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 칼럼]

[오피니언타임스=심규진]

요즘 최대의 고민이자 관심사는 ‘4살 아들 밥먹이기’다. 아내가 리조또, 잡채, 맛탕, 옥수수버터 등 어떠한 요리를 해줘도 아들은 무관심하다. 심지어 국수, 짜장면과 같은 특식을 대령하지만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답답한 마음에 tv를 틀어놓고 놀아주며 한 입이라도 더 먹이려고 용을 쓰지만 결국 용(龍)이 되어 승리하는 것은 아들이다. 아들이 언제나 승리하는, 불합리한 이 전쟁에서 어떻게 하면 승리할까, 백종원 레시피도 찾아보고 유아백과사전을 뒤적거려보지만 뒷목만 땅긴다.

픽사베이

그래서 생각해낸 것은 ‘젤리(jelly) 전략’이었다.

“하늘아, 밥 많~~~~~~이 먹으면 젤리 줄게”

“우아! 암암암!!!”

그제서야 밥을 조금씩 받아먹기 시작하는 아들. 승리했다고 생각하며 안도했지만 오히려 사태가 더욱 심각해졌다. 어느 날부터 밥 한 숟가락만 억지로 삼킨 뒤 ‘젤리 젤리 젤리’만 외치게 된 것이었다.

진심으로 백종원 선생님께 DM(Direct Meassage)이라도 보내서 이 사태에 대해서 고민상담을 해볼까 했지만, 골목을 지키는데도 여념 없으시기에 나의 고민까지 더해드리는 건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결국 백종원 선생님도 손절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다 우연히 유튜브 방송을 통해 깨달음을 얻었다. 간식 없이, 보상 없이, 칭찬 없이 밥을 먹이라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골자는 간식, 보상, 칭찬이 가미되는 식사는 밥의 본질을 흐린다는 것이다. 결국 아이의 밥 먹는 동기를 저하시키게 되고, 밥의 참맛을 모르게 만드는 행위라는 것!

결국 우리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백종원 선생님이 아니라 3무(無) 정책이었다.

간식 없이 밥 그 자체로 포만감을 느끼게 해야 되고,

보상 없이 오직 밥맛 그 자체로 동기부여를 시켜야 하며,

칭찬 없이 밥은 부모를 위해 먹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임을 알게 해야 된다.

이제부터 어떻게 하면 될지 ‘방법’은 알았는데...도무지 3무 정책을 실행할 용기가 없다. 아들이 해맑은 눈으로 ‘젤리 젤리’를 외치면 속절없이 무너져버릴 것 같은데.

이런 마음으로 울 엄마도 정답은 알고 있었지만, 마음이 약해져서 나의 억지를 다 받아 주셨나보다.

“하늘아, 어쨌든 내일부터 밥 잘먹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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