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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정고기-미래의 식량 에너지[좋은 동영상 감상하기 27]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0.04.01 03:10

[논객칼럼=이영환]

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인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인공지능이다. 이 분야의 선두주자는 글로벌 차원에서 패권을 쥐게 될 것으로 예상되기에 미국과 중국은 인공지능 개발에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는 실정이다. 차이가 있다면 미국의 경우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기업이 이 분야를 주도하는 반면, 중국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아가 인공지능은 패권을 장악하는데 그치지 않고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계기를 제공할 수도 있다. 즉, 미국식 자본주의 시장경제와 중국식 사회주의 시장경제 가운데 어느 쪽이 더 우월한가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공지능 못지 않게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잠재력이 있음에도 일반인들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분야가 있다. 그것은 세포농업(cellular agriculture) 분야로 청정고기(clean meat)는 이 분야를 대표하는 프로젝트이다. 청정고기는 배양고기(cultured meat), 실험실 고기(lab-based meat)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한 마디로 기존의 공장식 사육을 통해 소, 돼지, 닭 등 동물 고기와 부산물을 생산하는 방식 대신 실험실에서 동물의 근육세포를 배양해 고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청정고기 프로젝트를 약 1만년 전 농업혁명과 더불어 시작되었던 1차 가축화(domestication)와 비교해 2차 가축화라고 부른다.

가축을 사육하게 된 것이 인류 역사에서 차지하는 의미를 생각해볼 때 청정고기로 대표되는 2차 가축화가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이는 그야말로 혁명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에 관한 논의는 넘쳐나는 반면, 청정고기에 관한 논의는 거의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청정고기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폴 샤피로(Paul Shapiro)는 이 동영상에서 기존의 공장식 사육을 통해 고기를 얻는 방식의 문제점과 청정고기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를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다. 샤피로는 <동물 권리보호 명예의 전당>에 오를 정도로 동물보호운동에 적극 참여했던 행동가로서 미국 동물보호협회 부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을 가진 그는 궁극적으로 동물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현재와 같은 공장식 사육 방식을 종료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동물의 근육세포를 채취해 배양함으로써 동물을 도살하지 않고도 고기를 얻을 수 있는 첨단 기술에서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샤피로가 세포 배양을 통해 청정고기를 공급하는 방식을 적극 추천하는 이유는 동물을 보호하는 실질적인 방안은 인간의 자비심에 호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대안을 제공함으로써 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적으로도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미국에서 포경산업과 마차산업이 쇠퇴했던 사례들을 들었다. 고래 기름은 과거 등불을 밝히는 원료로 널리 사용되었는데, 등유가 등장하면서 시장에서 사라졌다. 그 결과 수많은 고래들이 남획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세기 초까지 마차는 미국에서 주요 운송수단이었으며, 말은 엄청나게 혹사당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은 헨리 포드가 대중적인 자동차를 출시하면서 해결되었다. 즉 동물 학대를 종식시킨 것은 인간의 자비심이 아니라 기술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와 마찬가지로 샤피로는 현재 잔인하고 비위생적인 방식으로 사육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의 원인을 제공하며, 열대우림을 파괴하고, 물과 토지를 비롯한 엄청난 자원을 낭비하게 만드는 기존의 공장식 사육을 종식시키는 유력한 대안으로 세포농업에 기반을 둔 청정고기를 소개하는 것이다. 그는 세계 곳곳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 분야의 유망 스타트업들을 직접 방문하고, 이들이 만든 제품을 시식하는 과정을 통해 청정고기 프로젝트의 가능성을 평가하고 있다.

청정고기를 생산하려는 최초의 시도로는 2011년에서 설립된 스타트업 모던 메도우(Modern Meadow)를 들 수 있다. 샤피로는 채식주의자임에도 불구하고 이 기업이 세포 배양을 통해 생산한 소고기 칩(beef chip)을 시식하기도 했다. 이후 이 기업은 고기 대신 가죽을 생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그밖에 다양한 기업들이 등장해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2013년 최초로 햄버거용 패티(patty)를 생산한 네덜란드의 모사미트(Mosa Meat)와 2015년 최초로 미트볼을 생산한 멤피스미트(Memphis Meat)를 들 수 있다. 이들을 포함해 이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구글의 공동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같은 진취적인 기업가들의 지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청정고기 프로젝트가 갖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의미를 환기시켜준다.

여기서 한 가지 첨언할 것은 현재와 같은 비위생적인 공장식 사육 방식은 지금 지구 전체를 강타하고 있는 펜데믹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사실이다. 이미 조류독감을 통해 확인되었듯 현재와 같이 비위생적이고 비인도적인 방식으로 닭을 사육하면 또 다른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해 인류를 위협할 가능성이 높다.이런 의미에서도 청정고기 프로젝트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샤피로는 저서 『클린미트(Clean Meat)』에서 청정고기를 비롯해 세포농업 전반, 효모와 균을 배양해 우유와 요거트 및 달걀 등을 생산하는 비세포농업(acellular agriculture), 나아가 기존의 식물성 고기(plant-based meat) 분야의 최근 동향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또한 기존의 사육 방식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조목조목 지적하고 있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청정고기를 포함하는 세포 및 비세포농업은 인류의 마지막 대안이 될 수도 있다. 필자는 이 분야가 인공지능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본다. 인간에게 고기 섭취는 단순히 먹거리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나아가 인류의 존립과도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1960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인구는 2배 증가한 반면, 고기 소비는 5배 증가했다. 그리고 2050년경이면 세계 인구가 90억~100억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최근 경제발전에 따라 인도와 중국에서 고기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을 감안한다면 인구 증가로 인한 고기 수요는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고기 소비로 인한 부작용 또한 감당하기 어려워 질 것임을 시사한다.

인간의 고기 소비를 억제할 수 없다면 유일한 대안은 세포농업을 통해 청정고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런데 청정고기가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적, 경제적, 제도적 장애요인들이 있다. 이 가운데 가장 큰 장애요인은 과연 소비자들이 기존 고기의 대안으로 청정고기를 수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다른 장애요인들을 극복해 저렴한 가격으로 청정고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되더라도 소비자들이 고기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속수무책이기 때문이다.

향후 몇 년 안에 청정고기의 가격이 기존 고기와 경쟁할 수 있을 정도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청정고기가 진정 혁명적인 변화를 초래하고 지구를 살리는데 기여하려면 소비자들의 절대적인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을 우리 모두 유념했으면 한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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