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신고가 행진 속에 주총완주 여부 초미 관심

[오피니언타임스=권혁찬]

3월 말로 예정된 한진칼 정기주총.

박빙의 지분대결이 예고된 가운데 조원태 현 한진그룹 회장을 끌어 내리려는 이른바 ‘조현아 3자 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의 입지가 최근 부쩍 옹색해졌습니다. ‘3자 연합’이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 “현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능력이 떨어진다”며 퇴진을 촉구했지만 역으로 대내외 반발기류만 강해지는 모습입니다.

한진 전 임원회는 ‘3자 연합’ 기자회견 직후 낸 성명에서 “강성부씨가 한진 경영현황을 악의적으로 왜곡했다”며 “국내 항공사 모두 적자를 내는 어려운 환경에서 대표 계열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2909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고 반박했습니다.  앞서 대한항공 2만명 노동자를 대표하는 대한항공 노조도 “3자 연합 낙하산 허수아비(전문경영인)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저지투쟁을 벌이겠다”며 “(3자 연합의 이사 후보군이) 항공산업의 기본도 모르는 문외한이거나 3자의 꼭두각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수족들로 이뤄져 있다”고 혹평했습니다. 일부 직원들은 ‘한진칼 지분 10주 사기 운동’에 들어갔고 한진칼 우호세력인 델타항공은 ‘3자 연합’에 맞서 지분을 다시 늘리며 정기주총 이후까지 대비하고 나섰습니다.

‘3자 연합’은 지난 2월 13일 주주제안서에서 ‘한진그룹 정상화의 첫발을 내딛기 위해’ 김신배 전 SK그룹 부회장, 배경태 전 삼성전자 중국총괄 부사장,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신규 사외이사 4명과 기타 비상무이사 1명의 후보도 제안하고 소액 주주의 지지를 끌어낼 목적으로 전자투표제도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추천인사 중 유일한 항공분야 전문가였던 김치훈 전 상무가 ‘3자 연합’ 대열에서 이탈하면서 내부균열을 보였습니다. 이사후보 추천이 급조됐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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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지주사인 한진 칼의 홈피@사진 캡쳐

다가오는 정기주총에서 행사할 수 있는 조원태 현 회장의 우호 지분은 33.45%(조원태+조현민+이명희+특수관계인+델타항공+카카오)인 반면, ‘3자 연합’은 31.98%(조현아+KCGI+반도건설). 양측 지분율 차이가 1.47%포인트여서 나머지 부동(浮動)지분이 정기주총 향배를 가를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정부 의중’이 실리는 국민연금은 아직 가타부타 입장정리를 않고 있으나 ‘3자 연합’보다는 조원태 회장 쪽으로 무게추가 쏠리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자산운용사들도 조원태 회장 지지에 동참하리라는 게 증권가 예상이어서 현 형세로는 조원태 회장 진영의 ‘우세’가 점쳐집니다.

이같은 기류에 따라 ‘3자 연합’도 정기주총까지 ‘조원태 회장의 무능’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강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대한항공이 악조건 속에서 영업이익을 낸데다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이 관여했던 ‘부실사업 부문’을 경영개선 대상에 넣어 즉각 정리에 들어감으로써 ‘3자 연합’으로선 대응하기가 다소 부담스럽게 됐습니다.

“한진칼과 대한항공 이사회의 경영개선안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고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궁극적으로 주주가치를 향상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송현동 부지 및 비주력 사업인 왕산마리나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 윌셔그랜드센터(미국 LA)나 그랜드하얏트 인천의 사업성을 면밀히 검토하기로 한 것은 재무건전성을 높이는 동시에 기본으로 돌아가 한진그룹의 근간이자 핵심 역량인 수송사업에 더욱 집중하기 위한 것입니다”(조원태 회장의 경영개선안 ‘한진그룹 비전2023’ 중)

조 회장의 경영개선안이 호텔업에 애착을 갖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진입을 원천 차단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그 보다는 ‘3자 연합’의 경영개선 주문에 정공법으로 대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NGO마저 ‘3자 연합’을 강도높게 비판하고 나선 점도 ‘3자 연합’으로선 악재입니다.

“KCGI의 투자금의 성격과 단기간에 고수익을 내야 하는 사모펀드가 대한항공의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소유지배하고, 경영권을 획득한 후에는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모펀드의 목적은 정상적인 기업경영(이 경우 대한항공의 정상화)이 아니다”(약탈경제반대운동 성명)

행동주의 펀드들의 생리가 투자수익을 겨냥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한진칼 지분구조의 약한 고리를 물었다는 점에서 ‘약탈경제’ 비판의 목소리를 피해가기 어렵게 됐습니다. 현대자동차를 공격했던 미국 투기자본 엘리엇이나 SK그룹을 공략했던 소버린처럼 투기자본의 먹튀(먹고튀기)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까닭입니다.

한진그룹이 정기주총을 넘기더라도 ‘3자 연합’이 임시주총으로 다시 끌고 갈 수 있다는 것 역시 변수.  ‘3자 연합’측 반도건설이 새해 들어서도 지분매입(정기주총 의결권이 없는)을 지속하고 이에 맞서 델타항공이 추가 지분매입에 나서면서 양측 지분싸움도 고조되고 있습니다. 한진칼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해가고 있어 ‘3자 연합’이 고가권에서도 지분을 유지한 채 '단체완주'할 수 있을지도 관심입니다.

한편으론 ‘강성부 펀드’의 이번 한진칼 공격으로 지주회사 체제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에서 재계로선 과제를 하나 더 안게 됐습니다.

“한진칼 지주회사 체제로는 솔직히 대응에 한계가 있다. 지주회사 출범 전에는 계열사나 관계사간 순환출자 고리로 얽혀있어 지분경쟁이 벌어지더라도 계열사를 동원해 지분취득 등 대응이 가능했지만 지주회사 체제에선 불가능하다”(한진 고위관계자)

경영권 다툼이 정리되더라도 지주회사 체제가 안착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많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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