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코로나19로 경제상황이 매우 어렵다. 정부는 과거 어느 때보다 신속하고 과감하게 재정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금융정책을 주도하는 한국은행도 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5%로 인하하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했다. 그러나 금융정책은 이미 역부족인 상황이라 정부도 재정정책에 집중해서 적극적인 적자재정을 실행 중이다. 그렇지만 일부 경제학자들은 보수적인 재경부를 비판하면서 더 발 벗고 나서라고 주문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국가재정은 비교적 우량한 상태인데,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재정정책과 비교할 때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상황이 녹록지 않다. 지금까지 재정이 그나마 건전했던 것은 복지수준이 매우 낮아 정부지출이 크지 않았고, 경제성장과 가계부문의 소득증가로 세수가 나름대로 괜찮았기 때문이다. 향후는 복지제도가 점차 확충되면서 불가역적으로 재정지출이 확대될 수밖에 없고, 세수는 코로나19 여파와 저성장으로 급격히 축소될 것이며,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재정부담은 가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전례없는 경제위기로 적극재정을 편성하는 것에는 필자도 이의가 없다. 그러나 위기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고 더 어려운 국면에 진입할 수 있으므로, 차제에 증세의 틀을 준비하는 고통분담 정책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손쉬운 적자재정만을 선택하여 국가부채가 누적되면, 감당해야 할 미래세대들은 과도한 부채에 눌려, 결국 ‘국가부도’라는 위기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전경@오피니언타임스

올해 재정적자는 사상 최대규모인 150조원 추정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은 ‘전시재정’을 지시하면서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방향을 정하고 있다. 국가가 선도적으로 나서 전례 없이 3차에 걸친 추경예산을 편성하여 민간경제에 전방위적인 자금지원을 준비하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려는 정책방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한 재정적자 규모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5월 2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재정수지적자가 벌써 89조 4천억원에 이른다. 이는 경기침체로 세수가 급속히 줄어들고, 확대재정과 1.2차 추경으로 세출규모가 급속히 늘어난 결과이다. 올해 말 재정적자는 약 150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세수는 더욱 줄어들 것이며, 하반기에는 3차 추경으로 추가적인 재정지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150조원은 GDP 대비 7-8%에 해당하는 규모이며, 올해 말엔 국가의 총부채가 GDP 대비 50%에 육박하게 된다. 선진국 대부분이 GDP의 100% 정도라 아직 여유가 있다고 할 수 있으나 그렇게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

내년 이후의 경제상황이 쉽지 않다. 과거와 같은 높은 성장으로 인해 세수가 확대될 것을 기대하기 힘들다. 내년에 코로나19가 극복된다고 하더라도 경제가 정상으로 돌아오기에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성장을 주도해온 중후장대형 산업이 점차 국제경쟁력을 상실하면서 본격적인 구조조정국면으로 이미 진입했기 때문이다. 반면에, 향후 4차산업혁명 진행과정에서 성장을 주도해야 할 신규산업은 아직 초보적 투자단계며, 성과를 내기까지 시간이 필요해 리스크도 매우 크다.

더욱이 인구는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실업률이 구조적으로 높아지면서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복지비용이 급증하는 구조이다. 우리의 복지지출 규모는 작년 GDP의 11.1%로 OECD 평균인 21%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므로, 아직도 복지 관련 지출은 계속 늘려야 하는 압력이 커질 수밖에 없어 재정부담은 더 확대될 것이다.

결국, 올해의 재정적자도 부담스럽지만,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 장기적인 추세의 시작일 뿐이므로, 앞으로도 국가부채는 급증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에 따른 부작용들을 고려할 때, 재정적자 확대를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우리나라의 미래세대는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급격히 축소돼 그들이 국가부채를 부담하며 느끼는 무게감은 훨씬 클 것이다. 미래세대에 과중한 부채로 인한 ‘헬조선’을 안겨주는 상황을 기성세대는 아프게 고민해야 한다.

증세논의를 동시에 추진해야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올해 재정적자는 150조원으로 추정되며 국가부채는 970조원로 확대되어 GDP의 50%를 돌파하게 된다. 이는 OECD평균인 109.2%와 비교할 때 아직 부담스럽지 않을 수 있으나, 우리는 재정적자가 단기적 현상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더욱이 노령화가 급격히 진행되어 각종 연기금의 자금부족사태가 예상되며, 이는 정부가 해결해야 하는 잠재부채이므로 국가부채는 눈덩이처럼 커진다.

재정적자를 메꾸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고, 한국은행이 국채를 인수해 주면 시중금리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재정확대가 가능하다. 정치적으로 부담스러운 증세없이 재정확대를 할 수는 있지만, 결코 ‘공짜’가 아니다. 올해 말에 국가부채가 GDP의 50%를 넘어서고, 향후에도 경제성장이 멈춘 가운데 재정적자가 가속적으로 증가하면 수년 내에 위험 수준으로 판단되는 GDP의 80%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되면, 국가부채에 대한 경고음이 울리게 되고, 국채를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이 이탈하고, 국채금리가 상승하기 시작해 외환/금융위기로 확산할 수 있다.

이제는 재정적자확대 속도를 줄이기 위한 증세를 심각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미래세대에게 무책임하고 과도한 부채를 넘기기보다는 경제성장의 과실을 온몸으로 누린 기성세대가 상당한 정도 부담할 수 있도록 증세시스템을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인구감소, 경기침체, 높은 실업률, 감당하기 힘든 아파트값 등 사중고를 짊어질 미래세대에게 국가부채까지 안겨 주어서는 안된다.

증세를 위한 세제개편논의는 빠를수록 좋다. 우리나라 조세부담율이 2018년 20%을 상회하였으나, OECD 평균은 25%로 OECD국가 중 하위에 머물고 있다. 아직 증세의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며, 정부가 나서서 증세방법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 특히 소득불균형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빈부간 갈등, 세대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하루빨리 합리적 증세정책을 내놓고 공론화해야 한다. 집권 여당은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 신임을 압도적으로 받았고, 당분간 선거도 없지 않은가?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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