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정치시론 9




한국의 지식층은 1인당 GDP 5천달러 미만이었던 김영삼 정부 이전만 하더라도 미국 일본 영국 구라파에서 이론을 배워서 적당히 써먹을 만했던 것 같다(1986년 2701달러, 1992년 7539달러, 1998년 7477달러). 다양화되지 않았던 한국사회에서 외국이론은 기계적으로 적용하기에 그런대로 쓸모가 있었다. .

3년전 노무현 대통령 서거 당시, 전 주한 미CIA국장, 미대사를 역임했던 제임스 릴리의 글이 한 일간지에 실렸다. 난 그의 한면 전면 인터뷰기사를 보면서 정보전문가가 뭔 특별한 메시지가 있을까(별볼일 없을 거라는)하는 선입관을 갖고 그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잘못된 예단이었다. 인터뷰 요지는 한국민들이 한국사회가 어떻게 흘러왔으며, 지금 한국사회가 어떤 모습인지, 진정으로 어떤 사회를 바라는지를 진지하게 성찰해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한국민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는 거였다. 그는 인류학을 전공했고 인류학에 꾸준히 관심을 이어가고 있었다.
 
나는 미국에 대하여, 미국의 주요 고위관리들에 대하여 생각해 보았다.

아마도 우리보다 그들이 우리와 우리사회에 대하여 깊고 다면적으로 이해할 지 모른다는 불편한 느낌이 엄습해 왔다. 그들의 그런 능력때문에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지 모른다. 때로는 냉혹하게 때로는 온건하게. 혹시 일본이 중국이 우리보다 우리를 더 잘 알고 있다면 비극이다.

IMF사태로 한국이 온통 벌집쑤셔놓은 것처럼 혼란스러울 때였다. 기자였던 나는 우선 IMF가 뭔지, 미국의 금융지배구조가 뭔지를 알아야 한토막 기사라도 쓸 수 있었다. 당시 교보문고를 찾아 이와 관련된 서적을 찾아 보았는데 딱 두권, 서강대 이보영 교수의 '미국사' 와 형성사에서 나온 ‘미국의 군산복합체제’가 있을 뿐이었다.

물론 국회도서관과 국립중앙도서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주요현안을 결정하는 국회도서관에 미국관련 서적 및 논문은 기껏 10편 미만이었으니. 당시 한국 리더그룹의 세계정세, 경제를 읽는 눈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만했다.

친미주의자와 반미주의자가 득실거리는 대한민국의 최대서점에 미국관련 책이 두권이었다니!! 나와 우리의 무지에 대하여 경악했다. 사이비 친미와 반미가 적대적으로 공생해 온 것이다. 아무 내용없이. 보수 진보 모두 우물안 개구리였다. 자신의 시각으로 우리의 문제를 사유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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