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논객칼럼=김부복]

영국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1561∼1626)은 교외에서 말을 타고 눈길을 달리다가 생각을 떠올렸다. 고기를 눈 속에 묻어두면 얼마나 상하지 않게 보존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베이컨은 생각난 김에 실험해보기로 작정하고 근처 농가에서 닭 한 마리를 샀다. 그 닭의 배를 가르고 눈 속에 묻었다.그러는 사이에 베이컨은 몸이 으스스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감기였다. 그 감기가 심했던지 몹시 아팠다. 마을 사람들이 그를 가까운 집으로 옮겼다. 베이컨은 그 집에 누워서 “실험이 훌륭하게 성공된 것 같다”고 썼다. 그게 마지막 글이었다. 1626년 4월 9일이었다. 호기심이 부른 황당한 죽음이었다.

프랑스 작가 아베 프레보(1697∼1763)는 파리 북쪽 교외의 작은 별장에서 늘그막을 보내고 있었다.프레보는 어느 날 산책을 하다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지나가던 사람이 그를 의사에게 업고 갔다. 병원에 도착한 프레보는 이미 죽어 있었다. 의사의 판단에는 그렇게 보였다.의사는 죽은 프레보의 몸을 메스로 갈랐다. 시체 하나를 거저 얻었으니 ‘해부’를 즐길 참이었다.그 순간 프레보는 의식을 회복했다. 칼날이 몸을 파고드는 고통 때문이었다. 하지만 출혈과다였다. 프레보는 ‘정말로’ 죽어야 했다. 황당한 죽음이 아닐 수 없었다.

픽사베이

1954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미국 휴스턴 시민회관에서 성탄 축하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가수들이 차례로 나와서 노래솜씨를 뽐내고 있었다.대기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청년가수 자니 에이스는 따분했다. 마침 가지고 다니던 권총이 있었다.에이스는 동료 가수들에게 장난을 제안했다. 총알 없는 총이니까 안심하고 러시안 룰렛 게임이나 하며 기다리자고 했다.에이스는 총알이 없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 권총을 자기 머리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총알이 장전되어 있었던 것이다. 역시 황당한 죽음이었다. 또는 희한한 자살(?)이었다.그래도 노래는 남았다. 에이스가 죽은 뒤 ‘사랑의 맹세(Pleading My Love)’라는 그의 노래는 대단한 히트를 기록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에서도 황당한 죽음이 있었다. 2007년 1월, 경기도 성남에서 일어난 ‘사건’이다.23세 된 청년이 자기 방에서 ‘자위행위’를 하다가 애완견에게 ‘급소’를 물리고 있었다. 이 청년은 야한 동영상을 보면서 ‘몰입’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애완견이 달려들었다고 했다. 얼마나 험하게 물렸던지 병원에서 13시간 동안이나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2009년 12월, 우크라이나의 어떤 청년은 씹던 껌이 입 속에서 터지는 바람에 목숨을 잃고 있었다. 당시 보도에 따르면, 이 청년은 집에서 컴퓨터 작업을 하던 중 씹고 있던 껌이 난데없이 ‘폭발’하고 있었다.이 청년은 껌을 구연산에 담갔다가 씹는 습관이 있었는데 폭발성 있는 화학물질을 구연산으로 착각, 껌을 잘못 담갔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2017년 11월, 러시아 서남부의 크라스노다르라는 도시에서 알렉산더라는 26세의 청년이 한 손에 수류탄을 들고 휴대전화로 ‘인증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청년은 자신의 자동차 안에서 찍은 사진을 여러 친구에게 보냈다가, 어떤 친구에게는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한 사진을 다시 전송했다.그러나 마지막 사진이었다. 경찰이 발견했을 때 그는 자동차 운전석에서 하체가 심하게 훼손된 상태로 숨져 있었다.

작년 2월에는 러시아에서 56세의 여성이 산 채로 돼지에게 잡아먹히고 있었다. 돼지에게 먹이를 주다가 경련을 일으키면서 쓰러졌는데, 돼지는 자기 주인까지 먹이로 삼은 것이다. 남편이 발견했을 때는 얼굴과 어깨, 귀가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희한한 죽음은 올해도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서는 코로나19 환자를 초대, 파티를 열면서 가장 먼저 감염된 사람에게 상금을 주는 ‘코로나 파티’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텍사스에서 이 파티에 참석했던 30대 남성이 결국 바이러스에게 당하고 말았다.그는 죽으면서 한마디를 남겼다. “내가 실수를 한 것 같다. 코로나19가 거짓인 줄 알았더니 그렇지 않았다”는 유언이었다는 보도다.

돌아가신 사람과 가족, 친지, 지인 등에게는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인정머리와는 담을 쌓고 있는 메마른 세상에서는 단순한 흥밋거리였을 것이다.

 김부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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