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영인의 정화수]

 [논객칼럼=도영인]

최근에 ‘STRONG KOREA 2020’이 비대면(untact) 웹 포럼으로 열렸다. 창의 인재육성 및 과학기술 정책방향에 대한 토론을 통하여 최첨단 과학기술강국으로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 끌어올리기 위한 범국민적인 캠페인이었다. ‘과학, 기술과 연구는 우리의 국가 목표이다’를 뜻하는 이 STRONG 켐페인은 ‘Science, Technology, and Research are Our National Goal’이라는 머리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전쟁 아닌 전쟁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한 현 시점에서 미래사회에 대비하는 강력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물론 과학이고 기술이고 연구이다. 필자도 컴퓨터 앞에 앉아서 화상회의 참가자로서 포럼 강연들을 들었는데, 국제무대에서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킨다는 면에서 일반대중에게 희망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의미 있는 행사였다고 생각한다.

과학은 인간의 몸과 자연을 포함하는 물질현상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성적인 논리체계를 사용한다. 인간의 삶의 질을 좌우하는 합리적인 사고능력은 어린아이의 인격이 성숙하기 전부터 오감을 통해 자연스럽게 작동하는 신체적 앎(knowing)의 역량에 의존한다. 죽지 않고 살아남아 후세까지 유전인자를 넘겨주기 위해 정상적인 몸의 감각작용을 필요로 한다는 면에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다르지 않다.

인간이 동물세계와 비교될 수 없는 탁월한 문명을 이룬 것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신체능력을 보강하는 두뇌의 힘으로 물질문명을 자의적으로 발달시켜 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타고난 능력을 인위적으로 증강시키기 위해 원자, 분자 등 미시세계의 화학적 구조뿐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거시적인 우주천체 시스템까지 탐구할 수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끊임없이 만들어냈다. 기계문명을 발달시킴으로써 인간에게 주어진 신체적 능력과 오감을 통한 앎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한편 일상생활의 편리함을 줄기차게 추구해왔다. 또한 개인의 주관적인 의견이나 통찰력을 능가하는 보편타당한 객관적인 지식체계를 쌓음으로써 물질적인 결핍과 질병 등 인류가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을 지금까지 잘 극복해 왔다.

일상에 도움이 되는 과학기술이라 하면 사람들은 보통 물질과학을 연상하는데, 한 국가뿐만 아니라 인류전체를 구하는 방책을 찾으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삶의 기술에 대해서도 연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양자컴퓨터 사용을 눈앞에 두고 있는 21세기 데이터주의 미래사회에서는 지금까지 해 온 것보다도 훨씬 더 가속화된 최첨단 방식으로 물리학, 사회학, 생물학, 화학, 심리학, 전자학은 물론 현대과학 이전 시대에 인류가 신비스럽게 여겨 온 심층종교나 영성관련 영역까지 더욱 더 면밀하게 탐구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사회는 바이러스의 위험뿐만 아니라 인간을 기계의 노예로 전락시키는 인공지능시대가 초래할지도 모르는 사회적 억압과 정치권력의 위협까지 떠안게 될 것이다. 이제 인류는 새로운 과학기술의 힘만으로 극복하기 어려운 코로나19 사태 같은 시대적인 도전에 맞설 좀 더 융합적인 대응능력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신종 바이러스가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출현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가운데 현 시대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적에 패배당하지 않는 비물질적인 방어책을 필요로 한다.

경제활동과 교육시스템을 위시하여 인간 삶의 전반적인 영역을 광폭하게 뒤집어 놓은 전대미문의 적에 맞서서 인간은 그동안 발달시켜 온 모든 과학기술을 총동원하고 최저 생계유지를 위한 보편적인 사회복지체제를 더욱 강화시키게 될 것이다. 이 새로운 인류사적인 투쟁과정에서 또 한 가지 유용한 문제해결 방법이 있다고 가정한다면 필자에게 무엇보다 먼저 떠오르는 것은 사회문화적 집단의식과 철학적 사고능력을 향상시키는 통합적인 세계관이다.

인간의 건강유지와 다양한 자연생태계 간의 조화로운 공존은 개인의 신체적인 경계선과 지구상의 수많은 국경선들을 넘어서는 집단지성적인 삶의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위기(危機) 상황 이면에 운 좋은 기회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침략 덕택에 오늘날 인류는 통합영성적인 관점을 활용해야 하는 긴박한 시점에 도달했다. 물론 앞으로 계속해서 새로운 형태로 출현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종 바이러스의 침공을 성공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과학강국으로서 한국이 서구국가들의 기술력에 뒤지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동시에 이러한 투쟁의 과정에서 앞으로 대한민국은 정신문명의 영역에서도 세계가 예상하지 못한 선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픽사베이

필자는 한국 고유의 강점인 정신문명적인 창의성과 고대사회의 역사철학적인 기반 위에서, 맨눈으로 볼 수 없는 바이러스와 맞서는 신비스러운 무기라고 할 수 있는 영성적인 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래학의 선구자적인 대가로 알려진 제임스 데이토(James Allen Dator)교수는 얼마 전에 한국을 방문한 바 있는데, 이 하와이대학교의 미래학연구소 소장은 한국의 미래를 매우 긍정적으로 내다보았다. 데이토교수에 의하면 한국은 미래사회에서 세계적인 리더로 발돋음 하는데 필요한 사회문화적인 잠재능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가 보기에 한국인은 상생적인 정신문화에 뿌리 내린 사회심리적인 연대감을 창의적으로 꽃피울 수 있는 저력을 갖고 있다. 한국 고대역사로부터 면면히 이어져 온 홍익이념을 실천함으로써 생명 중심적인 삶의 지혜를 한국인들이 앞장서서 지구촌 전체에 회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이나 국가가 가진 물리적인 정체성의 한계를 넘어서는 공동체의식의 발달은 객관적인 정보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수준을 능가하는 감성적이고 영성지능적인 삶의 지혜 또는 생명의 눈(eye of life)을 필요로 한다. 최대 다수 사람들이 삶에서 만족감을 느끼며 살기 위해서는 눈에 보이는 객관적인 사실과 더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신비로운 현상들까지 직감하고 지혜롭게 활용할 수 있는 영성지능이 요구된다. 포용적인 세계관 내지 영성적인 우주관이 전인적인 앎과 실천력의 형태로 삶의 현장에서 녹아날 때 인류사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안전한 보호막이라고 할 수 있는 영성적인 면역력과 정신문명적인 방어체계를 갖게 될 것이다.

사회통합적인 의식수준은 최대 다수 생명체를 살릴 수 있는 우주적인 스케일의 사랑에너지를 불러일으키는 인류 공동체적인 집단지성을 의미한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한국 전통문화 속에는 삶의 모든 현상에 대한 전인적인 앎(holistic knowing)을 포용하는 우주적인 세계관과 더불어 영성적인 안목(spiritual eyes)과 예술적인 생명력이 충만하다. 홍익인간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이 매우 자연스럽게 느껴지고 사람을 살리려는 욕구가 사회문화적인 DNA에 뿌리내리고 있는 한국사회에서 다른 어떤 지역사회에서보다 공감과 연대가 더욱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를 살아 갈 인류가 인공지능의 지배하에 놓이는 미약한 처지로 추락하지 않으려면 과학의 힘과 영성에너지를 창의적으로 융합시켜야 한다. 현재의 과학적인 접근방식만으로는 초개인적인(transpersonal) 지혜 혹은 몸, 마음, 영성을 아우르는 전인적인 삶의 직관력을 충분히 살려낼 수 없다.

‘통합영성(integral spirituality)’ 개념에 관심이 있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켄 윌버(Ken Wilber)의 통합이론적 관점에서 통합적 지혜(integral wisdom)를 탐구해 온 연구자인 브레드 레이놀즈(Brad Reynolds)에 의하면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몰고 온 폭풍의 중앙에는 영성의 눈(Eye of Spirit)이라는 고요한 눈이 자리 잡고 있다. 인간의 의식수준이 영성적인 자각을 불러일으키는 우주에너지의 중심에 다다를 수 있다는 것은 과학기술적인 분석방법이 미치지 못하는 궁극적인 본질의 영역 또는 신비로운 물질현상을 잉태하는 신의 세계에 근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음과 질병과 같은 심리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의 심층에는 인류가 경험하는 현존감의 원천이라 할 수 있는 초월적인 요소들이 놓여있다. 초개인적인(transpersonal) 앎의 눈이 작동하는 신비영역에서 사람들이 생명의 원천인 영성적인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충분히 기적적인 사실이다. 맨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세계와의 전쟁에서 소중한 목숨들을 보호하는 우주적 사랑에너지, 또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인간의 삶을 온전하게 회생시킬 수 있는 신비로운 영성의 힘을 부정해야 할 이유가 없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상황에서도 위태로운 물질현상에 맞서 평정심을 유지하고 삶의 정상적인 패턴을 되찾을 수 있는 인간의 회복탄력성은 초월적인 영성의 눈에 힘입는다.

지금은 인류가 쌓아 온 과학적인 지식체계에 의존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과학으로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영성적인 지혜까지 총동원하여 인류사회의 붕괴를 막아야 할 때이다. 합리적인 분석력과 과학적인 검증체계를 통해 개발된 백신과 치료약만큼이나 지금 인류에게 필요한 것은 물리적 해결책을 능가하는 의식세계 내의 면역력이다. 만약 영성(spirituality) 또는 초월성을 띤 정신세계라는 개념에 익숙하지 않다면 한국인들이 특히 극심한 곤경에 처했을 때 일상적으로 사용해온 표현을 쓸 수 있다. 즉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아날 수 있다는 오래된 지혜를 실천할 수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간에게 이미 주어진 최첨단 삶의 기술로서 영성의 힘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었다. 특별히 종교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아닐지라도 누구에게나 영성적인 가르침에 대해 좀 더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다. 개인적인 통찰의 시간을 통해 영성적인 지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추구하려면 통합적 삶의 실천(Integral Life Practice)을 일상생활에 접목시킬 수 있다. 의료과학 시스템이 제공하는 정보를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신비주의적 특성을 가진다는 이유로 영성적인 지혜를 무시할 필요도 없다. 명상이나 요가, 전통수행법 등으로 평상시에 내재화된 초개인적인 영성에너지는 개인의 삶에 고요한 평화와 용기, 그리고 내면의 중심을 잃지 않는 평정심을 선사한다. 누구나 자기가 선택한 방식대로 최첨단 삶의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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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참고 자료: “An Integral Response to COVID-19, Part I” by Brad Reynolds. http://www.integralworld.net, April 19, 2020.

2)참고 자료: <Integral Life Practice: A 21st-Century Blueprint for Physical Health, Emotional Balance, Mental Clarity, and Spiritual Awakening> (2008) by Ken Wilber, Terry Patten, Adam Leonard, & Marco Morelli; <Integral Meditation: Mindfulness as a Way to Grow Up, Wake Up, and Show Up in Your Life> (2016) by Ken Wilber.

도영인

한 영성코칭연구소장
영성과 보건복지학회 고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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