조건으로 ‘거액’ ▲김제 만경평야 내의 국유지 불하 1만 원 ▲충남도청 대전 이전 뇌물 4만5000원 ▲연백 남대지 불하조건 1만 원 ▲가회동 갑부 중추원 참의 시켜준다며 5000원 ▲황해도 갑부 군수자리 내준다며 1만 원 ▲신의주의 황초평 이라는 섬 불하 조건 5만 원 ▲황해도 재령강 부지 불하조건 5000원…. 

꿀꺽한 돈이 대충 이런 식이었다. 큰 문제로 비화된 것만 9건이었다. 짧은 재임기간 동안 ‘통 크게’ 해먹고 있었다. 

땅값이 가장 비쌌던 서울 중심부 남대문로가 평당 600원이던 시절이었다. 야마나시는 이런 시절에 수십만 원을 꿀꺽한 것이다. 

제국주의 일본은 이 야마나시를 법정에도 세우지 않고 조사를 종결했다. ‘사임’ 시키는 것으로 얼렁뚱땅 마무리한 채 넘어갔다. 그래서 사임 이유도 ‘신병치료’였다. <日帝强占期 都市化 過程硏究 孫禎睦 지음> 

Ⓒ픽사베이

그들이 자랑하던 이른바 ‘황군(皇軍)의 체면까지 땅에 떨어뜨린 사건이었다. ‘총독’이라는 자가 이랬으니 ‘아랫것’들은 얼마나 설쳐댔을까. 단재 신채호(申采浩∙1880∼1936)의 유명한 글 ‘조선혁명선언’에도 언급되어 있다. 

“…토지세, 가옥세, 인구세, 가축세, 백일세(百一稅), 지방세, 주초세(酒草稅), 비료세, 종자세, 영업세, 청결세, 소득세… 기타 각종 잡세가 날로 증가하여 혈액은 있는 대로 다 빨아가고….” 

이렇게 빼앗은 것은 ‘세금’이라고 했으니, 아마도 ‘공식적인 수탈’이었다. 야마나시처럼 ‘꿀꺽’한 것을 합치면 ‘계산 불가능’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계산된 적이 있었다. 20여 년 전인 1996년 민족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식민지배 기간 일본정부 수탈에 대한 연구’라는 자료다. 조선은행 청산사무국이 발행한 ‘대일 재산청구내역’, 식산은행 민간주식보상대책위원회의 ‘대일청구권 보상에 관한 건의자료’ 등을 광범위하게 연구해서 만든 것이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일제가 수탈한 자금과 물자는 무려 464억 엔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부문 수탈 48억 엔 ▲금융부문 수탈 255억 엔 ▲물자 수탈 147억9000만 엔 등이다. 여기에 인력을 수탈하고 지불했어야 할 임금이 ‘최소한’ 13억4500만 엔이었다. 자료는 각 부문별로 상세한 내역을 나열하고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그러면서 464억 엔을 1945년 당시의 달러로 환산하면 31억 달러나 되었다고 밝히고 있었다. 1965년 한일회담에서 ‘경제협력’이라는 이름으로 받은 3억 달러는 그 10분의 1에 불과했던 것이다. 1945년부터 1965년까지의 인플레를 고려하면, 더욱 형편없는 보상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1945년 당시 미국 돈 31억 달러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미국이 원자폭탄으로 일본을 굴복시킨 ‘맨해튼 프로젝트’에 투입한 자금이 20억 달러였다. 20억 달러는 오늘날 화폐가치로 2500억 달러에 달하는 ‘거금’이었다. 1달러를 1200원으로 단순하게 따지면, 우리 돈으로 300조 원이나 된다. 

일제가 수탈해간 31억 달러는 ‘맨해튼 프로젝트’에 들어간 20억 달러의 1.5배를 조금 넘는다. 그렇다면 우리 돈으로 최소한 450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돈’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야마나시라는 자 등이 수탈한 ‘플러스 알파(α)’를 보태면 ‘한없이’ 어마어마해질 것이다. 돈으로 따질 수 없는 ‘국보급’ 문화재 등은 말할 것도 없다. 

이런데도 일본의 얘기는 시종일관이다. 일본 정부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얼마 전 기자회견에서 “1965년 당시 일본은 한국 국가 예산의 1.6배인 유∙무상 자금을 제공했다”였다. 그것으로 입을 씻은 지 오래라는 것이다. 

민족문제연구소가 자료를 발표했던 20여 년 전 언론은 “일제하의 수탈상을 구체적 수치로 보여주는 중요 연구로 평가되며, 대일 피해보상 요구의 뚜렷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었다. 

하지만 이 자료를 더 깊이 연구하거나, 일본에 들이밀고 ‘현실적인 보상’을 요구했다는 얘기는 ‘별로’였다. ‘과거 정권’ 때 만들어진 자료였기 때문인지.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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