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규진의 딴생각]

[청년칼럼=심규진] 지난 10년간 사회생활을 하면서 대기업의 혹독한 일하는 방식을 경험했고, 속도가 생명인 스타트업에서 생존게임을 체험했다. 그리고 가족과 함께 고향에 둥지를 틀고 공공조직에 몸을 담고 일을 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만난 상사의 철학을 공개해보고자 한다.

이름하여 ‘우짜겠노 필라서피(Philosophy)’. (여기서 ‘우짜겠노’는 ‘어쩌겠어’ ‘어쩔 수 없지’를 표현하는 부산경남지역 사투리임)

“이 계획은 원래 이번주까지 완료되고 다음 주부터 실행에 들어가야 했던 것인...”

“우짜겠노, 늦어진대로 일단 잘 준비해서 해봐야지.”

 

“이 영역은 저희가 처리해야할 부분이 아니라...”

“우짜겠노, 일단 담당할 사람이 없으니 우리가 한 번 살펴보자고.”

 

“예산이 많이 삭감되어 이렇게 되면 할 수 있는게...”

“우짜겠노, 주어진 상황 내에서 한 번 해결해봐야지.”

 

모든 것을 계획 아래 체계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했던 내게 ‘우짜겠노’는 변명을 위한 추임새에 불과했다. ‘우짜겠노’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예정대로 진행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

그러다보니 공공조직에서 요구하는 규정과 절차에 따른 일처리가 점점 갑갑했다. 그리고 ‘우짜겠노’를 밥 먹듯이 연발하는 상사가 싫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1년을 보내고 최근에 상사와 대격돌(?)이 있은 뒤 깨달음을 얻었다. 내 스스로 ‘우짜겠노’라는 말을 내뱉어 보니 마음이 편해지더라는 것이다.

 

‘우짜겠노’

‘우짜겠노’

‘우짜겠노’

 

‘우짜겠노’를 계속 내뱉으니 플랜B가 생각났고, 원래 계획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게 일처리도 할 수 있었다.

우짜겠노를 입 밖으로 내 뱉는 순간, 새로운 잔치에 초대되는 기분이었다. 분주했던 마음과 알 수 없는 두려움을 내려놓고, 한 발짝 물러서서 삶의 향연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자로 잰 듯 일처리 하는 사람이 최고봉이 아니라 여러 가지 여건과 예상치 못한 이슈를 부드럽게 감싸 안는 사람이 진정 프로(professional)였다.

다음 주에 지역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과 행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다. 심지어 서울 출장까지 예정되어 있다. 도대체 이 많은 일들을 어떻게 처리해야할지 나의 부족함으로는 대안이 생각나지 않지만, 자신있게 이 말을 내뱉어본다.

“우짜겠노, 하나씩 할 수 있는 만큼 해야지.”

 

 심규진

 퇴근 후 글을 씁니다 

 여전히 대학을 맴돌며 공부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이야기를 꿈꿉니다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