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지난 두 번의 연재를 통해 일상에서 손쉽게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또 다른 종류의 문화 공간인 부산의 대표적인 야외 조각 공원을 소개했다.

앞서 소개한 을숙도 조각공원, UN조각공원, 천마산 조각공원이 순수 예술 작품을 전시한 조각 공원이었다면,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곳은 순수 예술은 아니지만 어른들에게는 옛 추억을 소환시키는 문화 공간이며, 낡고 소외된 옛 흔적 위에 새로운 감성을 더한 창조적 문화공간이자 부산의 대표 명소들이다.

첫 번째로 소개할 곳은 송도의 암남공원이다.
암남공원은 부산광역시 서구 암남동 산 193번지 일대에 있다.
송도해수욕장 건너편 해상케이블카 종착지라고 하면 더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암남’이라는 지명은 아미골, 아미산의 남쪽이라는 것에서 유래되었다. 원래 1972년 12월 30일 건설부 고시로 공원으로 지정되었으나, 군사보호구역에 묶여 한동안 출입이 통제되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이유로 다른 곳에 비해 자연이 잘 보전되어 1997년 시민들에게 완전히 개방될 때는 숲 산책로 1.9km, 해안 산책로 1.2km를 포함한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이곳 암남공원은 약 1억년전 형성된 퇴적암, 원시림, 100여종의 야생화와 370여 종의 식물 등 도심에서 보기 드문 자연 생태가 군락을 이루고 있는 원시 자연공원으로서, 해양성 식물이 자생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공원의 해안선 일대에는 공룡 발자국과 신석기 시대의 흔적이 남아 있다.

케이블카를 내리면 만날 수 있는 인간이 만든 실물 크기의 공룡 조형물들과 실재의 공룡 발자국들이 1억년의 시차를 두고 서로 조우하여 자연과 인공의 묘한 조화를 이룬다.

영화 ‘쥬라기 공원’의 첫 장면인 오래된 화석에서 공룡의 DNA를 추출하여 현재로 되살려내는 모습과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공원 곳곳에는 부산비엔날레에 출품되었던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영국 작가 데이비드 에비슨의 서로 다른 소재들의 조화와 어울림을 표현한 ‘은은한 선’, 프랑스 작가 데니스 말보스의 가장 인공적인 것과 자연과의 조화를 표현한 ‘100 심어놓은 하늘’ 등 14점의 빼어난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케이블카 하차장 옥상 스카이파크에는 어린왕자를 테마로 한 각종 조형물들과 로봇 태권 브이, 타임캡슐 등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많은 조형물들을 만날 수 있다. 

아래로 더 내려오면 공룡 조형물들과 다양한 산책로가 나온다.
숲 산책로와 해안 산책로 모두 걸을 수도 있고 그 중 한 두 코스를 선택하여 걸을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길을 선택하더라도 결국 거의 모든 산책로를 걷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걷고 있는 그 길이 너무 좋아 걷지 않은 다른 길에 대한 기대감과 욕심이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코스를 다 돌아도 1시간 반에서 2시간 정도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곳 암남공원에 오면 천혜의 자연인 울창한 숲과 바다, 그리고 해안절벽이라는 자연의 선물뿐 아니라 동심을 자극하는 공룡과 추억을 소환하는 어린왕자, 로봇 '태권브이'라는 인공의 선물도 함께 받게 된다. 모든 연령대가 함께 와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그런 곳이다.

송도해수욕장에서 암남공원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세가지다.
해상케이블카를 타고 가는 방법, 차를 타고 가는 방법, 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어 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처음 갈 때는 해상케이블카 타는 것을 권한다. 시간과 체력을 아끼기 위해서 이기도 하지만 해상케이블카 자체도 타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바닥까지 투명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다본 바다와 도심과 숲이 어우러진 모습은 말문이 막힐 만큼 아름답다. 아니 숨이 막힐 정도로 황홀하다.

케이블카를 타지 않고 갈 때에는 목적에 따라 차를 타고 가던지 해안산책로를 걸어 가면 된다.

해안산책로를 왕복으로 걷는 것은 제법 거리가 되는 쉽지 않은 길이다. 도착하기도 전에 지쳐서 정작 암남공원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수가 있으니 본인의 체력에 맞게 선택해야 한다.

10Km 정도는 거뜬히 걸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송도해수욕장 끝에 있는 해안산책로를 걸어서 암남공원으로 가 공원 곳곳을 둘러 보고 다시 해안산책로를 통해 송도해수욕장으로 돌아올 것을 권한다. 그것이 암남공원을 제대로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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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소개할 곳은 마을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곳, 다양한 벽화와 조형물로 가득한 감천문화마을이다. 지금은 부산을 대표하는 문화마을로서 부산시 전역에 산재해 있는 각종 문화마을의 시조새 격인 마을이다.

부산의 다른 많은 문화마을들과 마찬가지로 이곳 감천문화마을도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감성과 낭만의 상징은 아니었다. 오히려 6.25 전쟁으로 고향을 떠나 빈손으로 내려온 피난민들의 힘겨운 삶의 터전으로 시작되었다. 산자락을 따라 가파른 경사로와 계단, 그리고 미로처럼 형성된 좁은 골목길 등은 이곳에 살던 사람들의 고단하고 퍽퍽했던 삶을 짐작하게 한다.

그러나 지금은 그러한 것들이 감천문화마을의 독특한 아이덴티티가 되었다. 거의 모든 여성들의 로망이자 워너비 여행지인 산토리니, 친퀘테레, 마추픽추처럼 말이다. 

실제로 산비탈을 따라 계단식으로 들어선 파스텔톤의 집들과 미로들로 인해 한국의 산토리니, 한국의 마추픽추로도 불린다.

2009년 마을 미술 프로젝트인 ‘꿈꾸는 부산의 마추픽추’ 사업(프로젝트 이름을 통해서도 감천문화마을과 마추픽추가 비슷한 느낌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과 2010년 콘텐츠 융합형 관광 협력사업인 ‘미로미로 골목길 프로젝트’ 사업으로 환경정비와 벽화 사업이 이루어지며 현재와 같은 문화마을로서의 기반을 다졌다.

그 이후 관광객들의 감성을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카페, 공방 등 다양한 형태의 공간들이 들어서며 부산의 낙후된 달동네였던 이곳이 연간 185만명의 국내외 관광객들이 다녀가는 대표 관광명소가 되었다. 또한 감성공간 창조를 컨셉으로 낙후된 지역을 가장 Hot한 마을로 탈바꿈 시킨 모범적인 도심재생사업이 되었다.

그 중심에 바로 문화와 예술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문화와 예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사례이기도 하다.

요즘은 부산 관광의 필수 방문 코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어 국내 관광객뿐 아니라 중국 관광객들로 넘쳐난다. 가급적 사람들이 적은 시간에 여유 있게 돌아볼 것을 권한다.

짧은 시간 부산의 많은 곳을 돌아봐야 하는 관광객들에게 추천하는 코스는 오전부터 송도해수욕장, 해상케이블카, 암남공원, 천마산 조각공원 등을 돌아 보고 선셋 1-2시간 전부터 해가 지고 조명이 켜진 밤까지 이곳 감천문화마을을 마지막으로 돌아 보는 것이다. 완벽한 하루 코스로서 전혀 손색이 없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해질 무렵의 감천문화마을의 모습은 물론 레트로 감성이 물씬 풍기는 아담하고 정겨운 야경을 볼 수 있는 행운까지 얻게 될 것이다.

Ⓒ신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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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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