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칼럼=김수인] 흔히 골프는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합니다. 4~5시간 남짓 18홀을 도는 동안 평생 살면서 느끼는 희로애락(喜怒哀樂)을 고루 고루 경험하기 때문이죠.

첫홀 OB에 화가 나고, 핀에 갖다 붙이는 멋진 아이언샷에 입이 벌어지고, 스리 퍼트에 분노가 치솟으나 마지막홀 버디로 '내기 돈을 왕창 딸 때'는 엔돌핀이 솟기도 합니다. 희비가 엇갈리기는 프로선수들의 대회는 더 극명하죠. 눈물겨운 노력이 승패를 좌우하지만 때론 운이 따라야 우승컵을 안을 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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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6일부터 나흘간 호주에서 열린 LPGA(미국여자프로골프) 투어 ISPS 한다 빅 오픈을 예로 들어보죠. 지난해 KLPGA(한국여자프로골프) 신인상을 탄 2000년생 밀레니엄 세대인 20세의 조아연. 그는 LPGA 투어 참가 자격이 없으나 호주 옆나라인 뉴질랜드에서 동계 훈련을 한 덕분에 주최측 배려로 운좋게 초청 선수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습니다.

조아연은 3라운드에서 깜짝 1위로 나서 ‘초청선수 우승’이라는 엄청난 명예를 얻을뻔 했습니다. 하지만 2타차 선두(12언더파)로 나선 마지막 4라운드에서 초속 30m이상의 강풍에 흔들리며 9타를 잃고 공동 16위(3언더파)로 밀려났습니다.

데뷔 2년차로 바람을 이겨내는 경험이 없었던 거죠. 하여간 천당과 지옥을 오간 조아연에게는 이 쓰라린 경험이 앞으로 10년 이상 계속되는 프로 생활에 큰 보약이 될것 같습니다.

이 대회에서 6년 7개월만에 우승을 차지한 박희영(33)은 눈물겨운 스토리의 주인공입니다. 박희영은 2011년 CME그룹 타이틀홀더에서 데뷔 첫승을 올리고 2013년 7월 메뉴라이프 파이낸셜 LPGA 클래식에서 2승째를 거둔 이후 우승 소식을 전하지 못했습니다.

급기야 지난해는 상금 랭킹 110위(10만 3327달러)에 그쳐 다음해인 올시즌 출전 자격(시드)을 잃어 버렸습니다. 시드를 얻을수 있는 기회는 퀄리파잉(Q) 스쿨에서 상위권에 드는 건데 박희영은 10살 이상 어린 선수들과 Q스쿨을 치러 당당히 준우승, 올시즌 출전 자격을 따냈습니다.

하지만 3라운드까지 선두 조아연에 3타를 뒤져 우승 가능성은 매우 적었습니다. 박희영을 도와준 건 초속 30m이상의 강풍. 10년간의 LPGA 투어에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박희영은 바람을 잘 이용하며 최종 8언더파로 공동 선두에 나서며 연장 승부를 펼쳤습니다.

박희영은 세계 랭킹 191위, 같이 연장전을 벌인 유소연은 18위, 최혜진은 27위여서 객관적으로는 불리했습니다. 하지만 박희영은 노련한 플레이로 4번째 연장에서 파를 잡아 우승 상금 16만 5000달러(약 2억원)를 챙겼습니다.

박희영의 우승엔 운도 따랐죠. 4번째 연장에서는 KLPGA 데뷔 4년차인 최혜진(21)과 맞붙었습니다. 박희영은 티샷을 정확하게 중앙으로 내보낸데 반해 최혜진은 티샷이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나무 밑에 떨어졌습니다. 6번째 샷만에 겨우 그린에 공을 올려 싱겁게 박희영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한국 선수중 LPGA 최고참인 박희영의 끈질긴 노력이 돋보인 대회였지만 역시 우승에는 보이지 않은 운도 따라야 한다는 걸 이 대회가 잘 보여줬습니다.

인생도 마찬가지죠. 운칠복삼(運七福三)이라는 말도 있듯이 제 아무리 노력파라도 운이 따라야 성공할수 있다는 걸 새삼 되새기게 합니다.

 

김수인

매일경제,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에서 23년간 기자생활을 했다. 홍보회사 KPR 미디어본부장과 PRN 부사장, KT 스포츠 커뮤니케이션 실장(전무)을 역임했다. 현재 스타뉴스에 ‘김수인의 쏙쏙골프’를 매주 연재하고 있으며 ‘김수인의 파워골프’등 4권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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