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인의 정화수]

[논객칼럼=도영인]

평소에 “모두 다 생각하기 나름이다”라는 말을 독자들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표현은 좋은 일이 생겼을 때보다는 좋지 않은 일이나 힘든 일을 당한 사람에게 위로를 전하는 말로 사용되어 왔다. 바라던 일을 이룬 사람에게 이렇게 말하면 성취의 행복감에 찬 물을 뿌리고 마는 겪이 되지만, 무언가에 실망한 당사자에게 하는 말이라면 듣는 사람에 따라서 약간이라도 위안을 줄 수 있다.

영국의 인간문화재와 같은 존재로서 수 세기에 걸쳐 추앙받아 온 세계적인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는 “Nothing is either good or bad, but thinking makes it so (좋거나 나쁜 것은 없지만, 생각이 그렇게 만들 뿐이다)”라는 유명한 문장을 남겼다. 셰익스피어 당시에 우리 조상들의 깊은 지혜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을 리가 없지마는, 이런 글은 한국인의 일상적인 지혜로움에 다름 아니다.

코로나19 전염병과 같은 전 세계적인 불행을 맞닥뜨린 상황에서도 한국인들은 우수한 집단지성을 발현하는 가운데 의연한 자세로 현명하게 대처해 오고 있다. 모든 문화권을 삽시간에 하나로 묶어주는 유튜브(YouTube) 동영상을 통해서 널리 전파되고 있는 바와 같이 위기에 처한 한국인들의 대응능력이 탁월한 국민으로서 많은 세계인들로부터 칭송을 받고 있다. 한국인들은 평상시에 보이지 않는 생각의 힘, 또는 정신적인 에너지에 의존하는 훈련이 아주 잘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다채로운 활동을 하던 사람이 갑자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 경우에 보통은 불평을 하게 된다. 스스로 집에 있기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전염병 때문에 외출을 하지 못하도록 자유를 박탈당했다고 생각할 때 불만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정 교회신도들의 경우에 정부의 행정명령을 어기면서 일요예배를 강행한 것 때문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에 대해 종교의 자유를 침해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오히려 서울시를 고소하기로 했다고 한다. 자신의 자유로운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매우 상식적인 수준의 생각조차 안하기로 선택한 결과이다. 일요일 예배는 꼭 특정한 장소에서만 가능하고 집에서 해서는 안 된다는 지극히 편협하고 이기적인 생각의 범주에 갇힌 사람들이 비록 소수집단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한국사회에 존재한다는 것이 지극히 놀라울 뿐이다.

행정안전부 '코로나 19' 유튜브 영상 캡쳐

평상시에도 그렇지만 특히 위기에 맞서야 할 때 보이지 않는 정신의 힘이야말로 눈에 보이는 물질현상적인 세력을 능가한다. 면면히 흘러 온 한국의 정신문화가 증명하는 바이다. 서양문화권과 비교해 볼 때 전통적으로 평화를 중시해 온 한국사회에는 뿌리 깊고도 하늘 높이, 정의롭고도 통 큰 한국고유의 정신적 힘이 건재한다. 고대역사를 포함하는 일 만년 가까운 한국역사를 돌아볼 때 수많은 외세의 침입과 36년간의 뼈아픈 식민지배, 그리고 6.25전쟁까지 겪은 후에 군사독재 권력에 맞서 강인하게 맞서 온 민주항쟁정신은 하루아침에 생성된 것이 아니다. 동학혁명정신을 통해서도 발현되었듯이 한국 사람들이 평소에 느끼는 민족혼에 각인된 보이지 않는 힘은 한국사회가 유난히 고통스러운 곤경을 극복해야 할 때일수록 더욱 강렬하게 분출되곤 했다.

우리나라에도 몇 번 다녀간 이스라엘의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Yuval Harari)가 Financial Times(파이낸셜 타임즈) 최근기사에서 경고한 바에 의하면 미래인류사회는 인간의 자발적인 민주정신을 위협하는 전체주의체제로 추락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하라리 교수는 국가주의 세력에 맞서 글로벌 사회 전체를 연대하여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국제적인 신뢰성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세계적인 변화에 지혜롭게 대처할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많지 않은 것으로 보았다.

불확실한 미래를 전망하면서 필자는 새로운 정신문명을 이끌어갈 소수국가들 중 하나는 분명히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가 믿고 싶은 생각 또는 자기에게 유리한 정보를 선택적으로 믿는 경향이 있고 더군다나 ‘확증편향적인’ 증세를 보이는 경우에는 객관적인 판단능력이 부재한 가운데 감정적으로 되기 싶다. 소수 극우성향의 정치적 혹은 종교적인 집단이기심에 휩싸인 사람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필자가 앞으로 세계무대에서 펼칠 한국인의 민주시민 역량을 매우 긍정적으로 기대하는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필자는 인류의식이 보다 높은 자아실현이 가능한 의식수준으로 계속해서 진화해 갈 것이라고 낙관하는 영성지능중심의 세계관을 가진 진화론자이기 때문이다.

환경문제와 글로벌 경제 위기 등 온갖 거시적인 위험에 둘러싸인 세계정세를 놓고 볼 때, 허황되게도 무책임한 믿음을 갖고 있다고 필자가 비난받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한국인이 장구한 세월에 걸쳐서 단련시켜 온 보이지 않는 정신세계의 힘과 한국정신문화의 저력을 믿는 필자는 감성적인 치우침이 아닌, 통합사회적인 관점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인간은 행복을 경험할 수도 있고 불행을 경험할 수도 있지만 삶에서 일어나는 좋거나 싫은 개인적 경험은 기본적으로 특정 생각을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스스로 얼마나 선택하는가에 달려있다. 어떤 어려운 상황, 그 자체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든다기보다는 그 상황에 대한 패배적인 생각이 우리를 불행으로 이끈다. 만약에 통합영성적인 세계관이 뚜렷할 경우에는 스스로 생각하는 힘에서 나오는 합리성을 능가하는 본질적인 영혼의 에너지 혹은 우주적인 기(氣)를 무의식적으로 활용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 “하느님이 보우하사....”라는 믿음을 갖고 살아 온 한민족이 가진 힘이 바로 그러한 능력이다.

소위 선진국 여러 나라들의 뉴스미디어에 세계적인 찬사를 받으면서 보도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의료인들과 방역당국이 보인 모범적인 대응능력은 하루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급변하는 위기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은 평소에 마음이 열려있고 자기 아닌 타인을 배려하는 이타정신과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상생문화적인 인간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서 발현된다. 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에 잘 맞서는 신체적인 면역력을 가지려면 평소에 건강한 식습관과 일상적인 운동을 통해 꾸준하게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하는 것처럼, 위급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정신건강 또한 평상시 안정적인 마음자세와 사회의 안녕을 먼저 생각하는 공익정신에 뿌리내리고 있어야 한다. 근면성실한 공무원이나 지도자층이 있다 해도 대다수 국민들이 생명을 존중하고 보호하려는 도덕성이나 기본적 인격조차 결여되어 있다면 위급사태에서 사회는 더욱 큰 혼란과 심리적 불안의 수렁에 빠지게 된다. 불행하게도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소위 선진국으로 알려진 나라들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재기와 집단이기심 등 후진적인 성향을 드러내고 말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상태에서 남의 화장지를 가로채는 등 눈에 띠게 극심한 이기심과 공포심을 보인다면 그 사람은 자신의 깊은 정체성, 즉 영성적인 차원의 자아인식능력이 비교적 불안정한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고통은 고통스러운 상황 그 자체보다는 그 상황이 고통스럽다고 해석하는 생각에서 비롯된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외부상황에 처해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희망하는 의식의 불꽃에 집중하는 능력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경우에는 그 상황을 침착하게 극복하는 실천력이 배가된다.

문화적 맥락 속에 뿌리 깊이 자리 잡은 개인의 긍정적인 사고능력이야말로 위급사태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게 하는 내면의 힘으로 작용한다. 정신문화적인 면역력은 자기 스스로를 방어할 줄 아는 건강한 생각의 습관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길러진다. 자신을 바라볼 때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평소에 자아정체성이 확고한 경우라면 그 사람은 먼저 자기 내면의 높은 자아(Self, 大我)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렇지 못하고 이 세상에서 존재할 가치가 별로 없다고 스스로를 낮게 평가하는데 익숙한 경우라면, 위급상황에 이르러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발휘하지 못하기 쉽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한국인 대다수는 평소에 부모사랑을 비롯하여 주변사람들의 배려, 그리고 우주에 가득한 사랑에너지까지 “하늘만큼 땅만큼“ 듬뿍 받으며 살아 온 사람들임을 만천하에 알리게 된 셈이다.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인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선진적인 생각과 상생적인 정신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인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계기가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무서운 전염병 확산이라는 불행한 사태로 인해 생긴 불행 중 다행한 일이다.

도영인

한 영성코칭연구소장
영성과 보건복지학회 고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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