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용현의 웃는한국]-취업은 이렇게 한다(5)

[논객칼럼=서용현]

1. 왜 임원이 면접장에 나올까?

대개의 면접은 실무면접과 임원면접으로 이루어진다. 그런데 회사의 임원들이 왜 면접장에 앉아있는 것일까? 할 일이 없어서? 스펙 검사하러? 아니다. 회사에 '돈을 벌어줄 사람'을 찾기 위해 귀한 시간을 낸 것이다. 네가 무슨 학교를 나왔고, 네가 학점이 좋다는 것을 들으려고 나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너는 스펙이 아니라 ‘역량’을 말할 것으로 기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네가 회사에 어떻게 ‘돈을 벌어줄 수 있는지’에 철저하게 집중하여 간결하면서도 재밌게 말해야 한다.

그는 네가 얼마나 매력적(sexy)인지를 볼 것이다. 글로벌 경쟁에서 승리하려면 ‘매력’이 관건이다. 네가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위트(wit)가 있고, 소통을 잘 하면 너는 거래를 틀 수 있다. 반면에 네가 회사의 사훈(社訓)이나 외우고 회사의 디테일이나 얘기하면 지루해진 임원은 네 파일을 접고 다른 응시자의 파일로 넘어갈 것이다. 지렁이 앞에서 주름잡지 말라. 임원은 이거 얼마나 많이 들었겠는가? 서류심사에 백전백승하고 면접에 백전백패하는 학생은 여기에 걸린 것이다.

픽사베이

2. 면접에서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인가?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가? 자신감 있고, 당당하며, 적극적인 태도다. 눈치나 보고 잔머리나 굴리는 사람이 아니라 ‘살아 있는 사원’을 뽑는 것이다. 절대 눈치 보지 말라. 네 경쟁자들도 눈치를 볼텐데, 네가 눈치 보지 않으면 그것만으로 비교우위를 점할 수 있다. 자신감을 가지라는 것은 오만하거나 건방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벼 이삭이 여물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영어를 잘 못한다고 했다가 시켜 보니 유창하지는 않더라도 잘 한다면? 이걸로 합격이다. ‘겸손’이라는 추가 점수가 부가되기 때문이다. ‘겸손’은 최고의 내공이다. 내 출신고교의 교훈이 “크고자 하면 남의 종이 되어야 한다”(마태복음)이다. 이 내공은 무적이다.

어떡하면 자신감이 생길까? 첫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아야 한다. 쉽게 말해 쫄지 말라는 것이다. 실수를 할까봐 전전긍긍하지 말아야 한다.

둘째, 인생을 보다 멀리 보고 대범한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이번에 취직을 못해도 기회는 많다고 생각하는 여유가 중요하다.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배짱과 솔직함이다. 솔직하고 직선적인 것은 누구에게나 좋은 인상을 준다. 모르는 질문이 나왔을 때, 둘러대는 것 보다는 솔직히 모른다고 시인하는 것이 좋다. 지식 같은 것은 회사에 들어온 후 배우면 된다. 하등 중요하지 않다. ‘솔직’이란 거짓말 치지 않는다는 차원이 아니다. 솔직하라는 것은 너의 약점, 콤플렉스까지 솔직하게 얘기하라는 것이다. 솔직성, 자신감, 배짱 등은 면접내용 자체보다 중요한 심사대상이 될 수 있다. 돈을 벌어줄 듯한 사람의 태도를 가지면 된다. 서두르는 사람, 안절부절 하는 자신 없는 사람, 솔직하지 않거나 얼렁뚱땅 넘어가려 하는 사람, 아첨을 많이 하는 사람, 여유가 없고 당황하는 사람, 웃지 않고 너무 심각한 표정을 짓거나 어색하게 웃는 사람 등은 모두 ‘돈 못 벌어줄 사람’의 태도이다. 면접에서는 무엇보다도 솔직하고, 밝고, 당당하고, 여유와 자신감에 넘치는 태도가 최고다.

그러나 취업에 목을 매고 있는 응시자로서는 이러한 자신감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필자는 이런 때에 ‘천명론’을 상기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 회사에 낙방하면 이 회사가 나의 천명이 아니라는 뜻이다. 나는 나의 천명을 찾아 다른 회사에 가면 그만이다” 라고 생각하라.

3. 면접의 세부 요령

이에 관해서는 책자 등이 많이 나와 있으므로 세부내용은 생략한다. 다만 학생들이 자주 간과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몇 가지만 제시한다.

1) 천천히 말하라

-빨리 말하는 것은 재앙이다. 면접관이 알아듣기도 어렵고, 응시자 자신이 생각을 정리할 여유도 없게 된다. 전화 세일을 하는 아가씨들을 보라. 상대방(특히 노인)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아듣지 못하고 짜증만 나지 않는가? 면접도 마찬가지다.

-면접관의 질문에 대해 바로 즉답을 하는 것도 좋지 않다. 이는 예상문제를 외웠거나 생각을 하는 습관이 없다는 증거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익숙한 문제라도 다시 한번 생각하고 정리한 후 에 답하라 (옛날 팝송에 <답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세요 (Think twice before you answer)>라는 것이 있다).

-면접관의 말을 가로막거나 반박하지 말라. '지둘려라'.

2) 말을 너무 많이 하지 말라

-면접관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급적 최소한으로 압축해서 간결하고 명확하게 하라 (우물쭈물하지도, 수다 떨지도 말라).

-시험관이 단순히 YES, NO를 묻는 질문에 대하여 YES, NO만 대답하기가 모자란 듯하여 부연하는 버릇을 버려라(다만 아주 재밌는 얘기가 있는 경우에는 부연해도 좋다).

3) 당당하고 침착하라

-나를 있는 그대로 보인다고 생각하라. 점수를 따기 위해 억지를 쓰지 말라. 면접관을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최대한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답하면 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하면 웃는 모습과 자연스러운 태도로 여유를 유지할 수 있다.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것보다 쩔쩔매는 것이 더 나쁘다. 당당하게 대처하면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다. 면접은 너의 자신감 및 위기탈출 능력에 대한 시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4) 심사관에게 즐거움을 주어라 (장기자랑, 연기)

-면접에서 매우 중요한데 자주 간과되는 것이 있다. 그것은 면접관에게 즐거움을 주라는 것이다. 즉, 피로에 지친 면접관들이 “으핫핫핫~~”하고 웃을 수 있는 웃음거리를 주라는 얘기다.

-별명의 소개도 방법이다. 재미있고 귀여운 별명을 소개하여 면접관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장기 소개도 방법이다. 간단히 할 수 있는 마술, 성대묘사, 율동 등에 관해 이야기해서 면접관들이 “한번 해보라”고 하면 간단한 시범을 보이는 것이다.

-유머 감각도 방법이다. 유머감각은 '회사에 돈을 벌게 해주는 데'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면접 도중에 유머감각을 슬쩍슬쩍 선보일 수 있으면 호감을 줄 것이다. 그러나 재미없는 유머 또는 천박한 유머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연기를 할 수도 있다. 예컨대 “혼신을 다하여“ 일하겠다 하면서 히딩크 감독의 제스처(팔 쑥 내밀기)를 흉내 내는 것이다.

-‘즐거움 주기’ 시도는 ‘모 아니면 도’의 승부수다. 이런 승부를 걸 수 있는 응시자는 '회사에 돈을 벌어줄 사람'이 될 것이다. 회사의 실무자들은 몰라도 임원들은 그것을 간파할 것이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반기문 전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중.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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