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주의 스포츠와 3분 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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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이상주] 2019년은 충격과 감사, 2020년은 희망이다! 축구인 유상철(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가슴 뭉클한 스토리다. 한국 축구 레전드(legend)중의 한명인 그는 지난 11월 19일, 췌장암 4기 투병 중임을 고백한다. 또 긍정의 힘으로 병마를 이길 의지도 밝힌다. 다른 암과 같이 1~4기로 구분되는 췌장암은 흡연, 가족력 등 다양한 위험인자에 의해 발생된다.

뜻하지 않은 소식에 팬들도 큰 슬픔에 빠져 들었다. 많은 이가 가슴 아파하며, 그의 쾌유를 기원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장을 지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최선의 치료를 당부했고, 대한축구협회와 축구사랑 나눔재단은 서울월드컵경기장 풋볼팬타지움에서 ‘불굴의 사나이 유상철 사진전’을 개최하고 있다. 감동드라마인 사진전은 당초 12월 말까지 예정됐었다. 그러나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자 2020년 1월까지 연장했다. 벤투 한국축구 국가대표감독도 사진전을 찾았고, 한국의 팬은 물론 해외 팬들도 그의 멋진 승리를 기원하고 있다.

팬들의 간절한 마음이 전해지는 것일까, 유상철의 강한 의지가 빛을 보는 것일까. 그의 건강은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그는 현재 암세포 표적 치료를 받고 있다. 특정 암세포를 표적으로 공격하여 효과를 높이고 정상세포 손상을 최소화하는 치료다. 그 결과 암세포가 1개월 전에 비해 상당히 줄었다는 게 가족의 설명이다. 주위 사람들은 그가 암을 극복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기초 체력이 강한데다,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가 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으로 바뀐 것도 긍정적이다. 하위권 팀을 맡아 늘었던 담배도 끊은 상태다. 또 4년 전에 췌장암 진단을 받았던 그의 어머니가 별다른 불편함 없이 생활하는 것도 청신호다. 유상철은 2020년에 희망 일기를 쓸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다.

이는 인연(因緣)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상철은 많은 이와 아름다운 인연을 맺었다. 정몽준 이사장과의 연은 프로축구 울산현대 선수 때 시작돼 국가대표선수 시절에도 계속됐다. 벤투 감독과는 한-일 월드컵의 포르투갈전에서 미드필드 맞대결을 펼쳤고, 일본 팬들에게는 J리그 요코하마 마리노스와 가시와 레이솔에서 뛰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골키퍼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한 만능 플레이어인 그는 1994년에서 2005년까지 12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98년 프랑스월드컵과 2002년 월드컵에 나섰고,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도 태극마크를 달았다.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일본전,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벨기에전, 2002년 월드컵 폴란드전 등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의미있는 골을 터뜨렸다. 그는 1998년 AFC(아시아축구연맹)베스트11, 2002년 FIFA(국제축구연맹) 한일월드컵 올스타, 2013 K리그 30주년 기념 베스트11에 선정되기도 했다.

축구인 유상철. 인연설을 따르면 그와 대한민국 국민과의 인연은 1천겁(劫)의 확률이다. 같은 공간에, 같은 시간에 살 가능성이 1천겁에 한 번꼴이기 때문이다. 겁은 천지가 개벽한 뒤 또 한 번의 세상이 열릴 때까지의 시간이다. 또한 유상철과 축구인의 인연은 5천겁의 확률이다. 같은 직업인으로, 같은 직장인으로 만날 개연성은 세상이 5천 번 바뀌는 시간이 필요하다. 부모 자식 관계는 1만 겁이 겹쳐야 이루어진다.

한 사람의 생명은 약 20만 명의 피의 만남으로 태어난다. 아버지의 아버지, 어머니의 어머니를 사슴뿔처럼 찾아가다 보면 20만 명 정도의 조상을 만난다. 수많은 선조의 혼(魂)과 육(肉)을 받은 게 오늘을 사는 이다. 그렇기에 생명은 단지 한사람만의 의미는 아니다. 가족 친지를 포함한 조상의 삶이기도 하다. 공자가 효도의 근본을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을 소중히 여기는 것(身體髮膚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유상철은 이를 잘 알고 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몸을 소중히 여기고, 팬들을 기억하라는 교육을 받아왔다.

유상철이 능력을 발휘하고, 따뜻한 관심을 받는 것도 인연으로 풀이가 가능하다. 축구선수의 필수 능력 중 하나는 달리기다. 그의 어머니는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였다. 전라북도민 체육대회에 출전한 바 있다. 또 유상철 어머니의 증조부는 1900년 무렵에 여러 차례 곳간을 소리없이 개방했다. 수십 석씩의 쌀을 어려운 이웃들에게 내놓았고, 흉년이 심할 때는 한 번에 곡식 3천석을 내 배고픈 유랑민들을 챙기기도 했다.

건강한 인연은 아름다움으로 승화된다. 스포츠는 불굴의 투혼이다. 굽히지 않고, 쓰러지지 않는 정신이 깃들여있다. 또 베풂은 베풂으로 이어진다. 유상철, 그는 프로스포츠인이다. 팬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품고 살았다. 그의 선조는 아름다운 나눔을 했다. 긍정은 긍정을 낳는다. 그는 아름다운 인연의 중심에 있다. 유상철의 쾌유를 기원한다. 많은 인연들의 희망어린 바람과 함께.

 이상주

스포츠조선에서 체육부장과 야구부장으로 활동했다. 지은 책으로는 세종대왕 자녀교육법, 세종의 공부법, 조선명문가 독서교육법 등 베스트셀러 10여 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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