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58> -코로나19로 바뀐 입냄새 풍속도

[논객칼럼=김대복]

비접촉(untact), 비대면(非對面),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마스크 착용 일상화...

코로나19로 생긴 풍속도다. 전염병 확산을 막는 최고의 방법은 비접촉이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 비대면이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타인과의 교류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은 관계와 관계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존재다. 만남이 불가피하다면 마스크를 착용하고,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는 게 현실적 대안이다. 거리는 멀리 유지할수록 좋다. 타인과의 물리적 거리는 가급적 2m 이상이 권장된다.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두기는 질환성 구취인의 입냄새 고민을 일시적으로 줄게 해준다. 입냄새는 숨과 함께 입 밖으로 배출된다. 지독한 냄새에 주위 사람은 역겨움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마스크를 쓰면 입냄새 배출이 미약하다. 악취가 마스크 안에 머문다. 또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옆 사람에게 냄새 전달도 미미하다.

픽사베이

그러나 생리적 구취는 더 심하게 된다. 살아있는 생명체에게는 냄새가 난다. 사람도 신진대사 과정에서 미세한 냄새가 난다. 또 숙면이나 음식섭취 후에도 냄새가 난다. 이같은 생리적 현상의 냄새는 곧 사라진다. 또 심하지 않으면 본인도, 타인도 의식하지 못한다. 그런데 자연으로 배출되어야 할 미세한 냄새는 마스크로 인해 입 주변에 머문다. 평소 구취를 모르던 사람도 입냄새를 의식할 수 있다.

또 환경으로 인해 입냄새도 악화된다. 대표적인 게 스트레스다. 코로나19로 인한 수입 감소, 활동부진, 마스크 착용의 불편함 등 각종 악재는 화를 키운다. 스트레스는 구취를 심하게 한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교감신경을 활성화시켜 침 생성을 줄게 한다. 타액이 줄어 입안이 건조해진다. 마스크를 쓰고 있기에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쉽지 않다. 이는 구강 세균 증식과 입냄새로 이어진다.

입냄새 발생은 코로나19로 인해 그전과는 약간의 차이가 생겼다. 그러나 마스크착용 일상화나 사회적 거리두기의 생활화와 입냄새 거리는 크게 상관이 없는 듯하다. 입냄새 거리는 구취인이 스스로 느끼는 심리적 거리이기 때문이다.

문화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에 따르면 밀접한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친밀 거리(Intimate Distance)는 46cm 이내다. 스킨십을 하고, 숨결을 나눌 수 있는 지극히 밀접한 사람에게만 허용하는 거리다. 또 가까운 가족이나 친지에게 허용되는 거리를 1m 내외다. 타인과 타인이 만날 때 유지하는 사회적 거리는 대략 1~2m다. 또한 대중과의 만남인 공적인 거리는 2m 이상이다. 이같은 거리가 무너지면 불쾌감이나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구취인의 심리적 안전거리는 2m 이상으로 볼 수 있다. 구취인에게 1m 이내로 접근하면 입냄새를 느낄 개연성이 크다. 연인의 거리인 친밀거리 이내로 밀착하면 입냄새를 고스란히 마시게 된다. 다만, 탁 트인 야외라면 입냄새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입냄새를 풍기는 사람은 주위 사람이 근접하면 불안해진다.

에드워드 홀이 나눈 일반적인 사회적/심리적 거리와는 상관성이 떨어진다. 요즘처럼 마스크를 끼고, 타인과 거리를 유지해도 구취인의 잠재의식 속에는 “혹시, 나에게서 냄새가 나지 않을까”라는 불안심리가 있다. 그렇기에 더 멀리 떨어져 생활하려고 한다.

그러나 입냄새와는 정면승부를 하는 게 좋다. 생리적 입냄새나 환경에 의한 구취는 시간이 지나거나 환경을 바꿔주면 사라진다. 구취를 가져오는 질환도 원인을 잘 파악하고, 바른 처방을 하면 쉽게 치료된다. 입냄새가 심하면 불안에 떨지 말고, 치료를 시도하면 대부분은 좋아진다. 입냄새는 치료가 잘되는 질환에 속한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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