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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자아를 드러내는 방송가 ‘부캐’[신세미의 집에서 거리에서]-유산슬 린다G 김다비 등, ‘내 안의 또 다른 나’
신세미 | 승인 2020.06.18 09:15

[논객칼럼=신세미]

3명의 혼성그룹과 그들이 신나게 춤추며 노래하겠다는 댄스곡이 화제다. 올여름 한철 의기투합한 프로젝트 그룹의 주인공은 유재석–이효리-비. 이 보다 더 강력하기 힘든 팀이기에, 트리오의 이름만으로 세인의 관심과 기대가 모아진다. 그들의 신곡은 기획 제작 단계부터 2020년 여름 가요계의 초강력바람을 예고하고 있다.

TV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7월 중순 발표를 목표로 진행 중인 혼성그룹과 그들의 신곡에 대한 이야기다.

혼성그룹의 이름은 ‘싹쓰리’(SSAK3). ‘놀면 뭐하니?’팀이 유튜브를 통한 라이브방송을 거쳐 시청자들과 교감하며 지은 이름부터 튄다. 올 여름 가요계를 싹 쓸어버리겠다는 그들의 의지와 각오가 담겨 있다.

‘싹쓰리’의 세 얼굴, 유재석 이효리 비도 새 이름이 생겼다. 각기 ‘싹쓰리’의 구성원으로서 활동명은 ‘유두래곤’. ‘린다G’, ‘비룡’이다. 그저 예명이 아니라 원래의 캐릭터와 다르다는 의미에서 ‘부캐’란다.

포르투갈 리스본 페소아기념관에서 구입한 페소아 시인의 안경테 모양의 옆서. @신세미.

이효리는 애초에 자신을 재미교포 린다라고 설정하고 화들짝 놀랄 만한 춤과 노래를 선보인다며 ‘지린다’에서 ‘지’를 ‘린다’의 뒤로 빼면서 알파벳 G로 전환시킨 기발난 부캐를 지었다. 그는 제주의 전원생활에 빠져있는 ‘제주댁’ 이효리와 혼성댄스그룹으로서 ‘린다G’중 어느 쪽이 자신인지 스스로도 혼돈스럽다면서도 부캐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혼성그룹으로선 ‘린다G’답게 자신의 또 다른 캐릭터를 한껏 발휘하리라는 각오다. ‘1일1깡’의 비는 이소룡, 성룡과 더불어 3대 용을 지향하며 ‘비룡’이라는 부캐를 택했다.

부캐는 다음이나 둘째를 의미하는 ‘부’(副)와 캐릭터가 결합한 조어. 온라인게임에서 ‘원래 캐릭터가 아닌 또 다른 캐릭터’를 뜻한다. 부캐는 복수의 자아와 정체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별명 예명과 차별화된다.

부캐라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대중문화에서 트렌드로 드러나기까지 ‘놀면 뭐하니?’와 유재석의 역할이 컸다. 검색창에서 ‘부캐 뜻’을 치면 유재석 부캐, 놀면 뭐하니 부캐, 이효리 부캐 등이 연관 검색어로 뜬다.

페소아 시인의 옆서 2. 마치 가면처럼 안경알의 색상에 따라 안경이 다른 느낌으로 드러난다. @ 신세미

유재석은 지난해부터 ‘무한도전’의 김태호 PD와 호흡을 맞춘 ‘놀면 뭐하니?’를 통해 나 홀로 도전을 계속하면서 다양한 부캐를 대중에게 각인시켜왔다. 그동안 유고스타(유재석+링고 스타), 유르페우스(유재석+오르페우스)로서 드럼과 하프같은 악기에 도전했다. 요리에도 나서 라면 끓이는 섹시한 남자라는 ’라섹‘이란 부캐도 선보였다.

반짝이 무대의상 차림의 트로트가수 유산슬로선 ‘사랑의 재개발’, ‘합정역 5번 출구’를 부르며 트로트곡 붐을 이끌었다. 지난 연말 MBC 2019년 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유재석 아닌 유산슬로서 신인상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개그 MC를 너머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며 자신의 캐릭터를 확장시켜온 유재석의 올 여름 새 미션이자 새 캐릭터가 댄스가수다.

코미디언 출신의 방송인 김신영도 ‘방송가 부캐시대’의 대표적 사례다. 최근 자신의 둘째이모라고 소개하며 ‘김다비’라는 부캐아래 ‘주라주라’의 트로트가수로서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페소아 시인의 옆서 3.  @신세미

이같은 방송가의 부캐 열기는 현재와 다른 삶을 꿈꾸고,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느끼고 일깨우는 현대인의 성향과 맞물리면서 대리만족 혹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부캐 트렌드를 접하며 70개 이상의 이명(異名)으로 활동한 20세기 포르투갈 시인 페르난도 페소아(1888~1935)를 떠올리게 된다. 페소아 시인은 알베르투 카에이루, 리카르두 레이스, 알바루 드 캄푸스 등, 필명 아닌 이명으로 전혀 다른 인격과 정체성을 글과 시로 발표했다. “내가 얼마나 많은 영혼을 가졌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매 순간 변해왔다.” 그는 작가 페소아이면서 무대 위의 배우처럼 이름은 물론 나이, 성별, 고향부터 성격, 정치적 성향이며 종교가 전혀 다른 인격체의 목소리를 글로 표출했다. 포르투갈에서 지하철 간이매장부터 문화유적지 미술관 아트샵까지 곳곳에 비치된 동그란 안경차림의 페소아 캐릭터 상품에서 포르투갈의 국민 시인으로서 페소아의 위상을 절감했었다. 시대와 장르는 다르지만 페소아 시인 의 이명과 국내 방송가의 부캐에 현대인들이 공통적으로 반응하는 점도 흥미롭다.

   신세미

전 문화일보 문화부장.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졸업 후 조선일보와  문화일보에서 기자로   35년여 미술 공연 여성 생활 등 문화 분야를 담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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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미  dream0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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