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19일 산업은행 민영화와 관련, "영국 등 다른 나라는 산업은행을 벤치마킹하려고 하는데 우리는 이를 쪼개서 팔겠다고 한다"며 "민영화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이날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신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정승일 이종태 공저, 도서출판 부키) 출간기념 기자간담회를 갖고 "산업은행 민영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장 교수는 인천공항 민영화에 대해서도 "인천공항을 왜 판다고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며 "그것도 사모펀드에…"라고 비판했다.

그는 "많은 문제점들이 금융시장이 개방되고 제대로 규제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며 "적대적 인수합병(M&A) 때문에 주주자본주의 개념이 생기고 이로 인해 짧은 시간내에 최대한 이윤을 내고 배당을 나누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업이 투자를 줄이고 인력을 최소한으로 뽑기 때문에 장기 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이라며 "하지만 주주는 배당을 받은 후에 주식을 팔고 떠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제네럴모터스(GM)이 망한 것도 결국 주주자본주의 때문"이라며 "이런 식의 경영이 우리나라에서도 시작되고 있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금융시장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 "과거 고(故) 노무현 대통령이 한다고 발표했을 때부터 신문·방송 등으로 몇 번 반대 의사를 밝혔는지 기억도 나지 않을 정도"라며 "한·미 FTA든 한·유럽연합(EU) FTA든 해서는 안 되는 조약이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한·미, 한·EU FTA는 우리가 1등 국가가 되는 것을 포기하는 조약"이라며 "5, 10년 후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농업·제약업계 종사자들이 줄줄이 길에 나앉을텐데 그 희생자들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민이 대표인 국회에서 비준을 해주지 말았어야 했다"며 "하지만 이미 국회 비준까지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 없으며,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복지국가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어 "우리가 생각하는 복지국가를 하려면 온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로서는 우리나라 부자들은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보다 세금을 덜 내고 있기 때문에 부자가 더 내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금을 정부가 빼앗아 가는 돈이 아닌 '공동구매'로 봐야 한다"며 "국민의 80%가 좋은 일자리를 갖지 못하고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놀고 있는 상황을 해소하려면 인간에 대한 투자를 늘려야 하며, 그 과정에서 세금도 많이 내야 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영리병원 등 복지 국가에 방해되는 사업을 못하도록 규제해야 한다"며 "무모하게 잘 달리는 재벌이라는 말이 '복지국가'라는 마차를 끌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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