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의 드라이 펜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임종건]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 모씨의 북한군에 의한 총살사건은 모든 게 의문투성이이다. 명확한 것은 그가 북한군이 쏜 총에 맞아 죽었다는 것과, 북한의 노동당 통일전선부라는 기관이 사실을 은폐 교란할 의도가 짙은 통지문을 보내왔다는 것뿐이다.

우리는 흔히 말도 안 되는 주장을 하는 사람에게 “사람을 죽여 놓고 미안하다고하면 그만이냐?”고 한다. 이 씨의 죽음에 대해 북한이 보이고 있는 태도가 딱 그 짝이다. 사람을 죽였다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가 문법에 맞는 말이다.

사진=픽사베이

의문을 풀 열쇠는 부유물이다!

이 사건에서 의문을 풀어 줄 결정적인 열쇠 가운데 하나는 그가 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부유물이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부유물이 아니었으면 그는 총 맞아 죽기 전에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이 부유물의 재질과 성능 모양 크기에 대해 우리 쪽이 알고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북한은 정확히 알고 있겠으나 아무런 설명이 없다. 이 씨가 탈출 할 때부터 이 부유물을 이용했는지, 아니면 해상에서 우연히 발견한 것인지도 부유물의 형태를 보아야 알 수 있다.

그가 지도선에 실종이 확인된 21일 오후 12시 51분은 그가 그날 새벽 1시 35분께 당직근무를 마치고 문서작업을 하러 간다고 사라진 시간으로부터 10여 시간이 지난 후이다. 이 10여 시간 중 어느 시점에서 그는 지도선에서 이탈했다고 봐야한다.

이 씨가 자신의 이탈 사실을 지도선에 감출 필요가 있었다면 이탈 시점을 최소 동이 트기 2시간 전인 새벽 4시께로 택했을 것이다. 북한 수상사업소 선박에 의해 발견된 22일 오후 3시 30분까지 최소한 30시간 이상을 그는 바다에서 보냈다고 봐야한다.

실종 당시 연평도 일원의 해수 온도는 20도 안팎이었으므로, 구명조끼를 입었다하더라도 두 밤이 지나도록 바닷물에 잠겨 있었다면 저체온증으로 생명이 위태로웠을 것이다. 그가 그나마 생존했던 것은 부유물로 인해 몸이 바닷물에 잠기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항해사 이씨와  부유물 인과관계

항해사인 이 씨는 누구보다 이 사실을 정확히 숙지하고 있었을 것이므로 그가 어떻게 부유물을 지니게 됐는지가 이 사건 해결에서 중요해진다. 그가 구명조끼를 입은 것이 자살이 아닌 증거, 나아가 월북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마당에, 처음부터 부유물을 이용해 이탈한 것이라면 월북 주장은 더 신빙성을 갖게 된다.

사진=픽사베이

국방부는 북한군에 발견됐을 당시 이 씨는 기진맥진한 상태로 부유물 위에 있었다고 발표했고, 북한의 통지문도 이 씨가 부유물 위에서 말도 잘 못하는 상태였다고 했다. 북한 측은 이 씨가 부유물에서 도망치려고 했고, 무엇을 뒤집어쓰려고 해서 총살했다고 밝혔다. 북측은 또 총살 후 가까이 가서 확인하니 이 씨가 부유물에서 사라졌고, 부유물에는 다량의 혈흔이 있었다고 밝혔다.

북측의 통지에서 부유물과 관련해 한 가지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부유물이 공기 충전 방식의 것이 아니었나 하는 점이다. 이 씨에게 10여발의 총격을 가했으므로 총탄에 의해 부유물도 뚫려 바람이 빠져 가라앉는 바람에 이 씨도 물속으로 잠겼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명조끼를 입은 사람이 완전히 가라앉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시신의 행방을 모른다는 주장이나, 부유물에 의지한 탈진 상태의 이 씨가 도주를 시도했다는 것, 시신을 불태우지 않았다는 것, 이 씨의 월북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는 것, 상부로부터의 지시에 의한 총살을 부인하는 것 등, 북의 통지 내용에서 믿을만한 부분은 하나도 없다.

북한의 실권자 김정은이 ‘미안하다’고 했다는 부분 역시 전언(傳言)으로서가 아니라 자신의 입으로 직접 밝히지 않는 한 사실로 인정하긴 어렵다. 그가 한국 정부에 공식 사과하고, 북한 관영매체들이 그것을 보도할 때라야 ‘미안함’의 진실성은 인정될 수 있다.

한국과 미국, 관련 증거수집에 최대 노력을

북한의 대남 도발의 핵심전략은 은폐조작, 교란, 뒤집어씌우기이다. 북한은 그들이 자행한 무수한 대남 도발에서 한 번도 책임을 인정하고 사과한 적이 없다. 명백한 인적 물적 증거 앞에서도 그들은 모두를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뒤집어씌웠다.

이번 사태에서도 남한의 조작극이라고 주장하지 않는 것만 빼곤 그들은 전술 전략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전 도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미국이 동원할 수 있는 증거수집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만행의 진상을 규명하는 도리밖에 없이 되었다.

국방부의 최초 발표는 한미의 감청과 시각탐지 장치로 수집된 증거들에 바탕 한 것으로 신빙성이 있어보였다. 천안함 피폭사건 때 북의 어뢰를 찾아 낸 끈기로, 대한항공858편기 폭파사건 때 김현희를 체포한 기민한 정보력으로 북의 은폐와 기만을 폭로해야 한다.

야당의 정파적 이용은 금물!

야당이 유의할 것은 이 사건을 정파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과거 같았으면 이 씨를 구조해서 월북을 조작해 대남공격에 이용했을 북한이 이 씨의 신상을 세밀히 파악하고도 월북 여부에 대해 침묵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월북 여부 공방은 남남갈등을 유발하는 북한의 전술에 놀아나는 꼴이다. 야당은 군과 해경의 수사를 위축시키는 일은 자제해야 한다.

정부 여당이 유의할 것은 훨씬 심각한 사안들이다. 김정은이 “미안하다”는 말을 “두 번씩이나” 했다면서 감읍하는 모습으로는 진상규명은 어림도 없다. 국회 국정조사의 실효성을 운운하며 남북공동조사를 말하고 있는 김태년 민주당대표는 헛다리를 짚어도 한참 짚고 있다.

 

 

  임종건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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