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원희의 현실경제 속으로]

[논객칼럼=양원희]

부동산투기에 대한 뉴스가 모든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토부 장관을 직접 불러 대책을 지시하면서, 정권 차원에서 대책을 마련하고, 지지부진하던 국회 입법도 신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책임 문제가 치열하게 논의되면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에게 비판이 집중되고 있고, 고위 공직자들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한편, 지금은 책임 공방에서 비켜 있지만, 망국병인 부동산투기 광풍을 편히 바라볼 수 없는 주요 인물들이 있다. 현 정권이 출범할 때 경제수장을 맡은 김동연 전 기재부 장관과 지금도 통화정책의 책임자인 이주열 한은 총재이다.

김동연 전 장관은 정권 초기에 부동산정책의 핵심대책인 보유세 현실화에 매우 소극적이었으며, 결국 소폭의 보유세 인상에 그쳐 부동산투기의 불씨를 방치한 책임이 있다. 이주열 총재는 금융완화정책을 무분별하게 지속함으로써 과도하게 풀린 통화량이 부동산투기 불씨에 기름을 부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게 했다.

김동연 전 장관의 소극적인 부동산보유세 인상

김동연 전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종부세를 강화하는 방향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부동산시장에 대한 개혁 의지가 없었다. 취임 이후 부동산시장이 불안해져 8.2대책을 발표할 때도 보유세 인상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이에 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국회연설에서 "과다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보유세 인상을 꺼내자 그는 단호히 거부 의사를 표명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부동산투기 억제정책으로 보유세를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 보유세 인상은 실현된 이익이 아닌 보유 자체에 과세하는 문제이기에 국민 공감을 얻어야 한다"(2017.09.12.)며 보유세 인상에 대한 거부를 분명히 했다. 8.2부동산 대책 이후 투기억제 효과가 약해지고 부동산 보유세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보유세개편 방향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했으나 보유세를 올리겠다는 얘기까지는 안 했다. '너무 앞서간 질문’(2017.12.27.)이라고도 했다. 그리고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의 형평성, 거래세 보유세 간의 조합 등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보유세 인상에 대한 논점을 피해가곤 했다.

부동산시장이 재차 반등하고 보유세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자, 김 전 장관은 보유세 관련 정책을 재정개혁 특별위원회에 미루면서 "앞으로 중장기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고려하겠지만, 특정 지역의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해선 하지 않겠다."(2018.05.02.)고 말해 부동산투기 억제에 보유세 인상이 효과적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 전 장관은 2018년 7월 6일 발표된 종부세 개편안에서 재산세에 대한 증액은 없이, 종부세에 한정하여 세율을 올렸으나, 인상 폭이 이명박 정부에서 대폭 완화된 수준을 회복시키지 못했다. 더욱이 종부세 납세자의 91%가 세율 인상 대상에서 제외돼 부동산억제 효과보다는 보여주기식 ‘찔끔’ 증세안에 머물렀다. 이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김 전 장관은 "다주택자도 임대등록을 하면 세금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길이 열린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면서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 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정책 실수는 현재 부동산투기를 조장한 결정적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오피니언타임스

김 전 장관의 미온적인 보유세인상 대책이 부동산시장에 다시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김 전 장관은 부동산보유세를 높이는 9.13 대책을 발표한다. 그러나 종부세 인상규모를 기존 4500억원에서 2700억원 증세하는 정도로서, 역시 소극적인 인상에 그쳤다. 2016년 부동산 보유에 따른 세금 14조원 규모과 비교할 때 역시 ‘찔끔’ 인상이다. 즉, 18억원 1주택자의 경우 종부세가 99만원에서 104만원으로, 3주택자의 경우 합산가 19억원인 경우 종부세가 228만원에서 415만원으로 증가한다고 제시하면서, 투기수요가 억제될 것이라고 '터무니없는 예상'을 한다. 결국, 김 전 장관의 재임 시절 수많은 부동산 대책이 이어졌으나 보유세 인상이라는 핵심사안에서 비켜 가 부동산시장은 투기의 광풍을 겪으며 최근에야 보유세를 손보기 시작했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이처럼 김 전 장관은 정권 초기에 경제의 컨트롤타워로서 부동산정책에 대해 안일한 정책마인드를 가지고 있었으며, 부동산투기 억제를 위한 키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 보유세 인상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결국 부동산투기를 초기에 쉽게 잡을 수 있었던 기회를 놓치고, 전국이 부동산투기의 열풍에 휩싸이게 하는 불씨를 키운 셈이다.

이주열 총재의 대책없는,무분별한 금융완화 정책

최근 부동산투기의 또 다른 근본적 원인은 시중에 풀린 과다한 유동성이다. 이는 통화정책 책임자인 이주열 총재가 금융완화정책을 지나치게 오랜 기간 지속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했다고 강변할 수 있으나, 금리 인하를 너무 쉽게 했으며, 금리 인상이 필요한 경우에는 시기를 늦추면서 금융완화 일변도의 정책을 유지했다.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로 경기가 어려워지자, 역시 빠른 속도로 금리 인하를 단행하여 사상 최저금리인 0%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 결과, 시중 통화량(M2 기준)은 올해 4월 말에 사상 최초로 3천조원를 돌파했으며, 넘쳐나는 유동성이 자산투기에 쏠리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한은이 밝혔듯이, M2와 장기균형 통화량과 격차를 의미하는 ‘실질머니갭률’이 지난 1분기 기준으로 8%를 기록했다. 2018년 초에 실질머니갭률이 0%였음을 감안할 때, 시중에 떠돌아다니는 유동성이 과도하게 증가하고 있으며, 한은이 얼마나 통화관리를 방만하게 해왔는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주열 총재는 재임 기간 중 통화관리를 방만하게 운영함으로써 통화량 확대가 실물경제를 살리는 효과는 없으면서, 부동산시장을 비정상적으로 폭등하게 하는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했다. 이는 금융안정을 심각히 해치는 암적 존재이며 더 많은 부작용을 양산할 것이다. 이제야 한은은 금융안정을 우려하여 심각히 바라보고 있다고 과잉유동성을 인정하고 있지만, 너무 늦었다. 이주열 총재는 이제라도 적극적 대책에 나서야지 멀리서 바라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

이주열 총재는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금융완화정책을 지속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할 수 있으나, 과잉유동성 상태가 당연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에 대한 대책을 동시에 마련했어야 했다. 과잉유동성이 실물투기로 흐르지 않도록 자금흐름을 면밀하게 검토하는 제도적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한은이 경기 활성화를 위한 금융정책에만 책임이 있지 않고, ‘금융안정’에도 책임이 있음은 한은법에 이미 적시되어 있다.

결국, 이주열 총재는 금융완화정책만을 고집하여 과잉유동성에 따른 부동산가격 폭등이라는 다루기 힘든 금융 불안 상황에 직면했다. 이는 경제적인 문제이면서 사회, 정치적인 엄청난 부작용을 가져오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런 사태를 불러오게 한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망국병인 부동산투기 광풍에 대한 책임은 정책당국자, 정치권 모두에 있고, 경제주체로서 기업과 가계도 피할 수 없다. 국토부 장관이 누구보다 무거운 책임이 있음은 당연하다. 그런데, 필자가 또 다른 책임자로 두 사람을 지목하는 것은, 책임을 확산시켜 비난하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대책을 수립하는데, 주요한 정책초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백가쟁명식으로 부동산투기에 관한 수많은 정책을 쏟아내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근원적 원인에 대한 ‘적확한’ 해결책이 제시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이번 부동산투기 광풍을 계기로, 수많은 이해관계와 정치적 이해관계로 수십 년에 걸쳐서도 입법화하기 불가능해 보였던, 부동산투기 근절책이 완비돼 성숙한 자본주의가 뿌리내리는 토대가 마련되기를 기대해 본다.

양원희

 (주)아이브인베스터스 대표이사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