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의 삶과 사상 -탄신 250주년 특별기획

인간은 현재보다, 과거보다, 미래에 산다. 그리고 그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서 인간은 있는 노력을 모두 기울여 왔다. 그런 노력의 대부분이 자연 현상의 관찰과 직접 관련돼 있음은 물론이다. 왜냐하면 여러 가지 자연현상에서 관찰한 어떤 ‘무늬’(文)가 인간의 미래에 어떤 암시를 주는 신호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하늘의 별자리에 나타나는 무늬(天文), 땅 위의 산과 물 흐름이 만드는 무늬(地理⋅風水), 구름이나 새의 움직임에서 찾아낸 무늬(自然占) 등등에서부터 좀더 인위적인 무늬를 이용하는 <주역(周易)>이나 <정감록(鄭鑑錄)>까지의 예언술이 모두 같은 노력의 소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술수 일반에 대해 茶山은 그것은 학문 아니라 미혹이라고 단정한다.
茶山은 점(占)의 대표적인 형태인 사주(四柱)가 전혀 근거 없는 일이라는 것을 1671년(현종12년) 왕세자의 생일이 달력을 바꾸면서 9월로부터 8월로 옮겨야했던 예를 <국조보감>에서 들어 증명하고 있다. 역법(曆法)에 따라 사주는 멋대로 바뀔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공자나 항우의 사주로 말해도 그것은 모두 후세에 거꾸로 계산해 놓은 것이어서, 어떤 역법에 따르느냐에 따라 간지(干支: 10간 12지)가 전혀 달라진다는 것이다.

상론(相論)에서 관상에 대한 다산의 언급도 흥미롭다. 茶山은 “생활 습관이 용모(相)를 변하게 하고 이렇게 형성된 용모가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를 결정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용모(相)가 이와 같기 때문에 이룬 것이 저와 같다’라는 표현은 어리석은 것이며, 습관을 잘들이도록 칭찬하고 격려하면 누구나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산은 또 선비나 평민이 상(相)을 믿으면 직업을 잃게 되고, 경대부(卿大夫)가 상(相)을 믿으면 그 친구를 잃게 되고, 임금이 상(相)을 믿으면 신하를 잃게 된다고 지적했다. 공자가 ‘용모로 사람을 취했더라면 자우(子羽)에게 실수 할 뻔 했다’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과연 성인다운 말씀’이라고 다산은 평가했다.

茶山은 풍수에 대해서는 더욱 관심을 가졌다. 풍수론(風水論)을 써서 그 허망을 역설하는가 하면 <풍수집의(風水集議)>를 지어 풍수에 대한 고질적인 집착을 비판하고 있다.

 빼어나고 특출한 인물이 살아서 왕위에 앉아 명당에 자리잡고 세상을 잘 다스리고 백성을 잘 인도할 때도 오히려 그 자손은 마음대로 못하거늘, 그가 죽은 뒤에 무덤 속에 썩고 있으면서 아무리 산하(山河)의 형세가 좋은들 어떻게 그 자손을 도울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또 길에서 돈을 주우면 자기가 갖고 싶은 것처럼 길지(吉地)를 가진 사람이라면 위로는 부모의 혼을 평안히 하고 아래로는 자손의 행복을 위해 절대로 남에게 내줄 수 없는 보물이 될 것이다. 지사(地師)가 이런 큰 보물을 얻었다면 자기 부모를 장사 지낼 것이지, 어째서 고관의 집에 바치려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茶山은 또 풍수에 혹해 부모의 묘를 여러 번 옮긴 재상 중에 아들 없는 사람이 많고, 그런 짓을 하는 백성 중에 이상한 재난이 많다고 당시의 세태를 힐난한다.

이처럼 술수 일반에 대해 신랄한 비난을 퍼붓는 茶山이지만, ‘인간이 앞을 내다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아니다’라고 단정한 것은 아니다. <중용(中庸)> 24장에는 인간이 지성(至誠)하면 전지(前知)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至誠之道 可以前知).

이에 대해 茶山은 성인은 지성으로 하늘을 알고 그러므로 앞을 내다볼 수 있었으며, 성인만이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고 풀이한다. 따라서 곽박(郭璞)⋅이순풍(李淳風) 따위같이 사술(邪術)이나 귀물(鬼物)에 빙자하여 미래를 점친다는 얘기는 거짓이라는 것이다. 또 그는 귀신이 전지(前知)할 수 있다고도 믿고 있다.
/다산문화교육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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