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자칼럼]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글쓰기.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늘 어려운 과제다.

​대개 이런 말을 사족처럼 붙인다.

“내가 글솜씨가 없어서...”​

놀랍게도 글쓰기와 공부를 연결 짓는 이들도 있다. 그리고 글쓰기 실력과 글쓴이의 학력을 등치시키기도 한다.

좀 더 적나라하게 말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가령 ‘A 작가는 OO대를 나와서 글솜씨가 남다르다’ 같은 말들이 그렇다.

석혜탁

그런데 진짜 그럴까?

​글 잘 쓰기로 유명한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의 말을 들어보자.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듯 문장력은 학력 순이 아닙니다. 문장력을 뒷받침하는 생각의 질(質)은 어떤 고등학교 나와서 어떤 대학 갔느냐에 좌우되는 게 아닙니다. 얼마나 자신의 삶에 진지하고 솔직했느냐, 다른 이들과 소통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느냐, 얼마나 치열하게 고민했느냐에 따라 생각의 질이 달라진다고, 저는 믿습니다.”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中

말 잘하는 사람들을 떠올려보자. 사실 ‘글발’이든 ‘말발’이든 여러 재주 중 하나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말 잘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학교를 나와서 말 잘하고 어떻고…’와 같은 말은 상대적으로 덜 하는 듯하다.

왜 그럴까?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 글쓰기를 ‘평가받으며’ 자라온 탓에 글 잘 쓰는 것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고, 공부를 잘하는 것은 좋은 학교 가는 것으로 이상하게 연결되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다시 좋은 학교 간 사람이 글을 잘 쓰는 사람으로 환상적이고 불가해한 비논리가 순환하는 것이다.

글 잘 쓰는 것→공부 잘하는 것→좋은 학교 가는 것→글을 잘 쓰는 사람→공부 잘하는  사람.....(비논리의 무한반복)

다시 권석천의 말에 귀 기울여보자.

“그 증거는 검찰 공소장과 법원 판결문에, 정부 발표에, 정당 성명서에, 심지어 청와대의 대국민 메시지에도 있습니다. 좋은 대학 나와서 행정고시, 사법시험에 합격한 고학력자들의 머리에서 나온 글에서 숱한 비문(非文)이 발견되는 건 무엇 때문일까요. 진정한 글의 힘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 아닐까요.”

- 권석천, <정의를 부탁해> 中

때로는 뻔한 말이 진실을 담고 있기도 하다.

‘진정한 글의 힘은 마음에서 나오기 때문’이라는 권석천의 말처럼.

오늘도 내일도 마음을 담아 꾹꾹 눌러써보자.

한 문장, 한 문장을 이어 쓰면서 수만 가지 고민으로 밤을 지새우는 전국에 퍼져 있는 우리 문우(文友)들의 건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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