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칼럼=신재훈]  “행복하게 살자” 와 같은 막연하고 추상적인 목표보다는 “매 주말 가족과 함께 근교를 여행한다” 또는 “스페인을 여행한다”와 같이 구체적으로 “여행”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목표로 세우는 것이 행복할 가능성을 훨씬 높일 수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여행은 행복을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한 삶을 위한 추천리스트 1번은 여행이다. 여행은 한마디로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다양한 활동과 요소들을 모아놓은 “종합선물세트”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행복연구소 소장인 최인철 교수는 TV 강연을 통해 여행을 행복을 위한 뷔페로 표현한 적이 있다. 뷔페건, 종합선물세트건 결론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많은 다양한 것들을 모아놓은 것이 여행이라는 얘기다. 그러니 여행이 행복을 주는 것은 당연하다.

여행을 구성하는 행복 요소들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보자.

©

걷기 효과

아무리 현대문명이, 이동수단이 발달해도 여행의 기본은 걷기다. 숙소에서 여행지까지도 걸어야 하고, 여행지 내에서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걸어야 한다. 자연이 만든 비경을 보기 위해서는 당연하고, 심지어 실내에 있는 박물관, 미술관을 관람하기 위해서도 걸어야 한다.

걷기는 여행의 전제이자 필수 조건이다. 여행 중 걷는 거리는 일상생활 동안 걷는 것의 몇 배가 된다. 따라서 잘 걷는 능력은 여행의 양뿐만 아니라 여행의 질과도 연결된다.부지런히 발 품을 팔아야 남들보다 더 많은 것들을 제대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효도관광을 다녀온 어르신들이 항상 “여행은 젊고 건강할 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도 같은 이유 때문이다.

걷기가 육체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좋은 걷기를 일상보다 더 많이, 게다가 멋진 경치를 보며, 친한 사람들과 수다 떨며 할 수 있는 여행이 우리를 더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다.

먹는 즐거움  

과거 여행은 관광(觀光, sightseeing)이라는 말로 불릴 만큼 보는 것이 중심이었다. 그러나 몇 해전부터 여행에서 먹는 것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고 있다. 심지어 먹는 것 자체가 여행의 목적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생각해 보면 먹는 것은 원래 여행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였다.

여행은 본질적으로 나와 다른 지역의 이질적이고 새로운 것들을 체험하기 위한 것이다. 여행 중 음식은 생존을 위한 수단으로써 뿐만 아니라, 그 곳의 환경 그리고 그 곳에 사는(혹은 오래 전부터 살아왔던 그들의 조상까지도 포함한)사람들의 오랜 생활 방식과 전통이 응축된 하나의 문화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먹는 행위는 그 자체로 여행에서 즐거움을 주는 원천이 되기도 한다. 국내건 해외건 내가 사는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다양한 음식과 유명 셰프, 레스토랑의 맛있는 음식을 먹어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즐거움이며 여행의 만족도와 행복감을 훨씬 더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보고 듣는(見聞) 즐거움

여행은 자의건 타의건 내가 익숙한 일상과는 다른 환경에 강제 노출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원하지 않더라도 새로운 것들을 보고, 듣게 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동질감에 편안함을 느끼고, 이질감에 불편함을 느낀다. 그러나 여행에서 우리의 기억과 온몸에 각인되는 강렬한 경험은 대부분 이러한 이질감, 즉 다름(Difference)이 만들어 내는 긴장과 흥분의 결과이다.

이러한 다름이 여행을 더 짜릿하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리를 계속 여행하도록 만든다. 언제 어디를 여행 하더라도 제대로 된 견문의 즐거움을 얻기 위해 아래의 사실을 항상 기억하기 바란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이곳을 보는 마지막이 될 수 있다”

함께하는 즐거움

앞서 언급한 걷기, 먹기, 견문이 일종의 활동(Activity)이라면, 이러한 활동을 함께하는 사람인 동반자도 여행의 즐거움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이세상 누구도 불편하거나 싫어하는 사람과 함께 여행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족, 친구, 연인 등 함께 있는 것 만으로도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그들과, 함께 행복을 주는 행위인 걷기, 먹기, 보기로 가득한 여행을 한다면 그 즐거움과 행복이 더 커질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일상에서의 해방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행복과 여행의 관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한다.

“ 행복을 찾는 일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면, 여행은 그 일의 역동성 - 그 열의에서부터 역설에 이르기까지 – 을 그 어떤 활동보다 풍부하게 드러내 준다. 여행은 비록 모호한 방식이기는 하지만, 일과 생존투쟁의 제약을 받지 않는 삶이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

여행은 우리의 일상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생존의 문제, 즉 일과 경제적 의무감에서 일정기간 해방시켜준다.학창시절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떠올려 보라. 좋아하는 사람들과 새로운 것을 보고, 듣고, 먹는 행위가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 못지 않게 우리를 즐겁고 행복하게 만든 것은 아마도 공부를 안 해도 된다는 사실이었을 것이다. 학생이 의무이자 본분인 공부에서 해방된다는 것은 성인이 일상의 의무, 즉 돈을 버는 일로부터 해방된다는 것과 같은 의미이다. 그래서 여행을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해방에 대한 기대와 설렘으로 행복해 지는 것이다.

이제 이 글의 결론이다.

행복하게 사는 최고의 방법은 은퇴 후 남은 시간 모두를 여행하면서 보내는 것이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기회가 될 때 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떠나라. 그것이 가장 후회없는 한 해를 보내는 방법이자, 가장 행복한 한해를 만드는 방법이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