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63>

[논객칼럼=김대복]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는 남의 애를 끊나니!

이순신 장군이 쓴 시조 한산도가(閑山島歌)다. 이순신 장군은 1593년부터 1597년 2월까지 한산도 군영에서 생활한다. 임진왜란은 개전 1년 동안에 수많은 전투가 집중됐다. 한산도에 주둔한 1593년부터는 대치국면이 많았다. 오늘 밤에 당장 전투가 벌어질지 모르는 숨 막히는 상황, 피 말리는 긴장 상황이 반영된 시조가 한산도가다.

서울 광화문 광장의 이순신 장군 동상 뒷모습 @오피니언타임스

생과 사의 기로에서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면 면역력이 크게 저하된다. 걱정과 불안은 소화기능을 떨어뜨린다. 이순신 장군의 건강은 전쟁 기간에 극히 좋지 않았다. 토사곽란, 불면, 다한증을 달고 살았다. 이 와중에도 잦은 음주를 했고, 폭음도 심심찮았다. 여러 장수들을 통솔하고, 사기진작을 위한 방법이기도 했다. 1596년 9월 19일 일기다.

“광주 목사가 아침에 왔다. 밥을 먹기 전에 술이 시작됐다. 식사를 하지 않은 채 취해버렸다.”

잦은 토사곽란은 심한 위장병, 눈을 감아도 잠이 깊이 들지 못하는 것은 불면증, 잠을 자고 나면 땀으로 이불이 흥건히 젖는 것은 다한증을 의미한다. 이 상태는 허번(虛煩), 혼(魂)백(魄) 불일치, 위열(胃熱), 담적(痰積) 등이 복합된 총체적 난국으로 설명할 수 있다. 그러나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없는 처지다. 이순신 장군은 오로지 정신력으로 버티며 전쟁을 치를 수밖에 없었다.

정신력이 강해도 신체증상은 숨길 수 없다. 오장육부 기능 약화로 기력이 쇠하고, 여러 질환이 겹치면 불안, 가슴답답, 기침, 두통, 명치통증, 입마름, 설태, 변비, 설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이순신 장군과 병사들은 입냄새를 다스리기 위한 자구책을 강구했을 수 있다. 그러나 뾰족한 방법은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을 자주 마시고, 소금으로 양치를 자주하는 게 고작이었을 것이다. 또 구취가 심해져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당시에 의원에게 치료를 했다면 기의 순환 강화, 폐기(肺氣) 촉진, 독소배출, 자율신경과 오장육부를 강화하는 처방을 했을 것이다. 옛 의서에 소개된 처방으로는 죽력달담환(竹瀝達痰丸), 화견탕(化堅湯), 봉강환(蜂薑丸), 백나각환(白螺殼丸) 육울탕(六鬱湯), 가미온담탕(加味溫膽湯), 죽엽석고탕(竹葉石膏蕩) 등이 있다.

현대의 한의원에서는 체질과 증상을 면밀히 체크한 뒤, 질병에 따른 치료를 구체적으로 한다. 필자의 경우, 소화기관에 의한 위산역류가 원인이면 위장 운동성을 높이고, 흉강의 압력을 줄이는 처방을 한다. 비염과 인후염 등 점막염증은 소염력이 있는 형재 연겨 치자 등을 쓴다. 또 한약재를 증류한 약침액을 경혈주사하기도 한다. 세부적으로 역류성식도염 후비루 편도질환 편도선염으로 나뉘는데, 공통적으로 효과가 높은 처방에는 해울통기탕이 있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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