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코로나19로 실물경제와 주식시장이 홍역을 치루고 있지만, 터무니없이 폭등한 주식이 있다. 한진칼이다. KCGI라는 사모펀드가 한진칼을 매집하면서 경영참여를 선언하고 남매간 경영권분쟁마저 점화되면서 몇몇 대기업들까지 지분경쟁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지주회사로서 자회사 대부분이 여행,관광 관련기업이므로 코로나19로 경영환경이 악화돼 생존의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모기업인 한진칼은 때아닌 경영권분쟁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은 불특정 다수가 나름의 판단과 책임을 가지고 자유롭게 투자를 하는 곳이라 코멘트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러나 자회사들이 경영위기에 빠져 정부에 손을 벌리고 있는데, 주주들이 자금을 동원해 주식을 매수하고 경영권분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으니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다.

사진 한진칼 홈피 캡쳐

경영권분쟁이 가져온 주가폭등

한진칼 주가는 사모펀드 KCGI가 매집하기 전인 2018년 중순만해도 2만원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KCGI가 주식을 매집, 경영 참여를 선언하고 기존 주주들이 방어하는 과정에서 치열한 지분경쟁이 진행됐다. 최근에는 지분경쟁 전선이 확장되면서 몇몇 대기업들이 가세했고 주가는 한때 10만원을 훌쩍 넘기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한진칼의 기업가치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반면 자회사들은 심각한 경영환경 악화로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 시가총액이 1조원에서 5조원으로 급증하면서 한진가 가족들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 역시 3000억원에서 1조 5천억원대로 불어났다. 특히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주식은 상속세도 내지 않고 담보로 국가에 제공한 상태에서 대규모 평가차익이 발생하고 있다. 기업경영이 악화되고, 형제들이 볼썽사납게 싸우는 가운데서도 보유자산 가치가 급증하는 비정상적인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한진칼 지분경쟁에 델타항공같은 외국기업뿐 아니라 국내 대기업들도 가세하고 있어  이들과 어떤 이면계약이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으나, 앞으로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조건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는 점은 과거 지분경쟁 사례로도 상상해 볼 수 있다. 보도에 따르면, KCGI측도 보유 지분을 담보로 대출을 일으켜 다시 주식매입에 열을 올리는, 매우 위험한 지분경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회사에 대한 정부지원에 앞서 자구노력 등 우선돼야

한진칼 자회사들은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관광, 호텔 등 여행과 관광에 관련된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최근 코로나19로 직격탄은 맞아 기업경영환경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어, 존폐의 기로에까지 놓여 있다. 이에 전체적으로 정부의 지원을 강력히 요청하고 있다. 특히, 한진칼이 이사회 의장으로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 정부의 금융지원을 끌어내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시각까지 있을 정도다.

주식시장의 주요 기능 중 하나는 기업의 자금조달 기능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증자를 통해 시중의 투자자금을 기업으로 유입하도록 해 기업의 위험을 감소시키는 역할을 한다. 한진칼 일부 대주주의 경우 경영권 분쟁에 집중해 경영권을 잡으려고 경쟁할뿐 기업의 경영난에는 관심이 없는듯 보인다. 주식을 경쟁적으로 매입하는데 거대자금이 동원되고 있지만, 이 자금이 기업 내부로 흐르지 않아 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주주 간의 머니게임 가운데, 주주들은 보유지분 가치가 급증해 엄청난 평가이득을 얻고 있음에도 막상 경영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마저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한진칼과 관련된 기업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코로나19와 같은 특별한 상황을 맞아 기업이 어려움에 직면할 경우, 경제정책 차원에서 정부의 지원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 지원자금의 원천이 공적자금일 경우 그것은 국민의 세금인만큼 국민적 이해에 근거해 정당하게 집행돼야 한다. 정부는 대주주들이 보유자산 매각 등의 자구노력뿐 아니라, 높은 주가를 활용해 대규모 증자를 단행, 증자자금이 어려운 자회사를 살리는 곳으로 흐르도록 유도해야 한다. 긴급지원의 필요성이 인정되더라도 그런 후에 정부의 지원이 이뤄지는 게 순리다. 거금을 동원해 치열한 지분경쟁을 할 정도로 경영권에 집착을 보이는 만큼, 기업을 살리는 데도 책임있게 앞장서 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한진칼을 둘러싼 경영권분쟁의 구체적인 배경과 내막을 알기가 쉽지 않다. 자본시장에서 지분경쟁과, 이에 따른 주가변동은 나름 의미가 있고, 자유시장의 원리상 개입할 명분도 없으며, 그래서도 안된다. 그러나 대주주들이 경영권 유지를 위해 거대자금을 동원했다면, 기업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서도 역할과 책임을 다해야 한다.

한편으론 이번 한진칼의 경영권분쟁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지만,  과도한 지분경쟁으로 인한 주가폭등이 종말을 고할 때, 사상누각과 같은 주가가 폭락으로 이어져 심한 후유증을 가져올 것이다. 일반투자가들은 진흙탕 싸움을 멀리 해 피해가 없길 바란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