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호의 멍멍멍]

[오피니언타임스=이광호]

지하철로 이동할 때나, 잠이 들기 전. 매일같이 아르바이트 구인 앱의 스크롤을 내리고 또 내렸다. 거리가 조금 멀거나, 시간이 맞지 않아도 일단 스크랩을 해두었다가 정성스럽게 지원서를 넣었다. 일자리에 나를 구겨 넣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지원서는 열람조차 되지 않았고 간혹 조회된 이력서에도 회신은 오지 않았다. 몇 군데 면접을 보러 갔지만 사람은 많고 자리는 한정되어 있었다. 한 명을 뽑는데 지원자는 수십 명이었다. 탈락했다는 문자가 날아오는 건 놀랍지 않은 일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외출은 제한되고 돈을 벌지도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불안은 커져갔다. 이 나이까지 일도 안하고 놀고 있다는 게 부끄러웠다. 그럴수록 아르바이트 앱을 보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혹시라도 놓친 자리가 있는지 이미 봤던 페이지를 다시 보고, 새로운 일자리를 다른 사람보다 빨리 지원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고침했다. 있던 직원도 일자리를 잃는 마당에 새로운 사람을 채용할만한 여유가 있는 곳은 많지 않았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나는 아르바이트 앱을 떠나지 못했다.

'코로나 경제'라도 자본은 변함없이 흘러....

돈이 없어 오는 생활의 불편은 감당할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와의 만남을 돈 때문에 피하거나 거절해야 하는 상황은 결이 다른 문제였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나는 방역에 일조하고 있는 거라고 위안삼아보기도 했다. 그럼에도 경제활동을 해야 한다는 당위를 따르지 못하고 있다는 심리적 압박은 나를 옥죄어왔다. 불안을 배고 잠이 들고, 초조함을 내뱉으며 일어났다.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 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걸 인정하는 수밖에 없었다.

세계 경제가 역성장하고,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일부 청년들은 구직을 단념했다. 자영업자는 영업을 포기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렸다. 이처럼 서민들의 삶은 생존 자체가 위협받지만 자본이 말라버린 건 아니었다. 자본은 여전이 어딘가로 흐르고 있었다. 미 정책연구소(ISP)의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미국 억만장자의 순자산은 약 981조원 증가했다. 동시에 각국의 정부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규모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돈은 사라진 게 아니다. 자본의 흐름이 변한 거였다. 온라인 쇼핑몰이나 IT 기업들이 코로나 이후 보여준 성장세는 코로나 19가 자본의 물길을 바꿔버렸음을 증명했다.

'나의 일, 나의 소리를 찾아야 했다'

세상은 변했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오지 않을 거다. 이 현실을 외면한 채 말라버린 수로에 멍하니 앉아 물이 다시 흐르기만을 기다리는 건 스스로를 훼손하는 일이 될 뿐이다. 아르바이트 앱을 삭제했다. 경제적 불안에 쫓겨 찾은 일이 나를 행복하게 할리 만무했고, 돈을 버는 방법이 꼭 아르바이트만 있는 건 아닐 터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그러면서도 누군가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이 있을까. 새로운 시대에 나는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할까. 사회가 강요해 왔던 신념이 무녀졌음을 인정하고, 나의 소리를 찾아야 했다.

‘해야 한다’고 여겼던 일들이 무너져 내리는 시기에 ‘어떻게’ 살아야 할지 혼란을 겪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과 삶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삶에 대한 고민을 하는 동안에도 먹고 살아야 한다는 지상명령과 일해야 한다는 당위는 우리의 삶을 계속 옥죄어 오기 때문이다.

삶의 이유는 내 안에서 찾아야!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욕망이 스스로의 것인지 끝없이 의심해야 한다. 힘들더라도 삶의 이유를 내 안에서 찾아야 한다. 생존만이 당위가 되는 세상에선 서로의 존재는 위협이 된다. 이웃이 없는 삶. 서로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삶. 서로 의존하지 못한 채 각자 도생만이 해답이 되는 삶. 그것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광호

 스틱은 5B, 맥주는 O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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