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유학생 16만명 돌파

[오피니언타임스=최진우]

박항서 감독이 베트남 축구 꿈나무 행사에 등장하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Người hâm mộ Quảng Ngãi nồng nhiệt chào đón HLV Park Hang-seo 영상캡쳐

최근 한국 법무부가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는 외국인들의 불법체류율 증가이다.

외국인 불법체류 문제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지난 2년간 국내 대학이 개설한 한국어학당에 연수생 신분으로 입국한 후 슬그머니 사라지는 외국인 젊은이들이 급증하는 등 대학이 새로운 불법체류 통로로 활용되고 있어 법무부 고민이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공부를 목적으로 들어와있는 외국인 학생수는 16만명을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4만명에서 1년 만에 2만명이 추가되는 등 증가속도가 가파르다. 1990년대말 외국인 학생수가 4000명 수준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20년만에 40배 가량 증가했다.

외국인 학생의 국적을 보면 중국이 여전히 가장 많지만 한때 외국인 학생의 80%를 중국 국적 학생들이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그 비중은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반면 베트남, 몽골, 우즈베키스탄 등에서 오는 외국인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박항서 매직이 지배하는 베트남에서는 가히 폭발적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한국 대학의 문을 노크하고 있다.

외국인 학생은 크게 학부, 대학원 등 학위과정에 등록해 있는 학생과 한국어학당 등 어학연수생으로 들어오는 경우로 구분된다. 중국학생들은 과거와 달리 지금은 학위과정에서 수학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베트남은 아직은 한국어학당 등 연수생 신분으로 한국을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베트남에서 한국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축구 열풍을 불러일으킨 박항서 감독의 인기도 한 몫하고 있지만 그보다는 경제적인 이유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최근 수년간 한국기업의 해외투자 1순위로 꼽힐 만큼 많은 한국기업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투자대상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은 물론 중견기업, 중소기업 등도 앞다퉈 베트남에 현지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베트남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한국기업에 입사해서 관리자가 되는 것이 가장 큰 성공으로 꼽힐만큼 한국기업은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런데 한국어를 하는 것과 하지 못하는 것은 월급과 승진에서 큰 차이를 나타낸다. 한국어를 구사하면 그렇지 못한 베트남인들보다 월급이 2배 정도 더 많고 관리자 자리까지 승진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사정이 이러다보니 베트남 젊은이들은 앞다퉈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한국대학이 운영하는 한국어학당에 들어오기를 희망하고 있다. 문제는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너무 많은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현재 베트남 젊은이들이 한국대학의 한국어학당 과정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미화 1만달러(약 1170만원)의 돈을 은행에 예치해야 한다.

불법체류 등을 막기 위해 베트남 현지 유학원들이 일종의 안전장치를 걸어둔 것이다. 예치금 외에도 베트남 학생들은 한국대학 한국어과정 입학을 위해 유학원 등에 수백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오기까지 1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다보니, 한국에 와서는 목돈을 만질 수 있는 불법체류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특히 입학과정이 간편한 교육국제화 역량 인증제 대학 중 불법체류율이 1% 미만인 우수인증제 대학들이 베트남 유학생들의 집중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베트남 현지 유학원들은 국내 1% 미만 우수인증제 대학을 통해 베트남 연수생들을 보내기 위해 사활을 걸다시피 하고 있다. 비자서류 부담이 거의 없는데다 비자발급도 문제가 없어 대규모 베트남 학생들을 보내기에 가장 적합하다는 것이 현재 유학원들의 계산이다.

우수인증제 대학이었다가 베트남 연수생들을 대거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불법체류자 증가로 골머리를 앓는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서울의 주요 사립대학들은 물론이고, 지방의 국립대학들도 지난해와 올해 비슷한 문제로 홍역을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수도권 대학은 베트남 어학연수생 이탈자가 수 백명에 달해 법무부의 집중감시를 받고 있다는 후문이다.

베트남을 향한 한국기업들의 진출러시 현상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제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중국을 떠나 베트남으로 삶의 터전을 옮기는 중국내 한국교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은 베트남 경제가 얼마나 매력적인지를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한국기업들도 인건비가 크게 오른 중국 대신에 베트남을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여기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이 향후 수년간 이어진다면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서 한국대학의 문을 노크하는 베트남 어학연수생들은 갈수록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국에 오기까지 지나치게 막대한 비용이 드는 불합리한 유학생 비즈니스 관행이 바뀌지 않는한 힘들게 관문을 뚫고 한국에 들어온 베트남 젊은이들의 불법체류 현상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대학의 유학생 유치와 관리체계를 더 강화하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유학원들 사이에 만연해 있는 뒷돈 거래에 대한 투명성 확보가 그 어느 때보다 더 절실해 보인다.

대학들은 베트남 어학연수생을 수익사업의 대상으로만 여겨서는 한국과 베트남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안된다. 베트남 연수생들을 받아들이는 것은 돈벌이 대상이 아니라, 향후 한-베트남 경제발전을 위한 인재양성이라는 대학 본연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정부도 불법체류가 증가한다고 해서 특정국가 출신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발급을 아예 원천봉쇄하기 보다는 외국인 인력수급 개선 등 불법체류를 줄이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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