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복의 잡설]

[논객칼럼=김부복]

돌이켜보면, 2010년 대한민국 정부는 요란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한국판 경제개발 비법 교과서’를 만든다고 발표하고 있었다. 우리 경제의 발전 경험을 개발도상국에게 체계적으로 전수하기 위한 ‘교과서’라고 했다.

6·25전쟁 참전국에게 경제 발전 경험을 전수하고, 공적개발원조 확대 계획도 내놓고 있었다. “개도국의 경제발전에 기여하고 국제사회에 걸맞은 역할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해 연말 무렵에는 경제 분야의 ‘바이블’이라는 ‘한국 경제 60년사’를 발행하기도 했다. 당시 강만수 ‘대통령 경제 특별보좌관 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위원장’은 발간 기념 세미나에서 “인류 사회에서 2개의 기적이 있는데, 하나는 대한민국이며 다른 하나는 이스라엘”이라며 “유대인은 3000년을 유랑하다 나라를 세웠고 한국은 최빈국에서 선진국으로 발전했기 때문”이라고 ‘자찬’하고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단군 이래 최대 행사’라는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그것도 ‘특별’ 기자회견이었다. 회견의 주제는 ‘인식의 전환, 변방에서 중심으로’였다.

이 대통령은 “우리에게 새로운 국운이 활짝 열리고 있음을 실감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세계의 선도국가들이 인정하는 국제사회의 주역이 된 것”이라고 선언하고 있었다.

한국무역협회는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31조 원을 넘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었다. 1만5000여 명의 외국인이 정상회의 때 우리나라에 와서 쓰는 돈을 포함한 직접적인 효과가 2667억 원이라고 했다. 또 정상회의 덕분에 우리 제품에 대한 인식이 좋아지면서 수출이 20조1427억 원 늘어나는 등 31조800억 원의 간접효과도 기대된다고 추산하고 있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G20 정상회의의 파급효과를 21조5576억∼24조6395억 원, 그 가운데 수출증대 효과를 18조9587억∼21조8755억 원으로 전망하고 있었다. 소나타 자동차 100만 대, 30만t급 초대형 유조선 165척을 수출하는 것과 같은 효과라고 했다.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세계로 약진하는 한국 기업으로부터 배우자’는 사설을 싣기도 했다. 일본의 경제산업성이 "한국의 산업 전략과 기업 성공사례 등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발전전략인 '산업구조 비전'을 수립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있었다. 우리를 ‘벤치마킹’하겠다는 얘기였다.

요컨대, 대한민국의 ‘국격’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이 대통령은 이듬해인 2011년, ‘G20 세대’라는 ‘신조어’를 ‘창출’하기도 했다.

사진 청와대 홈피 캡쳐

2020년, 대한민국 정부는 또 요란해지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사례를 다른 국가에 소개하기 위한 ‘영문’ 정책자료 ‘코로나19 잡기’를 발간하고 있다. 주요 국가 정부와 국제기구의 경험 공유 요청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정부는 그 요청을 받아들여 기획재정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행정안전부, 국토교통부, 특허청 등 여러 관계부처가 협업했다고 밝히고 있다.

경찰청도 빠지지 않고 있다. ‘영문’ 자료를 발간하고 있다. ‘한국 경찰의 코로나19 대응’이라는 자료다. 외국 경찰기관과 인터폴 등에 PDF 파일 형식으로 배포했다는 자료다.

책자 발행뿐 아니다. ‘K-방역 웹 세미나’라는 것도 개최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방역 경험을 주제별로 국제사회와 공유하기 위한 세미나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를 동시통역하는 세미나다. 모두 9차례 열렸다고 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또 국제사회의 방역 전수 요청에 대응하기 위한 ‘태스크포스’까지 신설하고 있다. ‘코로나19 대응 국제 방역협력 총괄 TF’라는 이름이다.

외국에 대한 지원도 이루어지고 있다. 중남미에는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지원을 하고 있다. 메뚜기 피해가 우려되는 서남아시아·동아프리카 지역 9개국과 서아프리카 지역 5개국 등 14개국에 ‘인도적 지원’도 하고 있다.

코로나-19 진단키트는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은 대한민국의 ‘드라이브 스루’ 방식을 도입, 코로나19를 진단하고 있다. 10년 전처럼 우리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무척 바빠지고 있다. 벌써 수십 개 국가와 ‘정상통화’를 갖고 있다. 어떤 날에는 정상통화가 하루에 겹치기도 할 정도다.

여기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으로부터는 ‘G-7 확대 제안’까지 받고 있다. 10년 전 ‘G20 의장국’을 능가하는 ‘국격’ 상승이다.

경제도 잘 굴러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확장 재정에 의한 신속한 경기 대책과 한국판 뉴딜의 강력한 추진으로 OECD 37개국 중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뿌듯해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안정화되고 있다”는 말도 강조하고 있다.

경제 현상도 역사처럼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것 저것 ‘닮은꼴’이 많은 2010년과 2020년이 아닐 수 없다.

‘닮은꼴’은 더 있다. 서민들은 대한민국 정부가 잘하고 있다는 사실을 별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닮은꼴’이다.

 김부복

 

오피니언타임스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ews34567@opiniontimes.co.kr)도 보장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