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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객칼럼=이영환]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코로나19로 인해 4월 29일 기준 확진자는 300만 명이 넘었으며, 사망자는 20만 명을 돌파했다. 이 기록만으로도 코로나19 사태는 100년 전 유행했던 스페인 독감 이후 최악의 팬데믹(pandemic)이다. 현재로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제 종료될 것인가가 초미의 관심사지만, 앞으로 더 중요한 과제는 팬데믹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일부 전문가는 동물들의 몸에 100만 가지가 넘는 바이러스가 살고 있다고 하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언제라도 변이를 통해 인간의 몸에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태가 이러하니 그때마다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거의 불가능한 과제다. 그러므로 새로운 팬데믹이 발발하지 않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는 국제적 연대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경우에만 가능할 것이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특히 경제와 기후변화의 측면에서 인류에게 몇 가지 값진 교훈을 주었다. 우선 코로나19로 벌써 두달 넘게 세계 전역에서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고 사람들이 여행을 자제하다 보니 화석연료의 사용이 급격이 줄어들었다. 이로 인해 대기와 수질이 크게 개선되었다. 먼 거리에서 히말라야 산맥 전경을 볼 수 있게 된 것은 근래 처음이라고 한다. 오염되었던 강에 물고기가 돌아오고, 자취를 감췄던 동물들이 모습을 보인다고 한다. 인류는 지구의 정복자인 동시에 파괴자였던 것이다.

이와 같이 그 동안 관찰된 현상만으로도 현재와 같은 대량소비∙ 대량생산 중심의 경제활동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의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그렇다고 경제활동을 지금 수준으로 규제하는 것이 해결책이 아님 또한 명백하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고 전 세계가 동반 경기침체에 빠지는 상황을 계속 감당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기후변화와 생태계 파괴라는 환경 재앙을 피하면서 지속 가능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다음 우리가 얻은 교훈은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사태의 상호작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얻었다는 점이다. 앞서 지적한 대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활동이 상당부분 멈춤에 따라 곳곳에서 생태계가 복원되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었다. 경제활동이 제한되는 한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런데 정작 더 중요한 것은 기후변화 자체가 팬데믹의 발발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많은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팬데믹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고했다. 지구의 온도가 올라감으로써 과거에는 인간과 분리되어 있던 바이러스들이 인간의 거주 영역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여러 역학 조사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해수면이 높아져 해안 근처의 도시들이 모두 수중에 잠기는 것은 물론, 서식지가 파괴되고 생태계가 교란됨으로써 인간과 동식물, 나아가 바이러스와 박테리아를 망라한 각종 미생물들이 혼돈의 한 가운데에 있게 될 것이므로 각종 전염병과 팬데믹이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삼각 딜레마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경제활동→기후변화 →팬데믹(→ 경제활동….)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는 쌍방향으로 작용하면서 모든 문제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제는 “기후변화는 없다”거나 “중요한 것은 경제다”라든가, “팬데믹의 공포는 과장되었다”는 등의 주장은 모두 진실이 아님이 드러났다. 따라서 무조건 경제만 강조한다거나 기후변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희생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보다는 모든 가치들을 조화롭게 반영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이는 현재의 경제 시스템으로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미 확인되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이에 대한 논의가 이 동영상의 핵심이다.

 

이 동영상의 연사 케이트 레이워스(Kate Raworth)는 몇 년 전 주목을 받은 책 『도넛 경제학(Doughnut Economics)』을 출판했다. 레이워스는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다가 주류 경제학은 빈곤이나 환경 문제에 대해 아무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직접 현장에 뛰어들어 아프리카 오지에서 운동가(activist)로 활동했다. 그 후 UN, 옥스팜(Oxfam)과 같은 국제기구에서 다년간 활동했다. 그러다가 레이워스는 경제학이 어쨌든 모든 정책의 바탕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기에 다시 학계로 돌아가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것이 이 책이다. 이 책이 출간된 후 레이워스는 자신이 고안한 도넛 경제학의 취지를 널리 알리기 위해 여러 곳에서 강연을 했으며 이 테드 강연도 그 일환이다. 레이워스가 『도넛 경제학』에서 주장한 내용은 다음 7가지로 요약된다.

1) 목표를 바꿔라: GDP에서 도넛으로. 이것은 GDP로 측정되는 경제성장 목표 대신 도넛으로 상징되는 사회적 기초와 생태적 한계의 범위 안에서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큰 그림을 보아라: 자기 완료적인 시장이라는 개념 대신 사회와 자연이라는 큰 틀에서 시장의 역할을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지상주의를 극복하자는 말이다.

3) 인간의 본성을 피어나게 하라: 인간은 도구적 합리성에 따라 결정하는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행동경제학과 심리학에서 밝혔듯이 감정을 가진 복잡한 존재임을 전제로 인간을 양육해야 한다.

4) 경제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라: 시장경제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항상 정태적인 균형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이 아니라 복잡계 원리와 진화론에 따라 역동적으로 작동하는 시스템이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5) 분배를 설계하라: 불평등 문제의 주요 원인은 제도와 규칙을 잘못 설계한 데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제도와 규칙을 새롭게 정비해 분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6) 재생 가능한 경제를 추구하라: 경제성장이 저절로 환경문제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환상임이 드러났다.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중심으로 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것은 기후변화를 저지하기 위해서 필요하다.

7) 성장에 대한 맹신을 버려라: 지속적인 경제성장은 현실적으로나 이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성장을 하던, 안 하던 모두가 번창(thrive)할 수 있는 경제를 만들어야 한다.

이 7가지 제언에서 알 수 있듯이 레이워스가 주장하는 내용은 주류 경제학인 신고전파 경제학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 경제, 사회, 환경과 같은 주제들을 모두 포괄해 통합적으로 다루는 이론 모형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레이워스는 자신의 책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제기한 것이다. 이에 대한 답을 구하는 것이 앞으로 남은 과제다. 특히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팬데믹을 경험한 이후 레이워스가 제시한 도넛 경제학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넛은 안에 구멍이 있는 디스크 형태로서 안의 경계는 최소한의 사회적 기초(social foundation)를 가리키며, 밖의 경계는 생태적 한계(ecological ceiling)을 가리킨다. 레이워스는 사회적 기초로는 식량, 교육, 보건 등 12가지 항목, 생태적 한계로는 기후변화, 해양산성화 등 모두 9개 항목을 지적했다.

레이워스는 이 동영상에서 이런 내용을 요약해서 전달하고 있다. 기존 경제 시스템에 대한 대안으로서 그 실행 가능성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다.

 

 이영환

 동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

 지식공유광장(www.iksa.kr) 운영

 <시장경제의 통합적 이해> 외 다수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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