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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위원회 설치, 운용 오남용과 해결 방향[김선구의 문틈 금융경제]
김선구 | 승인 2020.03.13 06:37

[논객칼럼=김선구]

캐나다 은행에서 근무할 때다. 여신승인 신청을 하면 신청금액에 따라 해당 전결권을 갖고 있는 간부직원으로부터 승인여부가 결정되었다.

승인이라는 같은 뜻으로 세 가지 영어 단어가 혼용되어 사용되고는 했다. 'approved'나 'authorized'란 단어는 익숙했지만 쉬운 단어로 쓰인 'sign off'란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하는지 처음에는 고민이 되었다. 전결권자가 사인해서 미결이었던 서류가 종결 처리됨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단어임을 차차 알게 되었다.

캐나다 최대 금융그룹인 RBC와 프랑스 최대금융 그룹인 BNP Paribas에서 근무하며 기업문화에서 많은 차이를 체험했다. 대표적인 것으로 프랑스 조직에서는 위원회를 통한 집단 의사결정이 캐나다 은행보다 훨씬 많았다.

위원회에 참가하는 직원의 직급에서 차이가 크게 나기도 했지만, 직급을 떠나 아래 직급 참가자가 다른 의견을 내면 위원장이라도 경청하고 그 의견이 위원회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의견이 수렴되는 문화가 특이했다. 당연히 의사결정이 느린 부작용이 따랐다.

위원회 조직의 최대 장점으로는 서로 다른 경험과 시각을 갖는 위원들이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들여다보아 한 개인이 도달하는 결론보다 나은 해결책을 찾는 집단지성의 힘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흔히 지적되는 단점으로 책임을 지기 싫어 개인 전결권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해서 잘못된 결정이라도 책임을 지우기 어렵다는 점이 꼽힌다.

기업에서 만들어 운용하는 위원회는 공유하는 전사적 목표 아래 통합이 비교적 쉬운데 비해 정부가 설치하는 위원회는 훨씬 복잡하고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안건을 다루기 마련이다.

따라서 집권층에서 자신들 지지 기반 출신을 주축으로 위원회를 구성해 민의가 반영된 듯 보이며 책임을 떠넘기려 만드는 현상도 보인다.

픽사베이

정부가 수없이 만들어 운용하는 위원회의 공통적인 문제점은 아래와 같다.

1.위원회 설치 남용

작은 부처인 금융위원회를 예로 들면 산하에 증권선물위원회 등 11 개 위원회가 법령에 기초해 설치되어 있다. 혁신금융심사위원회 등 2개 위원회가 2018년 이후 신규로 설치되었다.

출석회의를 2018년이나 2019년 중 한 번도 열지 않은 위원회가 3개나 되고 연간 한두 번 여는 위원회가 대다수이며, 서면결의도 다수 보인다.

2.정부 관료의 들러리 역할

고위관료가 당연직 위원장으로 참석하는 위원회일 경우 정부의 결론은 정해져 있고 간담회 형식으로 일부 위원의 솔직한 의견이 개진되기도 하나, 위원장의 결론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결론 내리기를 연기하는 정도가 최상의 배려로 알려져 있다.

3.선임된 위원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경우 무력화시키기

국가의 미래에 큰 위험으로 다가온 저 출산 고령화에 대처하는 대통령직속 위원회가 이명박 정권 임기가 끝나기 직전 구성되었으나 정권을 인수한 박근혜 정권에서는 위원임기 2년 동안 한 번도 위원회를 소집하지 않고 위원임기가 만료되었다. 국가적인 중대사임에도 '자신이 뽑지 않은 민간위원들과는 함께 국가대사를 의논하기 싫어서'로 해석된다.

연금 사회주의란 일부 비판 속에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위원회 산하로 2018년 수탁자 책임 전문위원회를 설치했다. 위원 2년 임기가 2018년 10월 1일부터 2020년 9월 30일 인데 코로나 19 전염병에 여론이 집중된 2020년 2월 25일 새로운 위원을 위촉하며 기존 위원회를 대체하는 조치를 취했다. 9명의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되었던 위원회에 3명을 상근 위원으로 만드는 조치 외에는 대동소이한 위원회인데 이런 조치가 내려진 이유에 의혹이 크나 제도권 언론에서 이를 깊이 있게 다루지도 않고 지나갔다.

전원 민간 비상근 위원으로 구성되어 비교적 독립적인 의견을 내려고 해서 정부의 눈 밖에 나서인지 모른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새로 구성된 위원회에서는 2020년 3월 6일 자 회의에서 위탁운용사에 위임했던 지투알과 한진칼에 대한 보유주식 의결권을 회수하고 직접 행사키로 의결해 지난번 위원회에서 관철시키기 어려웠던 위원회 활동과 대비된다.

정부가 면피성으로 들러리 세우기 위해 위원회를 만드는 게 아니고 순수하게 중지를 모으고자 한다면 위원 선임에서 균형 잡힌 전문가를 삼고초려해서라도 모시고 그들이 치열한 토론을 거쳐 집단지성이 발휘되도록 자율권이 주어져야 한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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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구  sunkoo200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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