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과 반대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전국 일제고사가 26일 실시됐다. 국내 여러 단체가 상이한 입장을 제시한데 이어 국제교육연맹(EI, Education International)도 "우려를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전교조는 국제교육연맹의 공식성명서를 27일  이주호교과부장관에게 보냈다고 한다.

일제고사 찬반논란에 대해 여러가지이겠지만,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국제교육연맹의 공식성명서를 게재한다. 성명서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번역한 것이다.
  
 ................................................
 
 
EI(Education International, 국제교육연맹)는 잠재적으로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가 한국의 교육 시스템에 장기간에 걸쳐서 미치게 될 부정적인 영향에 대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는 바입니다. 한국 정부는 2008년에 의무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를 일선 학교에 도입했습니다.

EI 소속 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KTU)에 따르면, 한국의 16개 시도교육청 소속 학교들의 소위 말하는 일제고사(학업성취도 평가) 성적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어지고, 성적에 따라 차등적으로 시도교육청 예산이 할당되어진다고 합니다.
 
이와 비슷하게, 일제고사에서 높은 성적을 거둔 학교들은 낮은 성적을 받은 학교들 보다 더 많은 돈을 받게 된다고 합니다. 장석웅 전교조 위원장은 “이런 시스템으로 인한 강한 압력 때문에, 일선 학교들은 일제고사에서 좀 더 높은 성적을 거두려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학업성취도평가 결과가 별로 타당성이 없음을 보여주는 여러 가지 교묘한 수법들, 그리고 그러한 수법들에 대하여 일제고사는 금전적 보상을 해주고 있습니다. 이는 이미 충분히 입증된 현장의 사례들입니다.
 
이에 더해서, 높은 성적을 받고자 일선 학교들은 시험에 중요한 과목들을 가르치기 위하여, 아침 일찍 학생들을 등교시키기, 밤 늦게까지 공부시키기, 휴일에 학생들을 등교시키기 등을 강제하고 있다고 합니다.

전교조는 한국 정부가 일제고사 정책을 폐지하도록 지금까지 요구해왔으며, 일제고사가 교사와 학생들을 무한 경쟁 교육으로 몰아넣어 왔으며, 오직 시험만을 위해서 교실에서 가르치면 된다는 풍토를 학교 현장에서 만들어 왔다고 합니다.
 
결국 이러한 시험만을 위한 풍토는 학교의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매우 협소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전교조는 교육관련 시민단체들과 함께 일제고사의 폐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6월 12일 교육부 앞에서 가졌습니다. 올해 일제고사는 6월 26일 시행될 예정입니다.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한 EI(Education International)의 입장

EI는 시험 경쟁 위주의 교육과, 가르침과 배움을 측정하려하는 일제고사의 잘못된 이용에 대하여 반대하는 투쟁을 하고 있는 한국의 교사들과 학부모, 학생들을 지지합니다. (정부 주도가 아니라) 교사들과 교원 노조가 중심이 되어 가르침과 배움에 있어서의 그 질과 우수성을 규정하는 논의를 이끌어야 한다고 EI는 굳게 믿고 있습니다.
 
“Building the Future through Quality Education(질 높은 교육을 통한 미래 만들기)”라는 EI의 교육 정책 보고서(2012년 3월 미국 뉴욕에서 OECD, EI, 미국 교육부가 주최한 세계 교직 정상회의에 제출된 보고서)에 이미 명시된 것처럼, 학생이나 교사에 대한 어떠한 형태의 평가라도, 그 평가는 보다 더 나은 발전을 위한 것이어야지, (시험 결과에 따라 상,벌이 부여되는) 징벌적인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EI는 교육, 가르침, 그리고 학생들의 배움에 대한 평가에 있어서 도구적인 접근에 반대합니다. EI는 일제고사와 같은 형태의 시험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사용되는 교육의 질에 대한 개념(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하여 일제고사 필요하다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며, 이러한 일제고사는 전반적인 교육시스템에 매우 해로운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이런 류의 일제고사는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을 오직 측정할 수 있는 양적인 수치로 환원하여 교육을 협소하게 만들게 되며, 훌륭한 시민의 상, 사교적, 육체적, 예술적, 그리고 직업적인 기술과 같은 보다 더 높은 차원의 복잡하며 질적인 교육과정의 다른 측면을 무시하게 됩니다.

EI는 가르침과 배움의 과정에 대한 시험과 평가에 있어서 일제고사와 같은 표준화된, 그리고 일차원적인 접근에 단호히 반대합니다.
 
더구나, 일제고사와 같은 형태의 시험이 매우 고부담이라면(시험 결과에 따라서 학교간 우열이 가려지는 징벌적 형태라면), 일선 학교에서 교사들의 가르침이 시험 결과의 공개와 같은 외부적 요구를 충족하기 위하여, 그 가르침의 방향이 설정될 것이며, 이는 자연스럽게 오직 시험만을 위하여 학생들을 가르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야기하게 됩니다.
 
이는 혁신과 창의성을 질식시키게 되며, 교육과정을 협소하게 만들고, 이로 인해 교사의 전문적인 자율권은 심각하게 훼손되어지게 됩니다. 과열 경쟁과 일제고사로 인하여 교사들과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압박감은 배움에 대한 즐거움과 건전한 교육의 풍토를 해치게 됩니다.

EI는, 일제고사, 학교 성적 공개, 학교 순위 매기기와 같은, 오로지 결과에 초점이 맞추어진 일차원적 시험 체계의 사용에 대하여 강력히 반대합니다. 정부 당국은 국제 학업 성취도 평가(PISA) 결과가 잘못 사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일부에서 당사국 교육의 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는 잘못된 믿음을 가지고 (PISA 결과를 이용해서) 경쟁 교육과 일제고사와 같은 시스템을 부추기며 도입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올해 3월 New York에서 개최된) “EI-OECD 교직 정상 회의”에서 입증된 것처럼, 높은 학업 성취도는 일제고사와 같은 고부담 시험을 필요로 하지 않았습니다.
 
(차별적이지 않고) 질적인 균형을 이룬 형평성 있는 교육 정책이 훨씬 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있는 해결책임을 보여주었습니다.

EI는 교사, 학생, 학부모, 그리고 모든 교육 이해 당사자들이 질 높은 교육을 통하여 미래를 건설하기 위하여, 경쟁보다는 협력해야한다는 것을 강력히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EI는 경쟁 위주의 교육 정책과 고부담 일제고사를 시행하고 있는 한국 정부, 그리고 몇몇 다른 국가들의 정부들이, 일제고사로 인해서 발생하게 되는 학생, 교사, 교육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을 피하고, 적절한 학생 평가 방법에 대하여 서로 합의하기 위하여, 교원노조와 교사들과 협력해야 함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입니다.              

Fred van Leeuwen
EI 사무총장
      
ⓒ 오피니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온라인신문협회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