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주의 혜윰 행]

[청년칼럼=최미주]

코로나 바이러스 대란으로 밖에 나갈 수 없어 헬스장 대신 집에서 맨손체조를 했다. 운동복 입고 요가 매트 깔아 기껏 준비 다 해놓고는 윗몸일으키기 몇개 하다 지쳤다. 힘이 없고 흥도 나지 않았다. 오빠에게 개수 좀 세 달라 조르기도 하다 물 한잔 먹고, 벌러덩 누워버렸다.

학창시절 수련회 갔던 기억이 난다. 중학교 1, 3학년은 수련회, 2학년은 수학여행을 갔는데 해마다 수학여행 가는 학년이 제일 부러웠다. 초등학교 때부터 경험한 결과 수련회는 언제나 힘들고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군부대처럼 생긴 숙소에 자리 잡고 교관의 지시에 따라 짐을 푼다. 교관은 몇 시까지 어디로 집합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자리를 뜬다. 그때까진 학생들 얼굴이 해맑다. 몇몇 학생이 혹시나 같은 일정이 잡힌 다른 중학교 학생들 마주칠까 꽃단장하느라 어정댄다. ‘집합합니다’라는 교관의 엄령과 함께 호루라기 소리가 들려오고 그 때부터 학생들은 분주해지기 시작한다.

해가 내리쬐는 운동장에서 조별로 줄을 설 때, 약속 시간이 다되어도 안 나오는 학생들이 꼭 있다. 교관은 소리 지르며 앉았다 일어나기를 시킨다. 저 멀리 뒤늦게야 화장 다하고 빨간 입술을 삐죽거리며 뛰어오는 학생들이 보인다. 땀이 나고 다리가 아프면서 늦게 나오는 학생들이 원망스럽다.

픽사베이

학생들이 모두 모이자, 구호를 외치며 팔벌려 뛰기를 했다. 이때 교관들은 늘 ‘마지막 구호’를 생략하라고 하는데, 언제나 마지막 구호를 외치는 학생이 있다. 그 순간 ‘누구야’하며 범인을 찾기 시작하고, 학생들이 짜증을 내기 시작한다.

그렇게 교관들은 구호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횟수를 조절하며 기합을 지속한다. 시간 지켜 일찍 나와 앉았다 일어나기부터 팔벌려 뛰기까지 연이어 한 학생들은 서서히 지쳐간다. 땀을 뻘뻘 흘리며, 헥헥거린다. 늦게 나온 학생들 중 일부는 친구들에게 미안해 고개를 푹 숙였고, 몇몇은 아직 심각성을 모른 채 웃고 있다.

그 친구들이 누구였지. 생각에 빠져 그렇게 상상 속에서 칼로리를 소모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렸다. 엄마다. 짐이 많으니 집 앞으로 나와 같이 좀 들어달라 했다. 웬일인가. 차에서 컵라면 몇 박스가 계속해서 나오고, 연이어 계란 3판에 생수까지 있었다.

뉴스를 보다 마트가 텅 빈 걸 보고 혹시나 마트에 갔더니 라면이 얼마 없었단다. 급한 마음에 겨우겨우 다른 마트를 뒤져 구해왔다고. 안 그래도 컸던 걱정이 쌓여진 라면 박스만큼 더 쌓인 기분이다. 우리 딸, 아들만은 어떻게든 지켜보겠다 발버둥치던 엄마 마음은 오죽했을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과연 수련회장에서 모든 학생들이 시간, 규칙을 잘 지켰다면 얼차려를 면할 수 있었을까? 물론 교관들은 어떻게든 핑계 대가며 기합 시간을 연장했겠지. 애초 수련회 목적이 청소년이 서로 위기 과정을 이겨내며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을 함양하는 거니 말이다.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화장하던 친구들이 조금이라도 일찍 나왔다면 땡볕에 서 있을 시간이 줄어들 수 있었다는 거다. 그랬다면 팔 벌려 뛰기에 많이 지치지 않을 뿐더러 마지막 구호를 외치는 친구가 덜 미웠을지 모른다.

혹시나 내가 마지막 구호를 외쳐 기합을 더 받진 않을까 가슴 조렸던 그때가 생각난다. 사람이니 실수를 할 수도 있겠지만 내 행동 하나에 몇 백 명의 숨이 달렸다 생각하니 마음의 무게가 무겁다.

라면 먹고 체중이 몇 킬로그램 늘어도 당분간 헬스장에 가지 않으려 한다. 마치 마지막 구호를 외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기합 주는 교관 마음은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한마음 한뜻에 교관이 감복하여 조금이라도 얼차려를 빨리 끝내주길 기도한다.

 

     최미주

 일에 밀려난 너의 감정, 부끄러움에 가린 나의 감정, 평가 가 두려운 우리들의 감정.

 우리들의 다양한 감정과 생각들이 존중받을 수 있는 ‘감정동산’을 꿈꾸며.

 100가지 감정, 100가지 생각을 100가지 언어로 표현하고 싶은 쪼꼬미 국어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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