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디의 프리라이팅]

[오피니언타임스=앤디]  평화로운 주말 오전, 엄마와 함께 장을 보러 마트에 가는 길이었다. 운전석에 앉자마자 음악 스트리밍 플랫폼을 열어 요즘 한창 꽂혀 있는 노래를 틀었다. 

그리고는 엄마에게, “엄마 나는 요즘 이 가수 노래가 그렇게 좋더라. 거의 매일 듣고 있어” 하고 말을 건넸다. 노래는 ‘낭만에 대하여’였고, 가수는 ‘최백호’였다. 노래를 틀면서 반응을 살피려고 엄마를 스윽 쳐다봤더니 표정이 복잡 미묘해 보였다. 우리 딸이 벌써 이 노래를 이해하고 좋아할 만큼의 연식이 된 건가 하는 다소 슬픈 표정이셨고, 실제로 세월의 야속함을 잠시 탓하셨다. 엄마도 좋아할 줄 알고 노래를 틀었다가 잠시 머쓱해져 있었는데, 다행히 최백호 님의 목소리가 차 안에 울려 퍼졌다. 

사실 서른 후반의 내 나이가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는데 얼마만큼의 영향을 끼쳤는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무려 24년 전) 목욕탕집 남자들이라는 드라마를 통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땐 어른들이 왜 이 노래를 좋아하시는지 도통 이해를 못했는데, 이제와 좋아하는 걸 보면 나이가 어느 정도 작용을 한 것 같긴 하다. 내가 최백호 님의 목소리에 빠지게 된 건 에코브릿지의 ‘부산에 가면’ 이란 노래를 듣고 나서부터였다. 노래를 듣는 순간 다른 가수의 목소리로 그 노래를 듣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여서 에코브릿지라는 가수의 콜라보 기획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었다. 이렇게 우연히 최백호라는 가수의 매력을 알게 되고나서부터 나는 그의 노래를 찾아서 듣기 시작했다. 

나는 노래를 들을 때 유독 가사에 집착하는 편이다. 개인적으로 낭만에 대하여란 이 노래는 가사가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이 노래의 가사를 곱씹으며 듣다 보면 가사 속 상황이 그려진다. 단 한 번 경험해본 적 없는데도 신기할 정도로 생생하게 그려진다. 노래 가사처럼 ‘궂은비 내리는 날 그야말로 옛날식 다방에 앉아 도라지 위스키 한 잔에다 짙은 색소폰 소릴 들어보면’ 어떨까 상상하면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사르르 번진다.

특히 낭만의 대하여란 노래는 그것을 들을 때마다 탄식을 내뱉고 마는 가사, 나만의 킬링 포인트가 있다. ‘이제와 새삼 이 나이에 실연의 달콤함이야 있겠냐 만은’ 바로 이 부분이다. 사랑에 대한 기회, 연애감정이 사라짐에 대한 중년의 애달픔 속에 (젊은이에게는 비교적 대수로운) 실연을 달콤하다고 말할 수 있는 그 나이의 경지와 내공에 매번 무릎을 꿇고 만다. 요즘 말로 이 노래 가사가 (낭만에 대해서 만큼은) ‘찐’ 일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나는 늘 이 킬링 포인트에서 찾는다. 

이 노래가 말하는 낭만을 완벽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더 많은 경험과 시절이 필요할지 지금으로서는 가늠이 되질 않는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노래를 들으며 10년 뒤 혹은 20년 뒤, ‘밤늦은 항구에서 그야말로 연락선 선창가에서 돌아올 사람은 없을지라도 슬픈 뱃고동 소릴 들어보는 ‘ 나를 상상해 보았다. 

그 날의 나는 ‘내 가슴이 잃어버린 것’, ‘내 가슴에 다시 못 올 것’에 대하여 그것이 그야말로 진짜 ‘낭만’이었음을 알고 있을 거란 기분이 든다. 

앤디

글을 쓰는 순간 자유롭습니다. 그래서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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