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70)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김대복]   

사람에게는 냄새가 있다. 성별 연령 섭생 등에 따라 특유의 냄새가 있다. 입 냄새, 몸 냄새, 발 냄새 등이다. 말을 하거나 숨을 내쉴 때 나는 입 냄새는 구취(口臭)로도 표현한다. 몸 냄새는 체취(體臭)로 쓴다. 발 냄새는 발바닥의 땀 세포와 연관이 있다. 일반적으로 깨끗하게 씻고 건조시키면 냄새가 사라진다.

그러나 일부 병적인 경우에는 치료를 해야 한다. 인체에서 풍기는 냄새는 서서히 변한다. 어릴 때, 젊을 때, 나이 들어서의 냄새가 다르다. 그렇기에 체취는 특정인을 식별하는 고유의 냄새로 인식된다. 그런데 입 냄새를 포함한 체취에 대한 인식은 부정적이다. 특히 겨드랑이에서 나는 냄새는 극히 고약해 주위를 불편하게 한다. 암내나 액취(腋臭)로 불리는 겨드랑이 체취는 땀샘 이상으로 발생한다. 

액취증을 비롯한 체취, 구취, 발 냄새는 치료가 잘된다. 하지만 전통시대에는 의사도 많지 않은데다 경제적 어려움도 커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했다. 참고 받아들이는 삶에 익숙했다. 겨드랑이 냄새 덕분에 친구를 얻은 사례도 있다. 조선 후기인 순조 때 한글음운학자인 유희의 글에서 찾을 수 있다. 유희는 영남으로 가는 친구 박기순을 전송하는 글에서 액취증 스토리를 소개했다.

​옛날에 한 사람에게서 지독한 겨드랑이 냄새가 났다. 가족도 역겨운 냄새에 고개를 돌리는 가운데 극심한 마음 고생에 시달렸다. 집에서도, 마을에서도 머물 수 없었다. 그는 이곳 저곳을 떠도는 유랑객이 되었다. 하루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만났고, 곧 가까워졌다. 그는 길 친구에게서 수시로 술과 밥 대접을 받았다. 길 친구는 액취증 사람 곁에 계속 있었다. 한참 후, 액취증 사람이 물어보았다.

“나에게는 역겨운 냄새가 나네. 식구도, 동네 사람도 나를 가까이 하지 않았네. 그런데 자네는 나에게 호의를 베푸네. 혹시 자네는 좋아하고 싫어하는 감정을 잊어버린 사람인가. 이에 대해 길 친구는 미소 지으며 답했다. 난 냄새 때문에 자네를 좋아하네. 냄새가 안 나는 자네는 생각하기 싫네.”

昔有病狐腋者, 一室之人不堪其臭, 臭者亦不自安. 顧村鄕又不可投, 乃嬴糧而遍遊山川. 一日遇路人, 與之同行, 路人數以酒食待之, 未嘗須臾離也. 久之問曰: “我有醜臭, 一室一鄕之所不堪也, 而子獨不棄至是, 豈心之所愛醜, 亦有所忘耶?” 路人笑曰: “所以愛子者, 嗜其臭也, 子若無臭, 何取之有?”

길 친구는 특별한 취향을 갖고 있었던 것이다. 세상 사람의 생각과 취향은 모두 다르다. 그러나 절대 다수는 심한 입 냄새, 몸 냄새에는 입을 가리게 된다. 그렇기에 액취증과 같은 냄새를 알게 되면 바로 치료하는 게 좋다.

​한의학에서는 액취증을 자율신경계의 이상, 혈의 순환 문제로 본다. 심장 기능이 저하되면 기의 흐름이 떨어져 손발이 차갑게 되고, 땀이 많이 분비된다. 겨드랑이 냄새도 그 과정에서 발생한다. 또 비위(脾胃)가 약해 소화력이 떨어진 경우, 내분비 기능 저하로 기력 소진,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한 분노(心火)도 진액(津液)을 땀으로 변화시켜 냄새를 일으킨다.

이 경우 천향산(天香散), 밀타승산(密陀僧散), 오룡환(烏龍丸) 등의 탕약이 효과적이다. 모두 해독, 소염, 발산 작용을 해 심장과 위장이 강화되고, 원기 회복에 도움이 된다. 신진대사와 몸의 자정능력도 향상돼 겨드랑이 땀샘의 기능 이상이 해소된다. 이와 함께 기혈순환을 촉진하는 침구요법을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다. 이 때 포인트는 체질과 증상에 따라 침을 놓는 혈을 명확히 구분해야 하는 점이다. 액취증은 탕약과 침구요법을 병행하면 3개월 정도면 증상이 개선된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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