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37]

[논객칼럼=김대복]  의료계 현실을 반영하는 단어에 병원순례와 닥터쇼핑이 있다. 두 용어 모두 병원을 자주 찾는 것이다. 그러나 뉘앙스 차이가 있다. 병원순례는 보다 치료율을 높이기 위해 이 병원, 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다. 치료를 위한 긍정적 의미가 있다. 반면에 닥터쇼핑은 과잉진료의 부정적 이미지다. 의사의 말을 믿지 못하는 환자가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필요이상 진료를 받는다는 의미다.

닥터쇼핑은 사소한 질환을 크게 생각하는 건강불안 장애 기질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진료에서 이상이 없거나 작은 질환으로 판명됐으나 환자는 중병을 생각하며 의사를 믿지 못하기도 한다. 이 같은 건강염려증의 악화된 행동 중 하나가 닥터쇼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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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취 환자의 일부에서도 병원순례와 닥터쇼핑 현상이 보인다. 필자가 상담한 입냄새 환자 중 절반가량은 여러 병원을 거쳐서 왔다. 몇 군데 상담만 하고 찾은 사례도 있고, 아예 치료를 받다가 온 경우도 있다. 특히 두 곳 이상의 병원에서 치료받다 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처럼 환자가 병원을 순례하고, 닥터 쇼핑을 하는 것은 입냄새의 특수성으로 이해할 수 있다.

입냄새는 다루는 곳은 크게 한의원, 양의원, 치과가 있다. 양의원은 이비인후과와 내과로 나눌 수 있다. 구취가 나는 사람은 치과, 내과, 이비인후과, 한의원 중에서 선택을 하게 된다. 선택의 다양성으로 인해 이 병원, 저 병원을 찾을 개연성이 있다. 여기에 전문성 요인도 변수다. 각 분야마다 전문을 내세운 병원이나 의사가 있다.

입냄새 요인은 다양하다. 구취 원인과 병원의 전문영역이 일치하면 치료도 잘 된다. 가령 위열에 의한 구취라면 한의원, 잇몸질환으로 구취라면 치과에서 치료받는 게 적합성이 높다. 그런데 전문영역에서도 특정 분야만 다루는 의사가 있다.

예를 들어 한의사도 구취만을 다루는 경우가 있고, 백화점처럼 모든 질환을 보는 경우도 있다. 특정 질환만 보는 의사와 상담하면 병원순례나 닥터쇼핑 확률은 크게 낮아질 수 있다. 입냄새 환자 중 일부는 일반 한의원이나 이비인후과 내과를 갔다가 전문적으로 특정분야를 다루는 한의원을 찾는 사례다. 이 같은 요인으로 인해 병원순례 현상이 나타난다.

병원순례, 닥터쇼핑을 줄이는 지름길은 첫 선택을 잘하는 것이다. 구취 환자 입장에서는 서양의학, 치과, 한의원을 막론하고 입냄새를 특화한 곳인가를 확인하는 게 바람직하다. 구취 등의 모든 질환은 전문가 중의 전문가를 만날 때 단 한 번에 병을 사라지게 하는 원 샷(one shot) 원 킬(one kill) 개연성이 높아진다.

환자 입장에서는 처음 간 병원에서 치료가 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돈, 시간, 불안 등의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비용이 쌓이게 된다. 병원순례를 하는 구취 환자는 너무 괴롭고 힘들다고 하소연한다. 입버릇처럼 안다녀 본 병원이 없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증세가 지속돼 체념 속에 고통을 받아들이게 된다. 생명과 관계없는 질환이기에 참으면서 산다.

대표적인 게 목이물감이다. 이 질환은 원인이 다양하다. 먼저, 코의 염증성 질환으로 점액이 목뒤로 넘어가는 후비루증후군, 목 자체의 염증성질환인 인후두염, 편도선염, 기관지염등을 생각할 수 있다. 소화기질환인 위산 역류, 스트레스로 인한 매핵기 비율도 높다. 이 질환들은 목주위 조직(후두)을 자극해 헛기침을 나게 하고, 목을 쉬게 하고, 목 주위 통증도 일으킨다.

호흡곤란, 가슴 답답, 입마름, 입냄새 증상도 유발한다. 그런데 이 같은 증상은 감기 등 여러 질환에서도 나타난다. 그렇기에 단 번에 정확한 진단이 어려울 수도 있다. 닥터쇼핑, 병원순례를 줄이는 지름길은 특정질환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병원을 찾고 의사를 만나는 것이다. 그러면 원 샷, 원 킬 치료 가능성이 높아진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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