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청년칼럼=한성규]

코로나 19사태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들과 개들을 제외하고는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서로 피해를 주지 않으려 조심한다. 길거리에서 담배연기 뿌리고, 담배꽁초 무단 발사하는 아저씨들은 포기하자. 바이러스가 아니라 온 나라에 뱀을 풀어놓는다고 해도 자기마음대로 할 테니까.

나는 외국에 갔다 와서 2주간의 자가 격리를 무사히 끝내고 사람들을 만나려고 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친구들은 물론 친척들까지 코로나19가 종식되면 보자고 했다. 오해하지 말라고 하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혼자 놀게 되었다. 처음에는 혼자 밖에도 다니고 했는데 진짜 할 일이 없었다. 모든 행사가 취소되고 내가 뻔질나게 다니던 도서관과 헬스장도 문을 닫아버렸다. 그래서 자가격리가 그냥 이어졌다.

보이지 않는 손들의 고마움

운동을 병적으로 하는 나는 팔굽혀 펴기만 하루 천개 넘게 하다가 왼쪽 손목을 삐끗해서 운동기구를 사기로 했다. 헬스장에 있는 기구들의 가격을 확인하고는 깜짝놀라 한숨만 쉬다가 결국 오천 원짜리 요가볼만 하나 구입했다. 집에 있는 책도 두 번씩 다 읽어버려 도서관을 알아보니 북드라이브 쓰루를 한다고 했다. 드라이브 쓰루? 나같이 차가 없는 사람은 어쩌라고. 택시타고 책 빌리러 가야 하나? 할 수 없이 인터넷으로 책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할 일없이 독서만하다보니 책값도 1주일에 10만원씩 나왔다.

집에서 지내다 보니 그동안 보이지 않는 손들과 규모의 경제에 의해서 내가 얼마나 많은 혜택을 받았는지 알 수 있었다. 다음부터는 헬스장에 가면 감사한 마음으로 운동해야지. 도서관에서 책을 다시 빌리게 되면 더욱 더 소중히 한 글자 한 글자 읽어야지.

이렇게 집에서 요가볼과 함께 뒹굴고 책만 읽다보니 살이 확 쪄서 자타공인 확찐자가 되어버렸다. 나는 직장을 때려치자마자 80kg에 가깝던 몸무게가 희한하게도 점점 줄어 내 키에 이상적인 68kg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동안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탄탄한 근육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한 달 남짓 뒹굴다보니, 맙소사 배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말이, 집에서 놀면 더 많이 먹게 된다더니 정말이었다. 일어나자마자 먹고, 11시쯤 되면 출출해서 먹고, 3시쯤 되면 심심한 나머지 먹고, 7시쯤 되면 본격적으로 먹었다. 활동량이 없다보니 잠도 줄어서 새벽 4시가 되면 눈이 벌떡 떠졌다. 4시에 깨어 잠이 들기를 기다리다보면 배가 또 고파져서 어쩔 수 없이 먹었다. 이렇게 하루 다섯 끼를 먹고 있다. 이거야 원,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조선시대 임금님도 아니고, 나라에 세금도 얼마 못내는 백수가 하루에 다섯 끼나 챙겨먹다니.

너무 많이 먹는 대한민국국민들

백수가 더 바쁘다더니 정말이네, 하는 소리를 듣던 나다. 내가 한 달 동안 집에 처박혀 있으면서 느낀 점은 한국 사람들은 너무 많은 것을 소비한다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한 달 넘게 이 지구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으면서 자원만 축내고 있는데 TV나 라디오는 맨날 하는 소리가 소비가 줄어서 걱정이란다. 이렇게 많이 먹고 싸고 있는데?

픽사베이

요가볼을 흔들며 또 든 생각은 한국 사람들은 정작 필요한 것들은 소비하지 않고 쓸데없는 것들을 필요이상으로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TV를 켜봐라. 거의 80%의 사람들이 TV에서 먹고 있다. 뭘 마시고 먹고, 또 요리하고, 시켜먹고 난리를 친다. 구석기 시대에 한반도에 사람들이 정착한 이래로 지금만큼 남이 먹는 모습을 많이 본 적이 있었던가? 주변이 온통 먹방이요 먹판이다. 이쯤 되면 잠시라도 입에 뭘 안 넣고 있으면 내가 이상한 인간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들이 마음을 위해서 하는 소비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험서나 돈 버는 법에 대한 책을 제외한 독서율은 거의 아프리카 수준 아닌가? 철학을 얘기하면 궤변 늘어놓지 말라고 하고, 예술을 얘기하면 돈 안 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하고, 종교를 얘기하면 신천지냐고 공격한다.

소비가 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소비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대한민국은 먹는 양도 세계 1등 뚱뚱이 국가인 미국을 따라잡을 기세고, 정신병 발병률도 이제 미국을 맹추격하고 있다. 우울증, 조울증, 마약이나 프로포폴 중독, 알코올 중독자들이 넘쳐난다. 다만 진단받는 것을 꺼려서 통계에 안 나타날 뿐, 온 나라가 정신병환자들 천지다.

TV에서는 오늘도 착한 소비를 하자고 난리다. 착한 소비라는 게, 먹는 거 입는 거 노는 것투성이다. 이웃 소상공인을 위해 소비하자고 난리지만 우리는 한번이라도 우리의 불쌍한 마음을 위한 소비를 한 적이 있나?

나는 소비가 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잘못된 것을 너무 많이 소비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의 건강을 해치는 것들을 너무 많이 소비했다.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육체적, 정신적 건강을 위한 상품과 서비스들이 많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니까.

코로나19 이후

사람들은 코로나19 이후를 이야기한다. 나는 코로나 19이후에 늘어난 가족들과의 시간이 계속 유지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코로나 19이후에 눈치 보지 않고 병가를 쓸 수 있는 직장문화가 정착되었으면 좋겠다. 나는 코로나 19이후에 길에서 담배연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우주인 모자를 쓰고 담배를 피워주었으면 좋겠다. 나는 코로나 19이후에 사회적 거리를 두고 줄을 서는 문화가 계속되었으면 좋겠다. 특히 공항 입국심사 같은, 도저히 빨리 갈 수 없는 곳에서 줄을 설 때 제발 안 밀었으면 좋겠다. 밀고 서두른다고 해서 앞으로 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리고 그동안 약 먹은 병아리처럼 분주하게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코로나19로 인해 발견한 여유가 대한민국에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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