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성규의 하좀하]

[청년칼럼=한성규]

오늘도 대중의 생각에 딴지를 거는 이야기를 해보려 한다.

요새 마스크 착용을 가지고 여기저기서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에서 60대 남성이 마스크 착용을 권유하던 지하철 보안관을 폭행했다. 뉴스에서도, 댓글에서도 사람들은 이 60대 남성을 폭력적인 또라이로 묘사했다. 서울 구로역에서도 마스크 착용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50대 여성이 난동을 부렸다. 사람들은 역시 이 여성을 또라이라고 손가락질했다. 서울의 한 버스에서도 마스크를 제대로 안 쓴 60대 남성이 버스 기사에게 지적을 받자 욕설을 하며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 역시 60대 남성이 또라이 취급을 받았다. 택시에서도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 "마스크 쓰세요!" 했다가 승객에게 폭행을 당했단다.

나는 이 마스크 관련 사건들을 단면으로만 볼 게 아니라 좀 입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개뿔 가진 게 없는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닌다. 한 시간여나 기다렸다가 겨우 버스를 탔는데 운전석으로부터 마스크! 라는 신경질적인 고함소리가 날아왔다. 어리둥절한 나는 그제야 마스크를 안 쓰고 있던 사실을 알았고 부랴부랴 마스크를 쓰려고 하는데, 버스는 휑하고 떠나고 말았다. 속에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엊그제 일어났던 일이다.

픽사베이

요즘 경비원분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가 뉴스에 많이 나오고 해서 나는 경비원분들을 대할 때 조심하고 있다. 한 건물에 들어가려는데 자동문이 안 열리는 거였다. 코로나 때문에 한쪽 자동문만 개방하게 되어 있는데, 약간 문제가 있나 해서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였다. 문 위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등 문을 열어보려고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누가 큰 소리로 고함을 쳤다.

“문 열었어! 들어가!”

그것도 굉장히 짜증 섞인 샤우팅이었다. 갑작스럽게 날아온 화에 나는 어리둥절함과 동시에 억울함, 그리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왜 큰소리치십니까!" 하고 나도 받아치고 싶었지만 경비원에게 갑질하는 무개념, 또라이 소리를 들을까봐 분노를 삭이며 참았다.

마스크를 둘러싼 싸움의 본질

마스크 착용을 둘러싼 또라이들 사건에서 사람들이 무시하고 있는 중요한 사실이 있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또라이들이 만난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 착용을 요구했다가 욕을 먹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60대 남성은 다른 버스도 탔을 텐데 유독 그 특정 버스기사에게만 욕을 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 택시도 마찬가지다. 뉴스에서는 마스크 착용하세요~ 라고 했다는데 어떤 톤으로, 어떤 표정으로 말했는지는 나오지 않았다. 버스에서 마스크 착용을 권하기만 했는데 얻어맞았다고 한다. 권하기만 하는 사람을 다짜고짜 두드려 패는 사람이면 중증 정신병자이고, 그 사람이 타는 버스 기사들의 99%는 벌써 한대씩은 다 맞았을 것이다. 어떻게 마스크 착용을 권했는지에 대한 내용은 쏙 빠져있다. 마스크 착용을 권하면서 내가 당한 대로 다짜고짜 반말로 명령했는지, 화부터 냈는지에 대해서는 가르쳐 주지 않는다.

말 좀 예쁘게 하자

옛 속담에도 있다.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 내가 일전에 썼다시피 유치원생 둘이 싸워도 둘 다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쪽이 100% 잘못했으면 그 사람은 세상 사람들하고 다 싸움을 벌일 테니 이 사회에서 살아갈 수 없다. <위대한 개츠비>라는 소설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나쁜 운전자가 사고가 나는 순간은 마주 오는 다른 나쁜 운전자를 만났을 때라고.

제발 말 좀 예쁘게 하자. 나도 마스크 때문에 갑자기 화를 내는 사람들을 몇 번 봤다. 나는 그 분들이 어떤 사정에서 그렇게 화를 내는지는 모르겠다. 코로나 때문에 적지 않은 피해를 봤을  거라고 짐작한다. 그렇다고 해도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화풀이를 하면 되나? 그게 길에서 넘어졌다고 같이 걷고 있던 동생을 다짜고짜 패는 초등학생 형이랑 뭐가 다른가.

제발 부탁인데, 말 좀 예쁘게 하자. 나긋한 목소리로 "요즘 코로나 때문에 마스크 안 쓰면 위험하데요~" 하면서... 웃어주는데 욕하고 때릴 사람 없다. 듣기 좋은 말로 마스크 착용을 권하는 사람을 욕하고 때리는 사람이라면 진짜 또라이고, 벌써 병원에 강제로 들어가 있을 것이다. 혼자 버스타고 지하철타고 택시타면서 어디 갈 수 없다.

우리 제발 말 좀 곱게 하자.

     한성규

  현 뉴질랜드 국세청 Community Compliance Officer 휴직 후  세계여행 중. 전 뉴질랜드 국세청 Training Analyst 근무. 2012년 대한민국 디지털 작가상 수상 후 작가가 된 줄 착각했으나 작가로서의 수입이 없어 어리둥절하고 있음. 글 쓰는 삶을 위해서 계속 노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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