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유진의 청년의 눈]

[오피니언타임스=윤유진] 요즘 가장 뜨는 플랫폼은 아마도 유튜브(YouTube)일 것이다. 이 안에서 자신의 채널을 운영하는 사람을 ‘유튜버’라고 부른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이 많은 나는 수많은 유튜버들을 구독하고 있다.

요즘 들어 눈에 들어온 한 유튜버가 있는데, 그녀는 거침없이 수많은 명품을 사들이고, 자신을 위해 투자하는 콘텐츠를 보여준다. 그 모습이 나빠 보였다고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 유튜버의 ‘돈의 원천’이다. 그가 소비하는 천문학적인 돈은 어디서 나왔는가?

다른 사람들도 비슷한 질문을 했는지, 그 유튜버는 Q&A 영상을 들고 나와 돈의 출처를 밝혔다. 시작은 꽤 흥미로웠다. 본인은 18살 이후 부모님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은 적이 없으며, 오로지 열심히 일해서 번 돈으로 살아왔다는 것이다. 그렇게 쇼핑몰 운영과 모델 일, 그리고 방송 일을 병행하며 얻은 수익으로 적금을 들었고 꽤 큰돈이 됐다고 한다.

적금을 어디다 쓸지 고민하던 유튜버는 부동산으로 큰 돈을 벌었던 작은아버지로부터 조언을 얻어 강남의 한 아파트를 구입했다. 유튜버는 아파트 구입 당시 실제로 보러 갔는데 쓰러지기 일보직전이라 매우 실망했지만, 재개발될 수 있다는 조언을 듣고 구입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몇 년 뒤 그곳은 정말 재개발이 되었고, 돈방석에 앉았다는 어디서 들어본 듯한 이야기가 이 유튜버의 성공 스토리였다.

최근 흥미로웠던 또 하나의 부동산 관련 스토리 또한 유튜브에서 봤다. 영상의 제목은 이름하여 ‘가장 비싸게 거래된 집값 순위 TOP 10’. 무려 21억원에 거래된 아파트가 다 허물어져가는 폐가 수준이었다는 내용이다. 아이러니한 것은, 강남의 다른 아파트들과 달리 제대로 된 주차장마저 없어 아파트 앞에 아무렇게나 주차된 차량들이 모두 비싼 외제차들이었다는 점이다.

Ⓒ픽사베이

자, 이쯤 되면 감이 올 거라고 생각한다. 외제차를 소유할 만큼의 재력가들이 굳이 허물어져가는 아파트에서 사는 이유, 굳이 이 허물어져가는 아파트를 구입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재개발로 인한 이윤을 노리는 것이다.

부동산 투기는 대한민국 태초부터 존재했다고 할 수 있다. <응답하라 1988>의 마지막 장면에서도 주인공의 부모님이 당시 허허벌판이던 판교로 이사가는 장면이 등장한다. <고백부부>에서도 시간을 되돌려 20년 전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부모님에게 판교에 투자하라고 절실하게 설득한다. 이렇듯 ‘지금 알고 있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가장 먼저 투자처로 떠올리는 것이 부동산일 것이다.

부동산으로 돈방석에 앉는 경우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예상치 못한 행운. 둘째, 엄청난 정보. 사실, 첫 번째의 확률이 너무 희박하다. 우연히 내가 사는 아파트가 재개발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다. 그렇다면 두 번째인데, 그 정보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비즈한국 12월 4일자 기사에는 이런 구절이 있었다. “서울특별시 고위공무원이 강북 최대 재개발 지역인 ‘한남3구역’ 내 단독주택을 서울시 건축심의 통과 두 달 뒤 매입한 것으로 비즈한국 취재결과 드러났다. 당시 재개발사업의 환경영향평가를 검토한 부서장으로서 이해충돌 및 투기 의혹이 제기된다. 매입 시점은 정부가 ‘집은 투자가 아닌 거주 대상으로 투기수요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며 8·2부동산대책을 ​내놓은 지 4개월 뒤였다.”

부동산 투기의 가장 큰 논점은 ‘정보’라 해도 무방하다. 다 허물어져가는 그 아파트가 재건축 가능성이 있는지 없는지, 그에 대한 정보가 엄청난 가치를 지닌다.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다수의 사람들이 이렇듯 고위 공무원이거나 유명 정재계 인사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치학개론과 경제학원론 수업에서 공통적으로 배우는 한 가지가 있다. 그것은 바로 ‘시장실패’이다. 시장실패가 그만큼 정치와 경제에 동시 타격을 입힌다는 반증일 것이다. 이러한 시장실패에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커다란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정보의 비대칭’이다. 한쪽은 수많은 정보를, 다른 한 쪽은 턱없이 적은 정보를 갖고 있다면 결과적으로 ‘불신’이 생겨난다. 소비자는 시중에 나와 있는 상품과 판매자를 믿지 않게 되고, 정보를 많이 가진 쪽은 계속해서 그렇지 않은 쪽을 속이려 든다. 이렇게 해서 제대로 된 소비가 이루어지지 않게 되는 순간,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이다.

필자의 부모님 또한 소싯적 작은 아파트의 건물주셨다. IMF 당시, 외환위기가 오래 지속될 것 같다는 여론의 동요와 감당할 수 없는 이자율 때문에 부모님은 그 아파트를 포기하셨다. 하지만, 여론과 달리 외환위기는 재빨리 막을 내렸고, 그 아파트는 지금 수십억을 넘나드는 가치를 지니고 있다. 아직도 부모님은 그 아파트 생각만 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 어려운 시기에 아파트를 사겠다고 나타난 사람은 대체 누구였을까? 물론 평소에도 돈이 많았기 때문에 외환위기 따위에는 끄떡없었던 사람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 사람이 만약 이 위기는 금방 막을 내릴 것이며, 그 후 아파트의 가치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정보를 가진 사람이었다면? 그러지 않길 바란다. 부모님이 더 불면증에 시달리길 바라진 않으니까.

정보를 얻는 것도 능력이라지만, 과연 그 정보를 개인의 노력만으로 충분히 충분히 얻을 수 있을 만큼 공평한 사회인지 되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런 식이라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며 ‘20, 80의 법칙’ 즉, 상위 20%가 전체 소득의 80%를 차지하는 현상이 손 쓸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질 것이다. 그리고 이는 곧 시장실패로 연결된다.

필자의 우려가 기우이길 바란다. 시장실패가 다시 발생하면, 레이거노믹스나 대처리즘, 혹은 뉴딜정책이 다시 등장하더라도 대한민국은 재기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윤유진

정직한 눈으로 사회를 들여다보고 글을 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