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구의 문틈으로 보는 금융경제

올해 코로나 19 감염병 확산으로  다시 부실기업 정리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 신한은행등이 판매한 라임부실펀드 처리등도 관심대상이다.  필자는 IMF 당시를 포함한 부실기업 정리 및  역대정권의 녹색금융, 창조금융과 뉴딜펀드에 이르기까지  관치금융 역사를 돌아보고 그 문제점을 제기한다. [편집자 주]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김선구]

회사와 사람은 비슷한 점이 많다. 태어나서 살다 죽게 되는 사람처럼 회사도 설립되어 존재하다 사망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수명이 긴 회사라도 결국에는 사망하며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또 주위환경이 좋고 잘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하듯이 회사도 외부환경과 자본력과 경영능력에 따라 우량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으로 나누어지기도 한다.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에서 산업화의 첫 발을 뗀 이후 한정된 자원을 정부가 어떤 산업 어느 기업에 배정해 주느냐에 따라 사업성패가 사실상 갈라진 많은 사례가 압축성장의 그늘이고 이를 잘 나타내주는 증거가 대관업무를 매우 중시하는 오늘의 기업풍토다.  특히 인가와 규제의 강도가 가장 큰 대표적인 산업인 금융업 특히 은행업에서는 정부의 직간접인 영향력 행사를 지칭하는 관치금융이란 말이 존재해왔고 아직도 그 그림자가 드리워져있다.

사진=네이버캡쳐 (KBS 뉴스)

기업의 생애주기와 관련지어 우리나라 금융에서 특히 부족한 분야를 꼽으라면 스타트업 이후 초기단계 필요자금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벤처 캐피탈부문과 중병에 걸린 회사들을 다루는 부실기업 정리가 떠오른다.  2020년 9월 10일자 한국경제신문에는 한국판 뉴딜에 70조원 자금지원이란 부제와 함께 ‘스타트업 협업’ 판 키우는 금융지주관련 기사가 보인다.

간판만 바뀌는 '관치금융' 발표

얼마나 자율적인 발표인지는 모르나 매 정권마다 내건 기치에 억지춘향식으로 따르면서도 자율적인 조치라 강조해오곤 했다. 녹색 금융이니 창조금융이니 하며 지난 정권 때 달았던 간판을 정권이 바뀌면 떼어내고 새로 바꿔 단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부실기업정리에서 가장 큰 획을 긋는 역사는 외환위기 직후 도미노처럼 쓰러진 부실기업들 정리와 관련된 IMF 의 요구와 권고를 따르면서 만들어졌다.

그 이전까지는 일회성인 특정 산업합리화법 제정과 법정관리제도를 통해서였다.정부가 수술을 집도하면 채권은행들은 뒷 수습을 맡는 들러리 역할에 머물렀다. 시장경제논리 보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우선했다. 규모가 작은 신설은행들은 주거래은행이 되기를 피하는 전략을 쓰기도 했다. 여신규모가 작은 채권은행은 부실 소문에 앞 다투어 자금을 회수하고 이는 주거래은행이 막아주어야했기 때문이다.

괜찮은 회사도 은행이 돈줄을 조이면 망하고 망할듯한 회사도 은행이 돈을 퍼주면 산다는 식으로 알려진 현실에서 관치금융은 정경유착의 고리로 의심받아왔다.  

외환위기 이후 부실기업 정리는 제도적으로 크게 보완되었다.일몰법으로 제정되었던 기업구조촉진법이 2018년 새롭게 제정되고 이제는 그 시행령을 비롯해 은행감독규정,은행업감독업무시행세칙등 제반 법규가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다. 간단히 정리하면 각 채권 은행이 신용위험 상시평가를 통해 문제기업을 파악하고 주채권은행을 통해 경영개선지도 및 정리를 하는 절차가 명기되어 있다.

그러나 부실기업 정리에서 사업이 잘 되는 계열회사나 영업부문 매각은 M&A를 통한 매각이 시장기능을 통해 비교적 잘 이루어지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정부가 실질적으로 지휘한다. 법규상으로는 주채권은행과 부채권은행들이 자율적으로 또 주도적으로 부실기업정리에 나서는 게 원칙이나 정부가 금감원과 산업은행을 통해 실질적으로 뒤에서 지도한다는걸 알만한 사람은 안다.

최근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는 기사가 눈길을 끈다. 현 산은회장이 26년 만에 연임되었다는 보도와 함께 연임 이유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그룹을 비롯한 굴직한 구조조정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함이란 설명이 따른다. 연임이후 곧바로 2조 4천억 원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아시아나에 지원한다는 발표도 나왔다.  

부실기업 정리시  '관치의 문제점' 세가지

부실기업정리에서 관치는 몇 가지 근본적인 문제를 내포한다.  하나는 은행이 부실기업정리에서 추구해야하는 목표는 손실의 최소화이나 정부는 은행의 손실 외에도 고용과 산업정책등 고려해야할 요소가 많다. 여러 다양한 정부의 목표는 각각의 정부 부처에서 소관예산을 집행해서 부실기업정리와는 별도로 취급해야 책임과 효율이 따져지는데 여러 가지 목표를 섞으면 정부정책사후 평가도 어렵고 은행의 목표는 뒷전으로 밀린다.  

둘은 관치 하에서는 부실기업정리에 특화되고 효율적인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결국에는 은행관리 업체수가 늘어나고 은행관리 기간이 길어져 부실기업정리 비용이 늘어나고 이는 더 큰 사회적비용 부담으로 귀결된다. 은행관리하의 부실기업경영은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연명치료에 비교된다. 시장원리에 따라 작동하는 시장만큼 정부는 효율적이지 않다.  

셋은 책임을 지지 않는 정부가 감 나와라 밤 나와라 주도해 은행의 부실을 키운다. 정부의 개입도 공식적이지 않고 소위 창구지도식으로 내려와 책임은 지지 않으면서 주도한다. 대규모부실일 수록 정부가 개입해 부실규모가 커질 수도 있으나 정부건 은행이건 내부책임을 묻기 어렵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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