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진의 민낯칼럼]-정부여당은 서울시민장이나 옳게 판단했어야

[논객칼럼=안희진]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 빈소에서 이해찬 민주당 대표와 취재기자 간에 ‘나쁜자식’ 또는 ‘ㅇㅇ자식‘ 해프닝이 있었다. 취재기자의 인터뷰 태도와 취재시점 즉, ’때‘ 타이밍 논란이다. 때만 가지고도 진영이 나뉠 정도로 박 전 시장의 죽음이 충격이었고, 정치적인 파장이요, 사고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해프닝이라 한 것은, 본질과 핵심인 사건의 진실과 진상, 피해자와 가해자 아닌, 비본질인 기자의 취재 태도와 타이밍 논란으로 사건이 전개된, 지지자와 여권의 프레임웍이 실패로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죄없는 자는 이 여자에게 돌을 던지라”는 차원의 “너는 때 없어? 정말 너는 깨끗해?”와는 약간 결이 다른 그런 ‘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시방 잇슈로서의 ‘때’는 ‘때를 잘 포착하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번 때 해프닝’은 취재할 <때>의 논란이다. 해프닝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 '때'는 '취재기자가 판단해야 만 하는 때'라고 할 수 있다.

우아 취임 인터뷰도 아니고 기쁜 터널개통 축하인터뷰도 아닌, 정치적으로 예민하고 껄끄러운 인터뷰의 '때'를 취재대상자가 정해? 데스크가 대노할 황당 시츄에이션이다. 그렇다면 기자는 무능하다.

사진 한국성폭력상담소 홈피 캡쳐

갑자기 자살한 박원순 전 시장은 지금, 최소 4년간,1명에게 지속적으로 성추행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지난주 그의 죽음은 오랜기간 암약하던 성추행범죄의 꼬리가 잡혀 허겁지겁 도망치다 마치 실족사한 듯한 인상을 준다. 개인을 넘어 서울시민이, 나라가 창피한 사건이다.

때문에 이 ‘때’는, 피해자가 고소장에서 가해자로 지목한 박 전 시장이, 깊은 반성과 함께 피해자인 A비서에게 깊은 사죄와 용서를 구하고 이로 인한 다각적 파장을 최소화하는 노력과 사회적 합의와 위로가 필요한 때라고 할 수 있다. 그때는 결코, 여권수뇌부나 서울시, 박 전 시장의 지지자들이 박 전 시장의 장례를 서울시민장으로 치르겠다는 기상천외한 주장과 요구를 할 때가 아니었다.

박 전 시장은 항일투쟁이나 독립운동을 하다 왜놈 총에 맞아 산화한 독립운동가가 아니다. 반독재투쟁을 하다가 독재자에게 목숨을 잃은 것도 아니다. 성범죄 사건을 놓고 박 전 시장의 과거업적으로 물타기하면서 서울시민장....운운하는 턱없는 주장과 ‘대가리가 깨지는’ 고집은 이번 사건의 본질을 왜곡/호도하고, 대한민국의 가치관과 정신을 훼손시키면서 야만의 사회로 추락시키는 계기가 될 뿐이다. 박 전 시장 조차 원치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이 때’는 박 전 시장의 죽음을 놓고 각종 음모론이나 공작설까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무차별하게 떠돌고 있는 때다. 그런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하고, 그런 논란에 대해 일정한 답이나 입장을 말할 수도 있는 정치권, 그것도 책임있는 집권당 대표가 마침 고인의 빈소를 찾았으니, 국민의 알권리를 포함한 여러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기자가 이해찬 대표에게 질문할 <때>가 분명했고, 좋은 ‘때’라고 판단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대표는 이 답을 할 위치나 자격, 필요가 충분한 사람이다. 이때야말로 취재기자의 송곳같은 질문이 필요한 때다.

이 때를 이 대표가 정하거나 정해달라고 했어야 한다는 말인가? 역시 데스크가 대노할 일이다. 그런데 그 묻는 때가 잘못됐다고, 관계자나 대표에게 때를 정해달라고 하지 않았다고, 기자에게 <ㅇㅇ자식>이라고 욕설을 했다는 것인가? 이런 때를 정해달라고 알랑대는 기자는 장학생이 되는 수순인데...이렇게 조율되어 만들어진 기사들은 프레임 전환의 혁혁한 조력자가 되고, 결국 기레기가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취재의 때는 기자가 정하고 판단하는 것이다. 태도가 나빴다는 등의 문제는 따로 지적받고 시정할 문제일 뿐이다. 태도가 나빴을 수도 있었겠지만...이 대표나 문제 삼는 지지자들이 지적한 태도는 ‘때’에서 비롯된 버릇이니, 버릇은 때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본질이며, 그 태도는 그 때에 따른 종속변수인 까닭에 ‘때’로 논의를 맞추는 것이 논리적이고 상식이나 통념에 가깝다. 말 만드는 사람들이 “그러면 태도는 아무래도 좋단 말이냐”고 질문한다면 “태도가 아무래도 좋다고 한 적은 없으며, 태도 찾다가 취재의 때를 놓치게 되면 언론을 통한 국민의 알권리는 지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라고 답하겠다. 공연한 말로 시간낭비하는 악습은 버리라고 충고를 덧붙인다.

이 대표가 지적한대로 ‘나쁜자식 프레임’에 대입한다면, 2017년 문대통령 중국 국빈방문 때 북경공항에서 한국기자들이 당한 중국당국자들의 무식한 폭력도 바로 ‘나쁜자식 상황’이라는 중국측 반응이었던 것을 복기해보라. 이 사건은 단순항의를 넘어 외교문제로까지 비화했어야 하는 우방에 대한 적대행위다. 무차별 폭력으로 취재를 방해했던 것을, 이 대표나 지지자들은 중국몽에 싸여 깨끗히 잊은 모양이다.

고소장만 보면 박 전 시장은 상습적으로 성추행한 것으로 돼있다. 그것이 그의 자살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는만큼 고소사건이 바로 지금 박 전 시장이 평가받아야 할 대상이다. 지금은 그의 공적을 기리고 칭찬하며, 상훈하고 박수칠 때가 아니다. 그가 남긴 업적과 큰 공적에 대해서는 후일 성대하게 추서하고 기리는 때가 올 것이다.

크게 잘못된 잣대와 매우 그릇된 서울시민장이었다.

 

  안희진

   한국DPI 국제위원·상임이사

   UN ESCAP 사회복지전문위원

   장애인복지신문 발행인 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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